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무거나 안 먹는다옹
집사가 되고 나서 내가 정말 놀란 것 중 하나가
고양이는 강아지보다 사람 음식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었다.
모든 고양이가 다 그렇지는 않지만,
대체로 사람 음식을 탐하는 고양이는 드문 것 같다.
냥비만 해도 그렇다.
오로지 고양이용 사료와 간식(그것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외에는 일체 먹지 않는다.
하지만 호기심이 강한 냥비는 자기가 먹지 않더라도 냄새는 꼭 맡아보고 싶어 하는데
혹시나 주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해서 몇 번 냥비에게 사람 음식을 내밀어 봤다.
그럴 때마다 냥비는
'쯧쯧 집사야, 왜 이런 걸 먹고 있냐옹'
이런 표정으로 냄새만 맡고 스윽 자리를 피했다.
처음엔 그게 너무 신기했다.
개나 고양이에게 사람 음식은 절대 줘서 안 되는 것이 있고, 사실 안 주는 것이 가장 좋지만
강아지들은 보통 줄 때까지 버티곤 해서 주인을 곤란하게 할 때가 많다.
그런데 음식 보기를 돌 같이 하다니 고양이는 정말 많은 점에서 달랐다.
내가 먹는 음식에 도통 관심이 없는 냥비 덕분에
난 늘 뭔가를 먹을 때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히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냥비가 유일하게 반응한 음식이 있었으니 -
그건 바로 생선회!
그날따라 녀석은 꼼짝 않고 같이 식탁에 앉아 있었다.
'뭘 원하는 거지. 설마 지금 이걸 달라는 건가?'
고양이 하면 자연스럽게 생선이 떠오르긴 했지만
그건 그저 편견일 뿐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정말 회를 줘도 될까 싶어 찾아봤더니 먹는 애들이 드물게 있긴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정말 먹을지는 알 수 없으니 아주 소량만 잘라서 줘봤다.
그랬더니 웬걸.
게눈 감추듯 먹어버리는 이냥비.
식탐이 별로 없는 녀석이라 정말 소량만 먹어서 크게 걱정은 안 되는데
이후에도 가끔 회를 사 오면 꼭 옆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생선 가운데서도 식감이 질긴 건 별로 선호하지 않는
호불호가 참 뚜렷한 녀석이다.
더 웃기는 건 생선살을 익혀서 주면 또 안 먹는다는 거다.
대체 뭐지 -_-?
고양이는 안 먹어본 음식은 평생 입에도 안 대는 경우가 적잖다고 하던데
이 녀석 언제 생선 맛을, 그것도 날생선을 먹어본 적이 있었던 걸까.
다른 건 다 안 먹어도 생선은 먹어도 된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의문이다.
너 설마 한강에서 살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