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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Apr 08. 2019

혼자서도 잘 놀아요

콩놀이의 달인

고양이 장난감은 돈 주고 살 필요가 없다더니

왜 그런 말이 있는지 알 것 같다.


낭비는 언제부턴가 거실에서 자그마한 자갈을 차고 놀기 시작했다.

집에 굴러다니는 공도 많았는데 굳이 자갈을 갖고 노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냥비는 공보다 자갈을 더 좋아했다.

어릴 때 밖에서 그렇게 놀았던 기억이 남아 있는 걸까.


그 자갈이 어디서 났나 했더니 베란다에 둔 화분에서 하나씩 물어오는 거였다.

한참 갖고 놀다가 자갈이 어딘가로 굴러 들어가면

그걸 빼내 보겠다고 솜방망이를 쭉 뻗어 안간힘을 쓰다가

다시 화분에서 새로운 자갈을 가져오는 걸 반복했다.

고양이는 참 귀여운 짓도 다양하게 한다.

옴마 이게 뭐에옹

그렇게 화분 위의 자갈은 계속 알 수 없는 장소로 하나씩 사라져 갔다.

이러다간 자갈이 몽땅 다 없어질 것 같아서

부엌에서 눈에 보인 까만 콩을 장난 삼아 한알 던져줘 봤다.

나도 모르겠다.

왜 하필 콩이었는지는.

크기가 작아서 공보다 빠르게 굴러가는 게 재밌는지

냥비는 콩으로 하는 축구 삼매경에 빠졌다.

어찌나 잘 갖고 노는지 현란한 드리블 실력이 호날두 부럽지 않다.

이 녀석 - 스피드를 즐길 줄 아는 것이 분명하구나.

너무 신난다옹!

그렇게 정신없이 노는 모습이 귀여워 조금씩 주다 보니

나도 모르게 콩을 한주먹은 줬나 보다.

이제는 집안 곳곳에 자갈대신 콩이 숨겨져 있다.

청소할 때마다 나오는 까만 콩들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굴러 나온 까만 콩들은 다시 모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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