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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Nov 29. 2021

연애도 애자일이 가능한가요?

"하나의 유령이 한국 IT계를 떠돌고 있다. 애자일이라는 이름의 유령이다. "


어쩌다 알게 된 인생 선배님이 남긴 명언. 듣자마자 폭소해서 문장수집을 해뒀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애자일 프로세스가 대한민국 스타트업과 IT업계를 떠돌다가 대기업으로까지 전염된 요즘.


누군가는 백로그라고 주장하며 할 일 리스트를 쌓아놓고 고객의 니즈와는 전혀 상관없이 결과물을 빨리 뽑아내는  애자일 하다고 말하고, 다른 사람은 체계가 없는  포장하려고 우리는 애자일 프로세스로 일한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아무 가치도 없는 제품을 MVP(minimum viable product)라고 말하고 시장에 내놓고,  다른 사람은 매일매일 달라지는 의사결정을 애자일 하다고 말한다. 애자일이라는 유령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각자의 정의가 있겠지만 나는 이런 걸 애자일 하게 일한다고 생각한다.

"가설 수립, 빠른 실행, 검증,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변화. 그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최상의 결과를 얻는 것. 즉 빠른 실행력."


나는 애자일 하게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실패에 유연하고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상황에서는 더더욱. 어차피 시장에 내놓기 전 까지는 뭐가 맞는지 모른다. 시간을 많이 들이고, 준비를 철저하게 하면 틀릴 수 있는 확률을 줄여줄 수는 있어도, 아예 틀리지 않을 확률은 없다. 나는 자주 맞고 싶어서 차라리 빨리 틀리고 싶다. 지금처럼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자기는 항상 옳다는 사람만큼 자주 틀리는 사람은 없으니까.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틀리더라도 빠르게 수정할 수 있는 유연함이 21세기를 잘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애자일 프로세스를 연애에 적용해보면 어떨까라는 재미있는 생각을 해봤다. 사람의 마음만큼  마음대로 안되고 쉽게 변하는 것이 있을까. 우리 모두 누군가에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며 사랑을 다짐한 적이 있지 않은가.  사랑이 얼마나 빨리, 얼마나 다양하게 식어갔는지 목도한 순간도 많을 테고.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상대방이,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던 경험도 누구나에게 있을 테다.


어쩌면 연애야 말로 애자일함이 가장 필요한 활동이 아닐까.


누군가 사랑은 세 가지 ing라고 말했다.

timing, feeling, happening

,   녘에 손잡고 석촌호수를  바퀴 돌면 빠르게   있다는 거다. 계속 갈지 가지 않을지. 우리 너무 재고 따지지 말고 이렇게 mvp 검증해서 연애를 시작해보는  어떨까. 알면 알수록  괜찮은 사람을 만나게  수도 있지 않은가. 물론 별로면 빠르게 수정하면 된다. 나, 혹은 그 사람, 혹은 이 관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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