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설픈 비건 Jul 19. 2020

비오는 날, 애호박 비빔국수 한 그릇 어떠세요?

비건레시피 #1


집에서 채식 메뉴로 뭘 가장 자주 해먹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이 국수일거예요. 비건으로 식생활을 조금씩 옮겨가면서 제일 많이 사게 되는 식재료는 애호박이랑 두부같아요. 애호박이 이렇게 맛있는지 몰랐네요. 




재료: 두부, 애호박, 칼국수면(또는 소면)

양념장: 간장 3 고춧가루 0.5 설탕 1 갈릭파우더(또는 다진마늘) 0.5, 참기름, 통깨

(유투브 베지곰님 레시피를 참고했습니다.)


두부랑 애호박을 식용유에 볶다가 소금, 후추간만 살짝하고 면 삶아서 차갑게 행궈서 양념장이랑 같이 먹으면 돼요. 면 삶는 물 먼저 올려놓고 두부랑 애호박 볶기 시작하면 시간이 딱 맞아요. 양파나 당근, 버섯같은 냉장고 남은 야채들을 추가해도 맛있겠죠?





신기하게도 채식 위주로 음식을 먹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음식들이 땡겨요. 저는 사실 채식을 하더라도 돼지갈비나 소고기가 땡길 줄 알았는데요. 왜, 그 날 뭘 먹을지 정해놓고 하루종일 상상하면서 그 메뉴를 먹으러 식당에 갔다가 문이 닫혀 상상한 음식을 못 먹게되면 아! 하고 다른 음식은 아무리 생각해도 식욕이 안 돋잖아요. 그런 것처럼, 하루종일 오늘은 어떤 채식 메뉴를 한 끼 만들까 고민하고 계획하고 만들다보니, 이제는 아! 양배추전 먹고 싶다, 아 애호박 국수 먹고 싶다! 같은 생각만 들어오고 삼겹살 먹고 싶다! 이러 생각은 전혀 들어오지 않아요.


사람이라는 동물은 참 신기해요, 아마도 자신의 생각과 의지대로 감각을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겠지요. 사람들이 고기를 먹지 않는 일을 너무 어렵고 유난스럽게 생각하지만, 사실 식단을 조절하는 계기에  따라 상대적으로 판단하는 것 같아요. 


다이어트를 위해서 또는 보디빌더들이 대회를 위해 식단관리를 엄격히 지키는 것을 보고는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동물의 고통이나 공장형 축산업의 문제점을 생각하며 고기를 끊는 일에 대해서는 유난스럽다는 시선이 아직 더 많은 것 같아요. 사실 크게 다를 바 없는 일인데도요. 


다이어트 할 때처럼 먹고 싶지만 내가 더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참는 것처럼. 잠을 자고 싶은데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참는 것처럼. 내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면 그깟 고기 한 점 먹지 않는 것은 사실 생각만큼 어렵진 않답니다! 그리고 이 가치는 우리가 조금만 더 진실을 알게 된다면, 마음 속에 선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누구나 지키고 싶어할 가치라고 저는 믿어요.


아마 살면서 큰 범죄(?)나 불법적인 일과는 가깝지 않게 살고 있다면 (그리고 하지 않을 계획이라면), 우리가 사는 내내 저지를 가장 나쁘고 잔인한 일은 육식일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육식을 하고 있다면, 나 나름대로 착하게 살았어, 라고 말하기 어려운 삶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매일같이 병아리들의 부리를 산채로 잘라내고 마취없이 돼지를 거세시키고 아직 의식이 있는 소의 다리를 자르고 배를 가르는 일에 매일 동조하는 것이니까요.


필요 이상의 고통을 유발시키는 것, 그리고 그런일이 계속 일어나도록 내버려두는것, 내버려둘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 잔인해지기란 생각보다 쉽습니다.


우리는 이제 먹을 것을 직접 구하지 않습니다. '대리 농사'라는 개념으로 음식을 얻지요. 나의 손은 더렵혀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가능하게한 우리 모두가 가해자입니다. 물론 우리 모두가 갑자기 하루아침에 비건이 될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한 명이 완벽한 비건이 되는 것보다 여러 명이 가끔씩 비건이 되는 것이 훨씬 의미 있어요. 비오는 날만큼은 하루종일 고기없는 채식식단으로 하루를 채워나가보면 어떨까요?


아침부터 비가 쏟아지는 오늘, 애호박 두부 국수 한 그릇 어떠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