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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May 21. 2016

여행하면서 가장 좋았던 나라는 어디였나요?

뉴질랜드 혼자여행, 무보수지만 행복하다는 독일인턴생

마오리에 도착했다.

뉴질랜드 마오리 문화를 체험하게 될 1박2일.

가장 먼저 마오리족의 전통 인사인 '홍이'를 한 뒤 인사말인 'Kia ora'를 외쳤다.

코를 맞대고 악수하는 '홍이'를 모두가 돌아가며 한번씩 하는데 색다른 경험이었다.

부끄러워하지 않고 아주 당당하게 웃으며 하는 유럽애들과 달리 나와 베트남 남자애만 부끄러워 하는 것 같았다. 하긴 코를 맞댄다는건 친한 친구와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인데 말이다.


'홍이'는 '나는 당신을 믿습니다' 혹은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마오리족 문화도 배우고 함께 노래와 춤을 배워 공연도 하고 전통음식 '항이'를 먹었다.


오늘은 우리 모두가 가족이 된 것이라고 강조하며 모든 일을 함께 해야 된다고 해서 식사 준비와 설거지 등을 함께 했다. 숙박, 공연비, 음식 등이 포함된 가격이라 많이 비싼 편이었는데 지금까지 여행한 숙소중 처음으로 따뜻했고 샤워실도 깨끗했다.


저녁식사를 하며 노마즈(스트레이 버스) 인턴쉽을 하고 있는 독일여자애와 대화를 나눴다.

워낙 진지한 대화를 좋아하는 나는 먼저 또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만족하는지와 꿈에 대해 물어봤다.

기자시절 인터뷰 본능이 자꾸 튀어나온다. 게다가 내 진로와 삶에 대해 다시 고민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인턴쉽을 하고 있는 독일 여자애는 Tourism을 전공했고 뉴질랜드에서 3개월간 관광비자로 인턴쉽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전공도 잘 맞고 일이 너무 재밌다면서 뉴질랜드에 왔을때 여기가 내가 찾던 집이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자기는 사실 독일이 싫고 무엇보다 독일 사람들이 싫다고 한다. 잘 웃지도 않고 냉소적이고 자기랑 안맞는 것 같다고 한다. 뉴질랜드에 처음 왔을때는 사람들이 너무 따뜻하고 친절하단 생각을 했다면서 비자를 어떻게든 연장시켜서 뉴질랜드에서 일을 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큰 개와 커피를 좋아하니까큰 개를 키우며 카페가 있는 호스텔을 운영하는게 꿈이라며 활짝 웃었다. 지금 그 여자애 표정은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고,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했더니 자기도 그걸 아는 만큼 더 열심히 일한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서 듣고있던 독일 여자애가 독일이 왜 싫냐면서 자긴 독일이 좋고 독일도 살기 좋은 곳이라며 반박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어도 독일사람들도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 많다며 여행중에도 독일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을 여러번 했다고 했다.

그러다가 인턴쉽을 하고 있는 독일애와 서로의 의견을 얘기하는데 괜히 쫄았다.

그 친구에게 뉴질랜드가 '집'같다면 나는 캐나다 노바스코샤에 있을 때가 그런 느낌이었다고 했더니 옆에 있던 캐내디언 여자애가 노바스코샤에 할게 있냐고 진심이냐고 놀렸다.

내가 있던 곳엔 펍도 있고 심지어 클럽도 있었다고 무시하지 말라며 다같이 웃었다.


아마 나 역시 그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을 거라고 했더니 모두가 동의했다.

뉴질랜드에서 인턴쉽을 하고 있는 청년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과 대화해보면 모두가 동일하게 말하는 것이 '뉴질랜드'에 온 순간 행복해졌다는 것이다.

인턴쉽을 하고 있는 청년들 중에 무보수로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도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어떻게 해서든 비자를 연장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공통되게 돌아온 말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는 대답이었다.

행복하니까 더 있고 싶다고 했다. 

이들도 내가 캐나다에 가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평화로운 환경에 흠뻑 젖어 들었을 때 그런 기분과 같은 걸까?

여행을 좋아한다고 하면 가장 좋았던 나라나 도시가 어디였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머릿속으로 여행한 나라들을 떠올리면 숙소가 깔끔했고 경제적으로 가장 풍요로웠거나 아름다웠던 곳이 가장 좋았던 도시가 아니었다. 내가 가장 좋았던 곳은 내 마음이 편안했고 외롭지 않았을 때였다.

이번 여행에서도 그랬다. 혼자가 편하다고 혼자 여행을 떠났지만 혼자 먹고 싶은 걸 먹고 싶을 때 먹고 하고 싶은 걸 하고싶을 때 할 수 있는 자유를 가졌지만, 가끔씩 외로워질 때면 뭔가 허전하면서 사람이 그리웠다. 

조금은 불편할지라도 좋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웃을 때 난 행복했다.

어떤 나라나 도시가 더 살기 좋거나 그곳에 가니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서 가장 좋은 '곳'이 되는건 아닐거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나라로만 생각했어도 그 나라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사람들과 함게 행복한 시간을 함께하면서 내 마음이 따뜻해졌다면 그 나라는 내 고향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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