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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Jun 30. 2019

멀고도 험난한 집사의 길

제가 더 잘 모실게요

냥비 눈 위에 생긴 염증이 계속 덧나고 가라앉고를 반복해서 한동안 속이 까맣게 탔다.

두 군데의 병원에서 다래끼라고 진단했던 것이 아무래도 다래끼가 아닌 것 같아서였다.

최근에 한 달치 약을 먹었지만, 뚜렷하게 달라진 게 없기도 했고.

하필 눈꺼풀이라서 계속 얼굴을 비비면서 다니니 빨개지다 말다를 반복.

그것만 아니면 냥비는 언제나처럼 잘 먹고 잘 싸고 잘 논다(...)

처음에 좁쌀 만한 크기였을 때 제거하고, 약 2년이 지난 후에 같은 곳에 재발한 것이 아무래도 이상해서

여기저기 찾아봤더니 비만세포종? 뭐 그런 무서운 것일 수 있다는 말이 나와서 덜컥 마음이 불안해졌다.

걱정을 사서 하는 성격인지라 인터넷 검색도 독이 되는 것 같아 자제하려고 했는데,

이놈의 손가락이 또 참지 못하고 검색을 하고 말았다.


'제거하지 않으면 나이 들면서 더 생길 수도 있고 어쩌고 저쩌고...'

'제거해도 같은 곳에 또 생길 수 있으며 크기가 더 커지고 어쩌고 저쩌고...'

'만약 악성이면 내장 전이가 되었을 때 예후가 좋지 않고 어쩌고 저쩌고... '

'눈에 생기면 안구를 적출해야 할 수도 있고 어쩌고 저쩌고... '

결국 이것저것 읽다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혼자 상상하며 밤새 오열을 하고 난리를 치다 기진맥진;;;


... 아무튼 그것 때문에 걱정이 돼서 그날은 새벽 5시에 겨우 잠들 정도로 잠을 설쳤다.

근데 사진을 찾아보니 냥비랑 비슷한 듯 다른 듯...

일단 모양부터가 달랐고 -

다발성이 많으며, 노묘한테 잘 생긴다는데 냥비는 어느 쪽도 해당 사항이 없다.

결국 답답해서 다른 병원을 가야겠다 싶어, 고양이 전문 수의사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내려진 진단은 양성 폴립의 일종이라는 것.

예전에 처음 수술했을 때 염증이 터지면서 피부 조직이 커진 것 같다고 했다.

다행히 악성 종양이라거나 그런 건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하지만 다래끼는 아니라고 했다. 다래끼라면 벌써 없어져야 했다고.

결국 다래끼는 오진이었다...

설마 세 군데나 오진은 아니겠지...-_-

단, 이게 더 커지거나 그러면 수술적인 조치가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단다.

주사 한 대 맞고, 안연고 듬뿍 잘 발라주고, 약만 2주 치 먹이라고 하셨다.

지금 덧나서 빨개진 곳은 약 다 먹고 경과를 보자고.

무엇보다 그 비만세포종이 아니라니 어찌나 안심이 됐는지...

혼자 오열했던 지난밤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_-;

이제 겨우 3살밖에 안된 냥비한테 또 수술하라고 하면 어쩌나 제일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다.

기분 탓인지 탱탱 부었던 것이 그새 많이 가라앉은 것 같네.

완전히 잘 아물어서 또 눈두덩이 붓는 일은 안 생겼으면...

아 - 고양이님 모시기 참 힘들다.

역시 집사의 길은 멀고도 험해.

건강하게 장수하자, 냥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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