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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Jan 16. 2020

깨꼬는 그냥 깨꼬

발리 도마뱀이 주는 교훈

발리의 아침은 정말 생기가 넘쳐요!


새들은 물론이고 닭들도 계속 울고요, 개와 고양이, 온갖 동물들이 일찍부터 일어나서 사람들을 깨워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상하게 깨꼬, 깨꼬하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겠어요? 문을 여닫는 소리인가 싶어 넘어갔는데 매일매일, 그것도 어딜 가나 들려오니까.. 이게 정말이지 너무 이상한 거예요.


먹고 마시고 기도하고 사랑하려고 온 발리에서 

은근하게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이 소리 때문에 뭔가 잘 안 되는 겁니다. 먹다가도 짜증 나고.. 마시다가도 짜증 나고...


 소리가 나면 하던 일을 전부 멈추고, 눈에 불을 켜고 찾아내기 시작했어요. 오늘은 발리에 온 지 이주 정도 된 날입니다. 드디어 깨꼬의 정체를 찾았고요.


깨꼬의 정체는 바로 도마뱀....

집도마뱀붙이는 소리를 낸다고 해요. 게코 게코 하도 울어 이름도 gecko 에요..손가락 마디만 하게 작은 도마뱀에게 어찌 그리 큰 괴성이 나오는지 믿을 수 없지만... 제가 직접 목격했어요. 글을 쓰는 지금도 들려오니 더 이상 놀라는 것도 이상한 일이 될 것 같고요.


그저 도마뱀이 낸 소리라는 거잖아요. 작고 투명하고 귀여운 그 도마뱀이요. 그렇게 신경이 쓰이고, 먹다가도 짜증이 나던 깨꼬는 그냥 도마뱀이 내는 딸꾹질 같은 거였다니

저는 문득 제 마음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주변의 환경들에 너무 마음을 쏟느라 진짜 내가 품어야 하는 마음들은 놓친 것은 아닐까 생각했어요. 깨꼬는 그냥 깨꼬인데...밥이나 맛있게 먹고 마음을 다해 기도하고 사랑할걸 싶은 겁니다. 도마뱀 이자식 제게 큰 교훈을 주었어요.


남은 여행 날짜 동안에는

정말 제 마음이 가는 방향으로 걸어볼까 해요.

그 길에 들리는 깨꼬나 아름다운 풍경들에 자주 웃고 기도하고 사랑하려고요. 언제나 현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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