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놀이의 달인
고양이 장난감은 돈 주고 살 필요가 없다더니
왜 그런 말이 있는지 알 것 같다.
낭비는 언제부턴가 거실에서 자그마한 자갈을 차고 놀기 시작했다.
집에 굴러다니는 공도 많았는데 굳이 자갈을 갖고 노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냥비는 공보다 자갈을 더 좋아했다.
어릴 때 밖에서 그렇게 놀았던 기억이 남아 있는 걸까.
그 자갈이 어디서 났나 했더니 베란다에 둔 화분에서 하나씩 물어오는 거였다.
한참 갖고 놀다가 자갈이 어딘가로 굴러 들어가면
그걸 빼내 보겠다고 솜방망이를 쭉 뻗어 안간힘을 쓰다가
다시 화분에서 새로운 자갈을 가져오는 걸 반복했다.
고양이는 참 귀여운 짓도 다양하게 한다.
그렇게 화분 위의 자갈은 계속 알 수 없는 장소로 하나씩 사라져 갔다.
이러다간 자갈이 몽땅 다 없어질 것 같아서
부엌에서 눈에 보인 까만 콩을 장난 삼아 한알 던져줘 봤다.
나도 모르겠다.
왜 하필 콩이었는지는.
크기가 작아서 공보다 빠르게 굴러가는 게 재밌는지
냥비는 콩으로 하는 축구 삼매경에 빠졌다.
어찌나 잘 갖고 노는지 현란한 드리블 실력이 호날두 부럽지 않다.
이 녀석 - 스피드를 즐길 줄 아는 것이 분명하구나.
그렇게 정신없이 노는 모습이 귀여워 조금씩 주다 보니
나도 모르게 콩을 한주먹은 줬나 보다.
이제는 집안 곳곳에 자갈대신 콩이 숨겨져 있다.
청소할 때마다 나오는 까만 콩들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