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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Apr 04. 2019

어른이 되는 고통

병원만 가면 두 얼굴이 되는 너

밤새 고양이 울음소리에 시달리는 날들이 계속됐다.

답답한 마음에 다른 고양이 집사들에게도 물어보고,

인터넷으로도 검색해 보니

발정기 증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맙소사...

예방접종 끝나면 수술시키려고 했는데 그새 발정기가 오다니!

역시 난 아직 공부할 것이 많은 초보 집사였다.


발정기 때 암컷 고양이의 울음소리란 생각보다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주로 밤에 우는 데다, 소리가 마치 하울링 같아서 크기도 제법 크다.

으르고 달래 보아도 말이 안 통하니... 그저 참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밤에 계속 잠을 설치게 되자 나까지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

결국 냥비를 데리고 다시 병원을 찾았고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중성화 수술을 하면 울음은 바로 그칠 거라고 했다.

나는 이 수술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라 더 미룰 것 없이 바로 수술 날짜를 잡았다.


사실 발정기 때 암컷 고양이가 느끼는 고통은 상당하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밤새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렇게 울었을까 싶어 안쓰러워졌다.
고양이마다 지속되는 기간과 간격이 조금씩 다르긴 해도

짧게는 일주일 혹은 그 이내에 발정이 다시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한시라도 빨리 수술을 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도 냥비가 생전 처음 받는 수술인데 -

걱정이 됐지만, 아마 겪어 본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함께 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 중에는 더러 그 울음소리 때문에 고양이를 싫어하기도 한다.

혹시나 그런 이유로 해코지라도 당하진 않을까 싶어,

내가 챙기는 길고양이들의 중성화 수술까지 신경 쓰는 건 이제 당연한 일이 되었다.

너무 불편하다옹

다행히 냥비는 수술을 잘 마쳤다.

마취가 깨면 데려가라고 하셔서 오후 느지막이 냥비를 데리러 갔다.

그런데 날 보더니 담당 수의사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이가 야생성이 좀 있더라고요. 아직 화가 많이 나있어요."

표정과 말끝에 땀방울이 잔뜩 맺혀 있었다.

처음 냥비를 데려갔을 때 건강검진을 해준 선생님이기도 하고,

발톱도 잘 깎는다며 참 순하다고 했던 분인데 -

이번엔 본인도 살짝 놀라신 모양.


"야... 야생성이요?"

그 말을 들은 나는 더 놀랐다.

내가 아는 냥비는 정말 순둥인데...

대체 얼마나 사납게 굴었길래 그랬던 걸까.

집사를 붙들고 자면 잠이 더 잘온다옹

직접 보기 위해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간호사와 수의사가 다가가자 케이지 안에 있던 냥비 귀가 한껏 뒤로 젖혀졌다.

그러더니 또 생전 처음 듣는 소리를 내며 경계를 해대는 거다.

"어머, 저게 말로만 듣던 하악질이구나~”

(지금 신기해할 때냐....-_-)


진땀 흘리는 수의사를 대신해 나는 잔뜩 겁을 먹고 움츠린 냥비를 꺼내 안았다.

"아니 근데 얘가 원래 안 이러는데... "

말썽꾸러기 아이를 둔 학부모처럼 괜히 나까지 덩달아 진땀이 났다.


수의사는 고양이에게 이 정도는 흔한 일이니 괜찮다며 웃었지만

적잖게 놀란 건 사실 내쪽이었다.

과거에 나는 몰티즈 세계에서 바보 천치(-_-) 소리를 들을 정도로 순하기만 한 강아지를 키웠다.

병원이 무서워 벌벌 떠는 것만 봤지 사납게 군다는 건 상상도 못 했던 일인데,

고양이를 만나고 이런 경험도 해 보는구나 싶어 또 다른 의미에서 신세계를 경험했다.

물론 고양이 중에서도 엄청 순한 아이들이 있다는 건 안다.

그렇지만 우리 냥비는 길냥이였는데도 버려진 집고양이가 아닐까 싶을 만큼 순했기에

병원에서도 마찬가지일 줄 알았다.

...

그러나 그것은 초보 집사의 큰 착각이었을 뿐.


사실 냥비가 겁을 먹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혼자 아침부터 생면부지인 수의사와 간호사 손에 맡겨져

전신 마취를 당하고 배에 칼까지 댔는데, 깨어 보니 엄마는 없고 아프기까지 하니 -

얼마나 서럽고 무서웠겠는가.

품에 폭 안긴 채 얼굴을 파묻는 냥비를 보니 너무 미안했고, 잘 견뎌줘서 고마웠다.

고생했어, 내 새끼

배에 상처가 아물 동안에는 약도 먹여야 하고,

상처 부위가 덧나지 않도록 그루밍을 못하게 넥카라를 씌워야 했다.

하기 싫어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착한 냥비는 처음에만 조금 불편해하다가 곧잘 적응했다.

지금은 쿠션형 넥카라로 바꿔줬지만,

저때는 플라스틱 넥카라를 한 상태로 여기저기 부딪쳐가면서도 할 건 다 했다.

그 모습이 귀엽고 웃겨서 얼마나 큰 웃음을 줬는지 모른다.  :D


따로 환묘복을 입히진 않았지만 넥카라를 잘하고 있어 준 덕에

감아놓은 붕대를 푸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수의사 말대로 수술과 동시에 마법처럼 냥비의 하울링 같은 울음소리는 뚝 그쳤다.


요즘도 냥비는 병원에서 수의사 선생님이 좀 보자고 하면 간혹 하악질(욕)을 한다.

나름 참고 있다가 그러는 걸 보면, (욕이'_')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알고 보면 냥비가 얼마나 쫄보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나로서는

그래서 되도록 병원 가는 일을 만들고 싶지가 않다.


집에서는 그렇게 천사 같은 순둥이인데 -

병원만 가면 돌변하다니 암만 봐도 넌 정말 미스터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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