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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May 24. 2019

노하신 주인님

어째서 '집사'인가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는 -

왜 고양이 키우는 사람을 집사라 부르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먹여주고 재워주고 돌봐주는데 주인이 아니고 스스로 집사라 지칭하며 산다니.

고양이가 그렇게 '모시고' 살 정도로 대단해?라는 생각까지 들 지경이었다.

괜히 애꿎은 고양이가 밉상으로 여겨질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보다 그 이유를 잘 아는 집사가 되어버린 나.

자발적 복종이 이젠 익숙하다.

자꾸 뭔가 갖다 바치게 되고, 

관심을 갈구하게 된다. 

쓰담쓰담을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고, 

만족스럽게 놀아 드리고 싶다.

마성의 생물체 고양이.


냥비가 따분했는지 먼저 장난을 걸어오길래

이날은 일부러 져주지 않고 슬슬 약을 올렸다.

감히 주인님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그랬더니 씩씩거리며 집사에게 냅다 호통을!

감히 나를 조롱한 거냥!
화난 모습이 이렇게 귀여울 일인지 -

그런데 커지는 동공과 입 모양을 보니 마냥 귀여워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반응이 이렇게 귀여우니까 자꾸만 더 장난치고 싶어 진다.

이번만큼은 부디 짓궂은 집사를 용서해요, 주인님.

내일부터 더 잘하겠습니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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