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일 텍스리턴을 마지막으로 올해 비지시즌이 드디어 끝이 났다. 빅포에서의 첫 일 년인 만큼 비지시즌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다. 사실 빠른 승진을 위해 일을 벌여놓기도 했다. 팀원들은 내가 버겁진 않을지 걱정하며 많은 양의 펀드를 맡기지 않았지만, 매니저들한테 동네방네 한가하다고 도울건 없는지 떠들고 다녔다. 그 결과 9/15 비지시즌에만 밤을 새워가며 88개의 텍스리턴을 해야 했다. 눈물이 안 나와서 울지 못했을 뿐이지 마음만큼은 울고 싶었던 날도 있다.
작은 로컬 텍스오피스에서 일하던 나는 상당히 제한적인 버짓으로 인해 모든 일을 manually 진행해야 했다. 그렇지만 한 펀드에 수십 명의 파트너십을 가지고 있는 경우엔 모든 텍스리턴을 manually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빅포의 큰 클라이언트인 만큼 다수의 entity가 여러 명의 파트너십을 갖고 있기에 Technology Resource를 사용하는 건 필수이다.
수동은 수동대로 힘들었지만 빅포에 와서는 유독 Technology Program을 익히느라 힘들었다. 많은 것들이 technology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일을 떠벌린 탓에 많은 것을 단시간에 흡수해야 했지만 마감일에 다다랐을 때엔 오히려 다른 동료들을 도울 수 있게 되었다. 옛날에는 어떻게 수동으로 다 일을 해왔던 건지,,,,, 파트너들이 더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 지금 쓰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0년도 채 되지 않기 때문에 파트너 직급인 분들은 프로그램 사용법엔 익숙지 않은 분들도 많다.
이 프로그램은 무수한 Training을 들어도 익히기 어려웠다. 복잡한 Structure chart, 수많은 account 그리고 각기 다른 shareholder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직접 많이 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끝내 나는 이번 시즌에만 88개가 넘는 텍스리턴에 Sign off를 받고 승진할 수 있었지만 팀원들의 도움이 컸다. 오랫동안 혼자 붙잡고 있는 성격이기보단 질문을 많이 하는 성향이고.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질문도 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바보 같은 질문이라며 저격하는 선배들은 없었다. 가끔 읽씹을 당하기는 했다.ㅋㅋ 처음엔 내가 너무 귀찮게 굴은 건 아닌지 걱정도 했지만 나중엔 별 신경 안 썼다. 나도 가끔 너무 바쁠 때엔 동료의 질문을 읽씹 했고. 읽씹을 했던 동료가 답을 안준채 아무렇지 않게 점심 뭐 먹을 거냐며 연락을 하기도 했다. 바쁠 땐 바로 답을 못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기에 같은 질문을 여러 명에게 보내기도 했고 사라진 선배/ 동료는 다음날이 돼서야 해결했는지 물어봐주기도 했다. 이렇게 비지시즌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동료들과 친밀감을 느꼈다. 믿고 맡겨주는 것에 대한 든든함도 있지만, 밤새가며 어떻게든 맡은 것은 끝내려는 노력을 알아줘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