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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May 21. 2016

뉴질랜드, 요가 클래스에 참여하다.

뉴질랜드 혼자여행, 스트레이버스 첫날

뉴질랜드를 혼자 여행하기에 Stray bus는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Stray bus에서 조금 안좋은 일을 겪을 때마다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절대 추천하지 말아야지 생각했었지만 지금 되돌아보니 그래도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일단 Stray travel 홈페이지에서 내가 선택한 Bus Pass에는 Stray bus에서 픽업하는 몇몇 호스텔들이 있다. 그 중에 한 호스텔로 선택을 하고 예약을 해 놓으면 내가 선택한 호스텔로 선택한 시간에 나를 픽업하러 온다. 오클랜드에서 라글란으로 이동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오클랜드 Xbase에서 3일을 머물고 있었고, 내가 예약한 날짜와 시간에 맞춰 Xbase 백패커스앞에서 Stray bus를 기다렸다. 

많은 걱정을 했지만 정말 그 시간에 맞춰 주황색 스트레이 버스가 여행자들을 픽업하러 나타났다. 


먼저 내 모든 짐을 싣고 버스에 타서 인사를 했다. 스위스, 독일에서 온 여행객들이 많았고 대부분 20대 중후반이었다. 다른 호스텔들도 들러 그 날에 출발하기로 예약한 모든 여행객들을 태우고 체크한 뒤, 드라이버가 마이크로 여러가지 설명을 해주면서 라글란으로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스트레이 버스를 운전하며 가이드 역할도 하는 드라이버 알비스가 파일을 돌리는데 그 파일(Activity Booking Sheet, Accommodation Sheet)에는 몇가지 액티비티와 이름 등 적는 칸이 있고 또 하나는 오늘 들를 숙소에 대한 체크를 하기위한 이름 등을 적는 칸이 있다. 


오늘 라글란으로 이동하면서 어떤 곳에 들러 무엇을 할거며 아침은 어떻게 먹고 점심은 어떻게 먹을 것이며 지금 돌리는 액티비티는 어떤것이 있으며 그 액티비티를 어떻게 신청하고 그 신청한 액티비티는 언제쯤 어떻게 할것이며 돈은 어떻게 언제 지불하면 되고 오늘 머물 숙소는 어떤 곳이며 등등.. 


모든 일정이나 알림은 버스 안에서 이동중에 드라이버가 설명을 해준다. 


첫날 액티비티는 서핑이었고 다음날 액티비티는 WAITOMO CAVES Adventures나 Spellbound dry trip이 있었는데 겨울처럼 추운날이었고 첫날부터 몸쓰는 체험을 할 용기가 나질 않아 그냥 반딧불을 보며 투어하는 종류의 스펠바운드를 선택했다. 


이동 중에 잠시 맥도날드에 들러 아침을 먹고 폭포를 보고 타운에 내려 구경을 하고 여러가지 한 뒤 숙소에 도착했다. 


뉴질랜드 Raglan, 요가 클래스에 참여하다.

첫날 도착한 숙소는 산속에 있는 곳이라 와이파이도 안되고 심지어 유심칩으로 데이터를 쓸 수도 없었다.

산속에 있어 공기도 좋고 평화로운 기분이 들었지만 가져간 책을 하루종일 보기엔 너무 지루하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마침 쉬고 있는 스콧랜드에서 온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오늘 뭐 할거냐고 물어봤더니 요가강사가 숙소에 있다고 들었는데 사람이 적어서 반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 친구 덕분에 네 명이 모여 5불에 1시간 동안 요가클래스를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스코틀랜드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았으면 이런 좋은 경험도 놓쳤을 거다. 역시 혼자 여행하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건 먼저 다가가는 것이란 걸 또 한번 깨닫는다.   

나와 스콧랜드, 독일, 영국에서 온 친구 넷이 요가클래스를 참여하게 됐다.

요가 강사는 미국에서 온 30대 초반 여자였고 뉴질랜드에 있으면 그냥 마음이 편안하고 너무나도 행복하다고 했다. 요가 매트 여러개와 음악만 있으면 자기 사무실이 된다며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모든 게 좋다고 했다. 그 모습을 보니 내가 걸어온 삶과 지금 걷고 있는 삶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됐고 행복이란 남에게 보여지는 것이 아닌 내 안에 있는 것이란 걸 왜 잊고 있었나 싶었다.   

