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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팍 Jul 21. 2023

Sweet Life

문득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의 일이 생각난다. 여름방학 동안 다니던 여름학교에서 어딘가로 버스를 타고 소풍을 가던 중이었다.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옆에 앉은 친구에게 물었다. 그리고는 내 생각을 두서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어 말을 꺼낸 건 아닌가 싶다.)


“나는 집만 있으면 버스 드라이버가 돼도 좋을 것 같아. 매일 풍경을 보면서 운전하고 이곳저곳 다닐 수도 있고 퇴근하고 집에 가서 가족이랑 시간 보내고... 얼마나 좋아? 집 있으면 어차피 렌트비도 안 내는데 충분히 즐겁게 살 거 같아"


하필 맨 앞자리에 앉아 떠들던 우리의 대화를 들은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가 함박웃음을 터트리며 나에게 말했다.

“버스 드라이버로 먹고살기 쉬울 것 같아? 공부 열심히 해서 더 훌륭한 사람이 돼야지"어린아이가 저런 말을 하는 게 얼마나 웃기셨을까.


내가 생각해도 웃기다. 지금의 나는 대학을 나와 직장이 있음에도 나 혼자 먹고살기도 '충분'하진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초등학생이라고 렌트비가 얼마나 만만치 않은 비용인지 정도는 알았나 보다.


충분히 즐거운 삶은 뭘까? 어떤 걸까? 그저 운전하는 기사 아저씨가 멋있어 보여 그런 말을 한 걸까? 세상에 물들지 않아 물욕이 없던 탓이었을까? 문득 고작 열한 살짜리 꼬맹이던 내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게 놀라웠다. 왜냐하면 이미 4학년 정도가 된 아이는 사회가 어린아이들에게 큰 꿈을 가지라고 말하는걸 수도 없이 들었기에 사람들이 존중하는 직업 정도는 분별을 하는 나이 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동시에 그렇게 어린 나이에 그것이 충분히 즐겁게 사는 것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생각보다 되게 오랫동안 내가 '되고 싶은 것'과 '충분히 즐거운 삶'이란 무엇인지 고찰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이 어린이에게 가지라는 ‘큰 꿈’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물론 큰 꿈을 갖는 게 안 좋다는 건 아니다. 다만 무엇을 위해 그래야 하는지,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이며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나는 여전히 고찰 중이다.


요즘 드는 생각은, 어른들이 말하던 ‘큰 꿈’은 나에게 오히려 ‘일상 속에서의 소소한 행복을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소소한 일상들이 쌓여 지금의 내가 있듯 좀 더 나은 자신과 세상의 모습에 대한 아쉬움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그래서인지 요즘은 현실에 충실하려 애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나의 즐거운 삶도 명확해져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Sweet Life by Frank Ocean을 들으며 잠에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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