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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팍 Dec 29. 2023

LET ME BE ME!!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항상 무언가 해소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나와 결이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마도 매우 사려 깊고 수용력이 넓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사람과 대화를 하면 어느새 나도 그 사람의 의견을 매우 존중하고 있다. 사려 깊은 만큼 열등감이 없어서일까, 무언가 모를 단단함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매사에 진지해서 대화 주제를 무겁거나 지루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그냥 사려 깊으면서도 유쾌하고 솔직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일단 수용력이 넓은 사람은 나의 감정 그대로를 인정해 준다. 사실 감정에는 옳고 틀림이 없다. 그래서 내가 느낀 감정이라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고 모든 감정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다. 나는 내 감정을 매우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다. 가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을 추구하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부정적인 감정은 피하거나 회피하는 경향을 많이 봤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들여다볼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감정을 겪는 나 자신을 외면하고 질책하기보다는 일단 내 감정을 충분히 인정하고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들여다보고 어떻게 해결을 해나가면 좋을지를 생각하는 것이 진정한 강한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해결하는 것 또한 개인의 선택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행복, 즐거움뿐만 아니라 모든 감정, 슬픔, 화, 미련, 후회 혹은 질투도 나 자신이 성장하려면 필요한 감정이고 중요한 감정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나의 감정선을 이해하는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 사람도 그 감정들을 충분히 마주한 것 같아 대화하기가 편해진다. 내가 잘 못된 것이 아닌 그 감정에 대한 인정으로부터 대화가 시작이 되어서 오히려 현재 혹은 미래에는 어떻게 할지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 같다.


사려 깊다는 것은 무엇일까? 옳고 틀림, 혹은 효율성을 따지기보다는 상대방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 우선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감정적인 사람 이어서일까, 나는 행동에 있어 효율성보다는 내가 당장 하고 싶은지 안 하고 싶은지를 더 중요시 여기는 사람인 것 같다.  나 자체의 고유적인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 물론 나의 개인적인 윤리나 도덕적인 면은 항상 나의 행동에 있어 제한을 둘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대학시절 나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 하긴 했지만 한 가지에 몰두하는 편은 아니기에 남이 보면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는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나중에 누구나 말하면 아는 큰 회사에 취업이 됐을 때는 주변인들로부터 질투도 많이 받았다. 그렇지만 나는 항상 그 꿈을 바라보고 시간을 길게 보고 달려왔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친구와 놀고, 나의 멘탈 관리를 위해 잠도 충분히 자고. 그래서 시간도 많이 걸렸고 효율적이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모습을 주변에서 봤을 때는 나의 꿈에 대한 간절함을 찾기란 어려울 것이다. 무언가 모를 힘이 나를 도왔기에, 운이 좋았기에 입사가 가능했던 것도 인정하고 겸손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간절함이 누군가에게 평가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항상 내 곁을 지켜준 친구들은 그냥 나대로 인정해 주는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그 친구들과는 내가 방황을 할 때에나 공부와 멀어져 있을 때에도 나의 꿈을 말하는 것이 스스럼없었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나의 행동이 꿈과 멀어져 있어도 그런 꿈을 꾸는 것에 비웃거나 잘못됐다고 고치려 하지 않았다. 구구절절 나의 행동에 대해 타당성을 구하며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그저 응원해 주고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 나의 페이스를 잃지 않게 도와준 것 같다. 사람이 좀 비효율적이면 어떤가? 비효율적이라고 해서 앞뒤가 안 맞는 것도 아니다. 마음은 그리고 원체 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앞뒤가 좀 안 맞으면 어떠한가? 사실 앞뒤가 맞는다 한들 상대방의 뜻을 파악 못한 건 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조금 빗나가는 얘기지만, 덧붙이자면 성과가 있으면 나 자신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많이 줄어든다. 남들로부터 타당성을 인정받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큰 회사에 입사하려는 이유도 이런 이유가 한 몫했던 것 같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라 항상 인정에 대한 욕구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 또한 많은 사람들과 좋은 인연일 잇기 위해서는 일단 나 자신을 인정받고자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정말 찐친인 경우는 나의 성과와는 별개로 나 자체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나는 결과보다는 과정이 재밌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추구한다. 그런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사람 자체로 매력적이기 때문에 성과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냥 순수할 수 있어 좋다.


이야기가 좀 엇나갔지만, 나는 매우 표현이 많고 감정이 다채로워서 그런 나 자신을 감당하기 버거울 때가 많다. 슬픔도 기쁨도 분출을 안 하고는 못 배긴다.  그뿐인가, 매우 예민한 편이라서 상대방의 마음을 빨리 알아차리고는 혼자 실망하고 혼자 기뻐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 좋고 사려 깊은 사람을 좋아한다. 그 사람들의 진심에는 실망과 상처를 받을 일이 많지 않다. 그냥 디폴트로 사려 깊은 마음이 깔려서일까, 나도 그런 사람들의 의견은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쉬워진다. 그리고 오히려 솔직하게 말해주면 고맙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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