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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May 28. 2016

혼자 여행하면 당연히 외롭다

뉴질랜드 혼자 여행, 외로움에 사무쳤던 '와카호로'

말, 양, 소만 실컷 볼 수 있는 '와카호로'.

산 속 Lodge에서 하루종일 빈둥빈둥.

할만한 액티비티도 없는건 물론 흔한 카페나 레스토랑 조차도 없다.

슬슬 지루해진다.

인터넷도 안되고 5불 주고 샀던 와이파이도 몇분 쓰니 다 떨어졌다.

음악이나 영화라도 다운받아 올걸. 유튜브를 볼 생각에 아무 준비도 안해온 게 후회됐다. 

이곳은 공기도 맑고 경치도 좋은데 '외롭다'.


왜 하필 이번 스트레이 버스는 거의다 커플이거나 가족, 친구들끼리 온 여행객들로 이루어 져 있을까. 

잠시 한국사람과의 수다가 그리워 진다.

혼자 저녁을 먹으려는데 스위스 커플이 앉아있다.

그들과 대화를 했다. 

스위스 커플은 아직 만난지 얼마 안됐는지 굉장히 알콩달콩 조심스러운게 보였다.

잠시 부러워지며.. "나도 이제 혼자 여행 다니는 거 그만 해야될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다 아담애슐리 커플이 와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사진 찍을때 브이 하는 걸 아담이 자꾸 따라하며 웃었다. 

브이 하는게 외국애들한텐 그렇게 웃긴가 보다. 


샤워를 하는데 뜨거운 물이 안나와서 고생했다. 

샤워 매니아인 나는 뉴질랜드 와서 샤워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데 왜 이리도 외로워지는걸까.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고싶다. 

별것도 아닌 얘기지만 뜨거운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찬물로 샤워를 해야된다고, 어떻게 찬물로 샤워를 할까? 아니면 내일 숙소를 옮겨서 샤워를 하는게 날까?

이런 사소한 이야기를 누군가와 의논하고 싶다. 


아무도 받아주거나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 어떤 일이 생기든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 어떤 난관에 봉착하고 해결하면서 느끼는 작은 성취감은 나를  단단해지게 만든다.

혼자 여행을 해도 충분히 외롭지 않다는 말이 내게는 와닿지 않는다. 

짧게 떠났다면 모르겠지만 떠난지 열흘째쯤 되면 사람과의 '대화'가 그리울 때도 생긴다. 


평소에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거나 대답 해야하는게 그렇게 귀찮고 성가시더니.

참 간사하다. 

혼자 여행을 한지 일주일이 넘어가니까 이런 별것도 아닌 얘기를 나누고싶어진다. 

혼잣말이 늘어간다. 


나중에 아담이 다른 방 쪽에 있는 샤워실 하나는 뜨거운물이 너무 잘나온다고 좋은 정보를 알려줘서,

다음 날 아침엔 따뜻하게 샤워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빈둥빈둥 하루를 보내다 잠에 들었다. 


아담이 버스에서 내리면서 뜬금없이 내게 물어봤다. 


"넌 왜 혼자 여행을 왔어?" 


갑자기 들은 질문에 본능적으로 답을 했다.


"편하니까"


혼자 여행 한다는 것



장점

편하다. 


자유롭다.

남 눈치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

양보하느라 내가 하고싶은 걸 놓칠 때.

다양한 사람들과 많은 대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

오로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스트레스 받을 일이 현저히 줄어든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못함으로서 세상을 보는 눈이 더 커진다.

뭐든지 혼자 해결해야 하는 동시에 나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 

의존도는 낮아지고 자립심이 높아진다.


단점

가끔씩 외로움에 사무친다.

무슨일이 생기든지 혼자 해결해야 된다는 것. 

뭐든지 혼자 결정해서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부담감. 

도움을 청할 동반자가 없다는 것.

커플들이 부러워진다.

혼잣말이 늘어간다.


가끔은 큰 맘먹고 모은 돈으로 기껏 여행을 와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지만 이제는 그냥 그 외로움을 느끼고 인정하려고 한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 외로울 때도 있었다고 하면 이제 다신 혼자 여행 가지말라는 피드백도 많이 받는다. 

혼자 여행을 하면 꼭 용기 있어야 하고 여행 내내 즐기면서 당당해야 될 필요는 없다. 

그냥 그 감정변화를 철저히 느끼고 인정해야한다.

우리 일상도 같다. 

혼자 여행하면서 혹은 평소에 가끔씩 사람이 외로운건 당연하다. 

스스로를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 

나를 한심하게 느끼거나 미워하면 남는게 없다. 그냥 어떤 상황에 주어지든 인정하고 더 행복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거나 나를 위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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