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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May 15. 2016

승마, 말에서 떨어지다

뉴질랜드 액티비티, 승마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끓여 마시고 승마 액티비티를 하러 갔다.   

내가 뉴질랜드에서 가장 기대했던 액티비티인 만큼 화이트 와인을 한잔 마신 듯 들떠있었다.   

안내자의 인솔하에 모두 말에 탔고 나는 가장 마지막에 말을 배정받았다.  


말이 아주 커서 키가 작은 나는 올라가는 것부터 힘들었다. 
말 이름은 Mick이라고 했다. 말과 교감하는 게 중요하다고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인사를 하고 말을 계속 쓰다듬어줬다. 
그렇게 말에 올라타니 긴장됐다. 승마 코스가 생각보다 길었고 길이 좁고 낭떠러지 옆을 지날 때도 많으며 안전장치가 하나도 없어서 조금 무서웠다.
그래도 많이 훈련된 말들 일거라 믿고 경치를 즐겼다.

날씨도 아주 좋았고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양떼, 말, 소들이 풀을 뜯어 먹는 이런 경치를 언제 또 즐길 수 있을 까 싶어 흥얼거리며 만끽하고 있었다. 심지어 말 위에서 셀카를 찍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탄 말 Mick은 자꾸 경로를 이탈하고 갑자기 풀을 뜯어먹으려고 막 달리거나 다른 곳으로 가서 멈춰 서더니 오줌을 싸기도 해서 당황스러웠다.   

이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잠시 멈춰서 경치를 즐기는 타임이었는데 내가 탄 말이 갑자기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하는 거다. 말을 타본 경험도 없을 뿐더러 줄을 당겼지만 말은 더 빠르게 달렸다.   


그리고 난 낙마했다. 


거의 말이 날 던지듯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무엇보다 머리로 넘어져서 갑자기 어지럽기 시작했다.

손과 무릎이 까졌지만 무엇보다 머리가 너무 아팠다. 갑자기 일어난 상황이라 모두가 놀랬다.

안내자가 다가와서 괜찮은 지 물어본 뒤 다시 말에 타서 숙소로 돌아가야 될 거 같다고 하길래 난 너무 놀랬고 머리가 아파서 다시 못 탈 거 같으니 나를 숙소까지 데려다 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안내자가 사무실로 전화했고 한 남자직원이 경운기 같은걸 타고 나를 데리러 와서 타고 갔다.

경운기를 타고 안내자와 대화를 하며 숙소로 돌아갔다. 많이 있는 일이냐고 했더니 자주 일어나는 일이긴 하다고 했다. 자긴 자주 넘어져서 다친적도 많다고 웃으며 말하길래 나도 하하 웃었다.

블루덕 카페로 내려주고 커피를 타주며 괜찮냐면서 아픈 곳이 있으면 말하라고 하길래 다친 곳에 밴드를 붙이고 쉬면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가져온 아스피린을 먹고 좀 누워있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고싶다. 별것도 아닌 얘기지만 말에서 떨어졌는데 놀랬다고 말 하고 싶다. 일단 샤워부터 할지 오늘 일정을 어떻게 바꿀지 약먹고 쉬면 될지 점심은 뭘 먹을지 이런 사소한 이야기를 누군가와 의논하고 싶다. 평소에는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거나 대답 해야 하는게 그렇게 귀찮고 성가시더니 사람은 참 간사하다. 혼자 여행을 한지 일주일이 넘어가니까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혼잣말이 늘어간다. 


나중에 관리자가 와서 어떤 일이 어떻게 어디서 일어난 건지, 어디가 아픈지 Mick이 어땠는지 등을 물어보며 내용을 받아적고 사인을 받아갔다.  

친구들한테 들어보니 스위스 남자애가 탄 말이 새치기를 하려 했더니 Mick이 화나서 자기가 더 빨리 달리려고 갑자기 달리다가 그런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다고 한다. 스위스 남자애는 승마 경험이 많아서 새치기 하려는 말을 달리지 않게 멈췄다고 한다. 


게다가 여행객들이 무리마다 몇 분 간격으로 와서 괜찮냐고 걱정해 줬다. 이 설명만 몇 번 을 반복했는지 낙마한 얘기에 대한 영어 하나는 정말 내껄 로 만들게 된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하다. 하하.  

어쨌든 나를 구해준 헬멧과 걱정해준 친구들에게 고마웠다. 이 얘기를 나중에 오클랜드 호스텔에서 만난 스웨덴 친구한테 말했더니, 뉴질랜드에서 말을 관리하는 인턴쉽을 3개월 동안 해보니 말들은 이 사람이 무서운 사람인지 만만한 사람인지를 안다고 했다. 조금 만만하면 자기 맘대로 행동하기도 한다면서 말을 너무 잘해줘도 안 된다고 했다.  


마치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면서도 올바른 훈육이 중요한 것처럼 말과의 교감과 훈육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어쨌든 너무 놀랐던 지라 다신 하고 싶지 않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이 역시 잊지 못할 좋은 경험이 됐다.  

어쨌든 그렇게 블루덕st에서의 한 에피소드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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