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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May 21. 2016

혼자 여행할 때 챙기면 좋은 준비물 '영어'

뉴질랜드 혼자여행, 스트레이버스 둘 째 날



Stray bus 첫날밤 라글란숙소는 굉장히 추웠다.

뉴질랜드 12월 중순의 날씨는 내가 생각했던 여름 아니 초봄도 아니었다. 
그냥 겨울이었다.. 아주 가끔씩 해가 쨍쨍할 때만 따뜻할 뿐 그 외의 시간은 거의 겨울이었다. 


독일아줌마, 스콧랜드 여자애랑 같은 방을 썼는데 벌레가 끊임없이 윙윙거리고 티셔츠 두겹, 바람막이에 후드잠바, 그위에 두꺼운 니트가디건까지 입고 잤음에도 불구하고 추워서 계속 깼다. 

게다가 귀마개를 하고 잤는데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스콧랜드여자애가 방이 울리도록 코를 골았다.

난 이렇게 잠못이루고있는데 스콧랜드여자애는 참 잘도잔다. 

트렁크에서 비치타월을 꺼내서 몸에 또 꽁꽁 싸맨뒤 이불속에 들어갔다. 철저히 차단됐다. 

와이파이도 안되고 같은방 친구들 깰까봐 불도 못키고 눈감고 멍때리는게 이렇게 힘든건줄 몰랐다.

돈주고 사서고생인가 싶다.

아무래도 혼자 여행한다는 건 인내심을 키워주는것 같다.

그렇다고 지금 스트레이 버스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라글란에서 마오리로 이동하는 날. 드디어 아침이 밝았다. 얼른 짐을 싸서 출발했다.

가는길에 어제 미리 예약해놓은 와이토모 동굴(Waitomo caves)을 들러 Spell bound waitomo caves tours 를 하는 날이었다. 

Adventures를 할 친구들은 다른 곳에 내려주고, 나는 어제 예약한대로 Spellbound dry trip을 할 곳에 내렸다. 가이드아저씨가 우리를 태워 동굴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길에 바라본 바깥 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이 경이로운 대자연속에 나는 누구인가 뭐하러 그렇게 아둥바둥 살고 하나부터 열까지 집착하며 살고 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동굴에 도착해서 와이토모 반딧불 동굴 투어를 시작했다. 

동굴내부를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보트에 타서 예쁜 반딧불을 보며 모두가 감탄을 했다. 

동굴 투어를 하면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소통'을 위한 '영어'

Stray bus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함께 걷다가 한 스위스 남자애랑 이야기를 나눴다. 

스위스 친구는 아주 착하고 뭐든지 배려하는 성격이었다. 

라글란 숙소에서 먹을 아침을 미리 준비하지 못했던 터라 투어를 하는 내내 배가 많이 고팠다. 

내가 아침을 못먹어서 배가 고프다고 한 말에 자기가 가지고 온 에너지바를 내게 건넸다. 

평소에는 어디서든 사 먹을 수 있는 에너지바지만 아주 고마운 에너지바였다. 

스위스 남자애는 Stray bus에서 영어를 조금 못하는 편이라 답답하다고 했다. 

다음번에 오면 영어를 더 공부해서 올거라며 자기가 가끔 못알아듣는 거 미안하다고 했다. 


대학시절 프랑스 해외봉사활동을 했던 기억이 났다. 

그때 아무리 즐겁고 보람된 시간을 보내고 왔다해도 뭔가 마음 한켠에 답답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는데 그때 그 기분을 느끼고 있는걸까? 

그 때 스무명정도의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며 봉사활동을 하면서 '영어'란 장벽에 부딪혔다. 

‘한국에서 영어를 십년을 배워도 말한마디 제대로 못한다.’는 말이 몸소 와닿았던 유일한 시기였다. 

그때 그 경험이 터닝포인트가 되어 영어공부를 하러 캐나다에  떠났고 지금 영어를 가르치는 입장이 됐다.

영어말하기를 공부(?)하기 전과 후의 여행은 180도 달라졌다.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됐고 더 많은 친구들을 사 귀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영어'라는 건 이렇게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영어가 좋고 꾸준히 공부하고 싶다.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외국인과의 대화보다는  읽기, 문법을 위주로 배운 내용을 얼마나 숙지했는지 연필로 시험을 보고 그걸로 영어 실력을 판단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방과후 원어민 수업이나 토론수업도 확대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것도 유치원 때부터 사교육을 받아온  아이와 아닌 아이와의 차이는 현저히 다르다. 게다가 아직도 영어회화보다 중등내신, 고등입시강사의 페이가 더 높은 것도 현실이다.

한국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확고한 신념 하나가 있었다. 시험문제를 풀기 위한 '영어'가 아닌 '소통'할 수 있는 '영어'를 계속해서 공부하고 가르치겠다는 신념. 

한국에서 잠시 현실속에 갈등했지만 여행을 하면서 내 신념이 옳았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보트를 타고 반짝이는 반딧불을 올려다보니 밤하늘의 별같이 반짝이는게 너무나도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반디벌레는 이 곳에서 자유롭고 행복할까? 


가이드아저씨가 어디 나라에서 왔냐고 먼저 말을 걸어줘서 여러가지 대화를 했다. 

게다가 유독 작은 동양여자애가 안쓰러웠는지 보트에 탈때도 가장 안전한곳으로 앉게 해주시고 여러모로 많이 챙겨주셔서 감사했다. 동굴투어가 끝나고 한참을 걸어가 가이드아저씨가 준비한 커피와 스낵을 먹었다. 

해가 쨍쨍해지면서 날씨도 따뜻해지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앉아 다같이 블랙커피를 마시는데 행복했다.

산속 숙소에서부터 버스를 타고 오느라 아메리카노가 너무너무 마시고 싶었지만 마실 수 없었던 찰나에 아름다운 곳에서 마시는 커피는 뉴질랜드에서 마신 커피중 가장 맛있었다. 가이드아저씨한테 여태 뉴질랜드 여행하면서 마신 커피중 가장 맛있다고 고맙다고 했더니 아주 좋아하시며 나를 더 챙겨주셨다. 

항상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다는 걸 또한번 느꼈다. 


다같이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다가 내 셀카렌즈를 보고 처음봤다며 신기하다고 하길래 본의아니게 구구절절 셀카렌즈 홍보를 했다. 그리고 셀카렌즈로 사진도 찍고 다같이 단체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렇게 동굴투어를 끝내고 산을 올라가 사진을 찍다가 한 카페에 들렀다.

점심으로 각자 먹고싶은 음식을 시켰고 나는 맥주한잔과 파스타샐러드를 사서 먹었다. 

그리고 버스에 타서 다른 액티비티를 한 친구들을 픽업한뒤 우리는 마오리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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