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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Jan 19. 2019

결국 내 마음이 전부인거야

초록빛 - 폴킴

버려진 담배꽁초
흔들리는 처량함
휘청거리는 휜 맥주 뚜껑에
난 또 감상에 젖어
오늘 밤은 뭔가가 왠지 달라서
혼자 있어도 외롭지가 않아서
보고 싶던 친구를 만나
초록빛의 신호등이 밝기만 하다
서있는 저 사람도 깜빡이고 서있지만
부딪히는 바람도 평화롭구나
내 마음이 변해서 더 그런가 해
흔들리는 바람에 휘날리는 나무도
내 마음을 간질여
예전의 나를 돋는다



초록빛의 신호등은 언제나처럼 밝았지만 자주 깜빡이고 놓치던 날이 있었다. 그의 말을 몇번이고 달리 생각하다가, 하지말껄 하는 후회들을 곱씹다가.


꼭 해야하는 일들을 놓치기도 했고, 주변 사람들을 살뜰하게 돌보지 못했다. 자주 힘을 빼고 걷는 모습을 들킬까봐 나가는 것도 싫었다. 그땐 버려지고 약한 것들은 전부 나 같아서 매일 눈물을 글썽였다.

언젠가 다 좋아질거란 말들은 검은 종이에 적힌 검은 글자처럼 내겐 잘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정말 약이었을까. 가장 따스한 곳에서도 냉기를 느꼈는데, 도대체 그 작은 기운은 어디서 온걸까. 새싹처럼, 새살처럼 돋아난 기운에 한참을 얼떨떨하다가 작게 말했다.


이제야 괜찮네.


오래도록 힘들었다. 힘들던 마음만큼 변하기 어려운 것이 없는데, 잘 버티고 살아주어 신이 돌봐준 모양이다.


숨이 트이니 바람도 부드럽고 약한 존재도 그저 따뜻하게 돌봐주고 싶다. 주변 사람들도 살뜰하게 챙기고, 어깨도 조금 피고. 밝은 말도 종종 하고, 예쁜 단어들도 주워담고 무엇보다 자주 웃고 싶다.


결국 내 마음이 전부다. 세계는 그것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그러니까 마음을 정말 잘 돌봐야 한다. 물론 시간이라는 약이라는 말을 꼭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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