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strophe와 Apocalypse

by madame jenny

아포스트로피는 생략의 기호다.


무엇인가 빠졌다는 표시.
보이지 않지만,
원래는 있었던 것의 흔적이다.

반면 아포칼립스는 종말을 뜻한다.
거대한 붕괴나 재난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다.

그런데 두 단어를 소리 내어 읽어보면 묘한 공통점이 있다.

A로 시작하는 발음, 강한 자음의 반복, 비슷한 박자감.


A-pos-tro-phe.
A-po-ca-lyp-se.

의미는 다르지만, 소리의 리듬은 닮아 있다.
길이도, 호흡도 비슷하다.
그 언어적 진동에서

나는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작은 기호와 거대한 종말이,
소리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었다.

아포스트로피는 무언가를 지우는 표시이고,
아포칼립스는 어원적으로 ‘드러남’, ‘폭로’를 뜻한다.

하나는 삭제를,
하나는 드러남을 말한다.

반대처럼 보이지만, 둘 다 보이지 않던 것을 드러내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닿아 있다.

빠진 자리를 통해 드러나는 것,
끝에 이르러 드러나는 것.

서로 다른 크기지만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는 셈이다.

여백은 단순한 빈 공간이며
지워진 자리다.

생략되었기에 더 분명해지는 자리.

불필요한 단어를 제거하고,
구조를 바꾸고 이동시킨다.
구조의 변화가 판단의 방향을 바꾼다.

세련된 자유가 느껴진다.

절제도
내버림도
때론 의도적으로
의미를 꽉 채워 넣지 않고 비워두기

무질서한 해방이 아니라,
구조를 이해한 뒤에 비워두는 여유.
세리프체의 단정함은
균형을 더한다.

정확히 배열된 활자와

넉넉한 여백 사이에서 긴장이 풀린다.

통제된 질서 속에서 허용된 공간이

오히려 더 넓게 느껴진다.

우리는 매일 말을 하고, 글을 읽고,
판단을 내린다.

그 모든 생각은 말로 글로 표현되지만
Apostrophe처럼
때론 간략하게 생략한 흔적을 조용히 이해할 여유도 필요하다.


불필요한 부분은
감정적 소모 없이
세련되게 삭제함으로써
드러나는
자유로움.

자유는 그냥 얻어지는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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