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언젠가 일 얘기를 본격적으로 좀 해봐야지 했는데 이제야 제대로 써보는 내 인생의 7할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나의 일 이야기
내 (공식적인) 첫 회사는 2012년 10월에 입사한 에듀테크 스타트업(이라고 하지만 그냥 교육회사)이었다. 그곳에서 7년이 넘는 시간을 일했다. 그러고 나서 커머스에서 10개월, B2B SaaS 스타트업에서 7개월, 그리고 지금 핀테크 회사에서 2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일하고 있다. 전부 스타트업이었고, 거의 적자였으며, 보통은 대출과 투자금으로 버티는 회사였다.
스타트업에 몸 담은 기간 동안, 내가 기억하기로 단 한 번도 스타트업 투자시장이 불황이었던 적이 없었다. 거의 항상 벤처투자 열풍이었고. PMF를 검증하지 못한 회사에도 투자금은 들어왔다. 그러다 2022년 하반기부터 추운 겨울을 맞이했다. 내가 겪은 첫 스타트업 씬의 불황인 셈. 특히 (나는 돈을 벌어들이는 부서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이 돈을 쓰는 부서라고 생각하는 마케팅팀에서는 그 불황이 더 크게 와닿았다. 업계에 있는 친구들에게 무급휴직, 권고사직을 권유받았다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듣고 있다.
모두가 이익보다는 성장을 외치다가 이제는 이익마저 외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며 신규 서비스를 마케팅하는 나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나는 제너럴리스트이다. 제너럴리스트는 어떤 분야의 일이라도 주어지면 한다. 얕고 넓게 알기 때문. 나는 마케팅의 전반적인 분야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한다. 굳이 마케팅 파트의 문제가 아니라도 회사의 문제라고 생각이 들면 오지랖을 부린다.
불황이 닥쳐오니 더더욱 회사가 필요할 때 나는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에 대해서 생각한다. 경력이 길어질수록 고집도 함께 늘어나서 "이게 제가 해야 할 일이 맞나요? 이제 저희 팀의 업무인가요?"라는 말을 하고 싶어질 때도 많아진다. 다만 그런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기 전에 두 가지를 꼭 점검한다. 1) 회사와 서비스의 성장과 관련이 있나, 2) 고객과 닿아있나. 그렇게 생각하면 내 일이 아닌 일이 없다.
결국 스타트업 마케터에게 필요한 능력은 유연함, 문제해결능력, 긍정성. 이게 전부가 아닐까? 불황과 AI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묘수는 없겠지만, 오늘도 스스로에게 부여한 일과 회사에서 필요한 일을 해낸다. 그게 정답으로 나아가는 길임을 믿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