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누가 나에게 연민을 갖거나 안쓰러워하는 걸 못 견뎌했다. 사랑이면 사랑이고 예쁘면 예쁜 거지 연민은 무슨 연민이야. 했다. 날 불쌍해하는 상대가 곁에 서서 나를 안쓰러워한다면 내가 더 불쌍해질 것 같았다.
근데 나는 안쓰러운 사람에게 더 마음이 가더라. 내가 사랑하는 걔가 남들한테 보이지 않는 약한 모습을 보이면 그걸 마냥 품어주고 싶었다. 대신 화내 주고, 같이 울어주고 싶었다.
그러다 ‘사랑하면 상대가 안쓰럽지 않냐?’는 말을 들었다. 그러네. 아등바등 사는 게 불쌍하고, 힘들어하면 안쓰럽고, 짐도 덜어주고 싶고.
나는 네가 불쌍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고 사랑해서 안쓰럽다. 사랑으로 시작해서 연민의 감정이 생기는 건 너무 당연한 일 아닐까. 사랑이 빠지고 연민만 남는 감정이라는 것도 정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