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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May 09. 2016

혼자 여행한다는 것

뉴질랜드, 첫 날 만난 나티아.

혼자 뉴질랜드로 여행을 떠났다.

지난 해 몸이 아프기도 했고 나 자신이 속 앓이를 많이 하기도 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진정한 자아를 찾고, 나를 시험해 볼 겸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


"또 혼자 여행을 가?"

"넌 참 특이해. 왜 혼자 여행을 가니?"

"그렇게 여행갈 사람이 없어?"

"빨리 결혼을 해. 혼자 여행 그만다니고."

"무슨 일이라도 겪었어? 왜 혼자 여행을 가?"


별 이야기를 다 들어가며 혼자 여행을 다녔지만, 이번 여행을 달랐다.

오직 혼자 있는 순간, 나 스스로 내가 좋아 하는건 무엇이고 싫어 하는건 무엇이며 내 가치관은 무엇이고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이고 부족한건 무엇인지를 찾는 것 뿐 만 아니라, 세속에서 벗어나 그동안 갖고 있던 게으름이나 두려움을 버리고 자신감을 찾고 싶었다.


이번 여행은 뉴질랜드 북섬을 한 바퀴 도는 것이었고 이동수단은 Stray bus Jill pass를 이용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유스호스텔, 스트레이 버스, 다양한 액티비티나 여행 후기,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등의 이야기들을 적어볼까 한다.



첫 날 만난 나티아.


나를 변화시키고 좀 더 성장하기 위해 떠나 온 여행.

오롯이 내게만 집중하며 나를 찾고 싶었다.

이상하게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외로웠다.

큰 맘먹고 모은 돈으로 기껏 여행을 와서는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뉴질랜드의 12월은 하루에 4계절이 왔다 갔다 할 정도로 일교차가 컸다.

여름옷만 가져간 탓에 추워서 벌벌 떨고 있었다.

호스텔 앞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했다.

강한 바람 속에 커피향이 진하게 퍼져 잠시나마 행복을 느낀다.



혼자 여행한다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신념과 믿음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자, 누구에게나 필요한 하나의 중요한 수단일 것이라 확신한다.

그런데도 여행의 시작은 왜 이렇게 두렵고 외로운지 나 자신조차 알 수가 없다.

주변사람들에게 그토록 '삶의 의미'와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물어보고 다녔어도, 절대 답이 나오지 않아서 떠났다.

결국 그 행복은 나 자신이 찾아야 하는 만큼 이번 여행에서 온전히 내게 몰입해 '삶의 의미'를 찾고 싶다.

또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하면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을 것이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니 외롭고 두렵기도 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도 종종 있었다.

중요한 건 그럴 때 마다 누군가가 옆에서 힘이 되어주거나 달래주고 도와주지 않는다.

그래도 바로 이 시기를 겪고 이겨낸다면 그 희열과 달콤한 중독으로, 또 여행 가방을 낑낑대며 싸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렇게 외로운 여행 첫 날 이었다.

무엇보다 생각과 달리 차가운 오클랜드 사람들의 시선에 나 혼자 상처를 받고 투덜대고 있었다.


창문도 사람도 없는 XBASE 호스텔 여성전용 도미토리에 한 여자가 들어온다.



아주 밝게 웃으며 "안녕?"

"응 안녕. "


이때는 사실 그저 피곤한 몸 상태와 외로운 맘 때문에 누구와 이야기할 힘도 없었다.

차라리 나티아를 여행 중반에 만났다면 참 좋았을 텐데.


"어디서왔니? 여기 방에 아무도 없었는데 너가 오네! 완전 좋아!"

"난 한국에서 왔어. 오늘 도착했고 며칠 뒤에 스트레이 버스 타고 북섬을 여행할거야.

넌 어디서 왔니? 여행 중이야?"


"스트레이 버스? 와 재밌겠네. 난 뉴질랜드 마타마타에서 왔고 오프라윈프리 쇼가 오클랜드에서 열린대서 그거 보러 왔어. 시간 날 때마다 여행 자주 다니고 호스텔에서 이렇게 자주 지내고 그래. 오늘은 트래킹 하고 왔는데 얼마나 많이 걸었는지 너무나도 뿌듯해! 이 지도 봐봐!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를 돌았어! "


그렇게 나티아는 자기 이야기를 계속 했고, 가족들에게 크리스마스카드를 쓰고 있다며 아주 들떠있었다.

나티아는 공항 지상직에서 일하고 있고 언어에 관심이 많아 불어, 아랍어도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책도 좋아해서 서로 가져온 책 소개도 간략하게 해줬는데 확실히 그 친구도 여행을 좋아하고 다양한 문화에 열려있었다.

이때는 여행 첫날이라, 여태까지 여행하면서 만났던 좋은 사람들만 생각 했던 탓인지 이 친구가 얼마나 좋은 아이었는지를 깨닫지 못했었다.

깜깜한 방에 빛이 밝아진 것처럼 나티아 덕분에 방이 아주 밝아졌다.

화장도 하지 않고 등산복에 신기하게 생긴 등산용 구두(?)를 신었지만, 아주 예뻤고 해맑았다.

잠시나마 어두워져 있었던 내게 아주 밝은 친구를 만난 건 고마운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호스텔에서 그렇게 밝고 착한 친구를 만났다는 건 아주 행운이었다.  


나티아가 한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혼자 여행하니까 이렇게 너와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아.

사실 친구랑 여행을 하다보면 호스텔에서 이렇게 만났어도 친구랑 얘기하게 되고,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적어지는 것 같아.

난 그래서 혼자 여행하면서 너랑 얘기한 것처럼 이렇게 다른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을 만나 이야기 하는 게 너무너무 좋아! 너한테 책 소개도 받았고! "


나티아가 한 말이 바로 내가 혼자 여행 온 이유 중 하나였다.

사람들은 왜 혼자 여행을 하는지 이상하게 쳐다보기도 하지만, 누군가와 여행을 할 때와 다르게 '혼자' 여행을 한다는 것은 그보다 더 값진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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