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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Apr 03. 2019

고양이의 매력에 눈을 뜨다

강아지랑 달라도 너무 달라

예고 없던 나의 고양이 입양 소식에 주변인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오랜 단짝이었던 노견을 떠나보내고 많이 힘들어한 건 다들 잘 알고 있었지만,

극성 견주였던 내가 설마 고양이를 입양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모양이다.

잘 때는 만세~

"음... 그래도 먼지는 좀 그렇지 않냐? "

이름을 들은 친구의 반응이 어쩐지 떨떠름했다.

듣고 보니 우리 애랑은 좀 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작명 센스라곤 꽝인 내가 이름을 지으려니 골치가 아팠다. 

그날 밤 대략 스무 가지의 이름을 후보에 올려놓고 뭘로 하는 게 좋을지 고르기 시작했다.

딱히 신빙성은 없지만, 예전에 강아지는 사람 이름으로 지어야 오래 산다는 말을 들었다.

고양이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 예쁜 사람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누군가는 음식 이름으로 지어야 오래 산다고도 하고, 말이 다 다르니 역시 신빙성은 제로...)


그렇게 고심 끝에 선택한 이름은 '은비'였다.

어째 좀 뜬금없는 이름 같지만, 그래도 먼지보단 어감이 예쁘지 않은가. ㅎㅎ

혹시라도 둘째를 들이게 되면 까비라고 지어도 될 거 같고...? :)

누가 고양이 아니랄까 봐, 저 사람 홀리는 표정이라니!

나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왠지 키우다 보면 본래 이름을 두고 부르게 되는 애칭만 수십 가지가 생긴다.

강아지를 키울 때도 그랬는데 은비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그 가운데 가장 입에 착 달라붙는 애칭이 냥비였고, 

우리 은비한테 잘 어울리는 애칭 같아서 요즘은 냥비라고 부르는 날이 더 많아졌다.


냥비의 입성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집사가 된 나는, 헤어 나올 수 없는 고양이의 매력에 제대로 빠지고 말았다.

강아지랑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일단 배변이 가장 신세계였다.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모래 화장실이 있는 곳을 용케 알고 가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처음에는 적응하라고 화장실을 방에 두었다가 베란다로 옮겼는데

아무리 장소가 달라져도 귀신 같이 알고 가서 용변을 보는 거다. 

이야 - 물개 박수가 절로 나왔다.

물론 강아지도 배변을 가리지만, 매번 패드를 갈아주고 탈취도 해야 하니 

손이 훨씬 많이 가는데 비해 고양이는 그럴 것이 없었다.

까꿍 :)

또 하나의 신세계는 엄청난 털 빠짐이었다.

단모인데도 이 정도니 장모종을 키우는 집사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싶다.

그래도 내 새끼가 이렇게 예쁜데 이까짓 털쯤이야.

냥비가 온 뒤로 나는 본의 아니게(?) 청소 중독자가 됐다.

온갖 구석이란 구석은 다 들어가는 고양이의 특성상

평소에 자주 청소하지 않는 곳까지 청소를 할 수밖에 없었다.

사냥놀이를 할 때는 정말 집요해서 한 번은 깃털을 잡겠다고 냉장고 위에 올라갔는데, 

먼지가 그렇게 많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해서 충격을 먹은 적이 있다. -_-


밝고 활발한 성격의 냥비는 놀라울 정도로 실내 생활에 빨리 적응했다.

어찌나 잘 노는지 늘 냥비보다 내가 먼저 지치곤 했다.

가장 먼저 사줬던 첫 번째 장난감 깃털 낚싯대는 지금도 냥비의 최애템이다.

사냥할 때는 시선 집중

그렇게 집사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을 무렵이었다.

마지막 3차 예방접종을 앞두고 있던 냥비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평소에 소리를 잘 안 내는 녀석인데 영 이상했다.

게다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울음소리였다.

유독 밤마다 그렇게 울어대니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내일은 나아지겠지, 고양이가 야행성이라 그럴 거야' 하며

괜찮아지길 기다렸지만 며칠이 지나도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냥비야, 대체 무슨 일이니, 뭐가 문제야!'

초보 집사의 마음에 불안이 엄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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