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니강 Jan 30. 2024

어플의 모습이 진짜 '나'인 줄 알았어요...


곧 제 결혼이 다가옵니다. 

웨딩드레스를 볼 때가 되어 랑이와 어머니와 함께 집을 나섭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미용실에서 머리도 하고, 비싼 돈을 주고 메이크업도 한 번 받아 봅니다.

일생에 몇 번 없는 날이니까요.


머리를 다 하고, 메이크업을 마치고...


짠!


어디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사람이 나타납니다.

아주 아주 예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눈길 한 번 갈 만한 화장에 머리를 한, 꽤 꾸민 아가씨입니다.

바로, '나'입니다.


오늘은 그렇게 세 사람이 웨딩드레스를 보러 가기로 한 날! 

머리와 얼굴에 힘을 잔뜩 주고 차를 타고 신사동으로 떠났습니다.







큰 3층짜리 건물엔 세상에 모든 드레스를 다 갖다 놓은 것만 같았습니다.

요정, 아니 천사... 가 나타날 것만 같더군요.


어머니와 랑이가 골라 준 드레스는 총 5벌. 하나하나 차례차례 짠~하고 입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입어볼 때마다 모두들 감격의 눈물! 이 나올 것만 같습니다.


나는 랑이에게 코치합니다.


"이거 진짜 이쁘게 찍어줘야 해. 알았지?"


"알았어, 나만 믿어."


...........



드레스 '런어웨이'가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사진을 핸드폰으로 전송받아 하나하나 훑어봅니다.


아니...!!!!

내가 생각했던 내가 아닙니다.

내가 생각했던 나는 7, 아니 8등신의 여리여리한까지는 아니어도, 그래도... 정상적인(?) 체구의 신부의 모습인데, 사진에는 5등신의 뚱~한 나 비슷한 사람만 찍혀 있습니다.


너무나도 화가 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은 바로 '쌩카'였던 것입니다.

내가 평소 썼던 카메라 어플이 아니고, 그냥 핸드폰 카메라였던 거지요.


사진에는 우람한 내가 드레스를 입고 웃으며 재롱잔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 정말 창피하다..... 우 씨....'


괜히 오는 길에 랑이에게 신경질만 내어 봅니다. 


그렇지만 어쩌겠어요. 

문제는 어플의 모습이 진짜 나인 줄 알고 살아온 나 자신의 문제였겠죠.


괜스레 랑이에게 화만 내 미안해지는 밤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거울의 '글씨' 효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