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에 있던 나는 출근한 지 한 시간도 안된 채 연락을 받고 바로 할아버지 집으로 허겁지겁 뛰어갔다.
다행히 너무나도 편안히 곤히 침대에 잠들어 계셨다. 얼굴과 손 발이 너무 뽀얗고 고으셨다.
그 모습이 나의 양심의 가책을 덜어주려는 것만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집안 곳곳이 너무나 깨끗하게 정돈이 되어있었다. 혼자 정리하셨을 생각을 하니 마음 한편이 아렸다.
할아버지가 퇴원하고 집에 오신 지 일주일이나 지난 다음이었는데 병원에서 본 것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너무 죄스럽고 미안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할아버지와의 관계가 각별하다. 그렇지만 사이가 좋진 못했다. 사춘기 때엔 많이 싸우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어 안 좋은 기억을 마지막으로 한 채 오랫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다.
6년 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을 땐 할아버지를 마주하는 게 불편했다. 할아버지가 밉기도 했으니까. 그렇지만 동시에 할아버지는 언제나 항상 나의 할아버지이듯 애틋한 마음도 공존했다. 그렇게 애틋한 마음은 숨겨둔 채 가끔 방문하면 잘 지내셨는지 안부나 묻는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 반면에 할아버지에게 나는 여전히 마냥 이쁘기만 한 손녀딸이었나 보다. 갈 때마다 자주 오라며 다 큰 나에게 매번 용돈을 쥐어주셨다.
뒤늦게 후회가 밀려왔다. 사실 할아버지가 편히 잠드시기 몇 달 전 나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으셨다. 그렇지만 나는 바쁘다는 이유로 정당화를 부여하며 전화를 피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한 사람에 대해 미움과 애틋한 마음이 서로 같이 공존하면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던 어리숙하고 이기적인 마음으로 인한 외면이었다.
나는 뒤늦게 할아버지를 용서했다. 그리고 동시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