독일에서 온 친구는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고 호주, 뉴질랜드 여행을 6개월째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나온 삶에 대해 돌아볼 겸 장기간 여행을 하고 있는데 솔직히 집에 가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여행은 좋은 것이지만 가끔은 집이 그립기도 하고 매일 좋은 것만은 아니라며 서로 맞장구 쳤다.   

요가를 하러 한참을 걸어갔는데 아까 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꼭 한번 올라가 보고 싶었던 view point가 나왔다. 우리가 오늘 저곳에 올라가 바다를 보며 요가를 한다는 것에 다같이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요가 매트를 각자 하나씩 깔았고 요가 강사가 틀어준 음악으로 다같이 요가를 했다.   

바다를 보며 명상을 하고 호흡을 내쉬며 몸을 푸는데 하늘에 떠있는 기분이었다. 예쁜 구름과 살랑살랑 부는 바람 그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까지 내 앞에 펼쳐지는 모든 풍경들이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줬다. 이런 게 행복일까?   


요가가 끝난 뒤 미리 신청해놓은 피쉬앤 칩스를 먹기 위해 몇몇 친구들이 모였다.

알비스가 피쉬앤 칩스를 먹을 인원을 조사했었고 그 인원대로 주문을 해놨었다.

산속에 있는 숙소라 레스토랑도 없고 슈퍼도 없어서 미리 슈퍼에 들러 저녁을 사온 여행객들도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피쉬앤 칩스를 먹겠다고 했었다.


피쉬앤칩스를 먹으러 다같이 버스를 타고 바닷가로 갔다.


알비스가 미리 주문해놓은 피쉬앤칩스를 받아서 바다가 보이는 바닥에 자리잡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가을날씨였던 뉴질랜드가 비바람이 치며 겨울로 변했다. 이 나라 날씨는 참 어렵다. 


피쉬앤 칩스를 먹으며 영국 친구와 스위스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둘다 30대 초반이고 스위스 친구는 배관공 일을 하다가 왔고, 영국 친구는 회계사라고 했다.

뉴질랜드 여행을 그냥 조금 편하게 하고 싶어서 북섬에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로 스트레이 버스 패스를 사서 따라다니고 있다고 했다. 


서로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 했다. 영국 친구나 스위스 친구 둘다 회사마다 다른 건 사실이며 일이 많고 바쁜 회사가 많기도 하지만 한국처럼 야근이 많은 편은 아닌것 같다고 했다. 


둘다 자기 일에 만족하며 힘들 때 가끔씩 이렇게 여행을 떠나 재충전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둘다 여자친구가 있는데 여행중에 계속 전화를 해서 일이 힘들다고 투덜댄다고 했다. 


혼자 여행와서 좋다면서 여자친구랑 잠시 떨어져있는건 서로한테 좋은 것 같다며 다같이 웃었다.  


뭐든지 잘 먹는 나지만 피쉬앤 칩스는 굉장히 느끼해서 다 먹지 못할 것 같았고 남은건 영국 친구가 모두 해치웠다.


그렇게 이야길 하고 있는데 갑자기 추워지고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강풍에 종이가 날라가고 비바람이 거세졌다. 나는 갑자기 비가 와서 일단 먹던 음식이 중요한게 아니라 비부터 피하고 싶고 땡볕이었던 날씨에서 갑자기 추운 겨울 같은 날씨가 되어 실내에 들어가 옷부터 갈아입고 싶었다. 하지만 친구들은 비가 오든 강풍이 몰아치든 그저 먹던 피쉬앤 칩스, 하던 대화에 집중했다.

게다가 민소매 티를 입고 있든 반팔 반바지를 입고 있든 비를 피할 생각은 없이 웃으며 "비가오네? 이정도면 괜찮네뭐"라는 말 뿐이었다. 유난스러운 나는 그들과 함께 한 첫 날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뭐든일이 유난떨든 안떨든 다 어찌어찌 해결되는 건데 말이다. 


스트레이 버스 첫날은 그렇게 정신없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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