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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Jun 06. 2016

호스텔에서 풍기는 '열정'

뉴질랜드 혼자 여행, 노마드 호스텔에서 만난 여행객들

웰링턴에서 스트레이버스를 타고 11시간만에 오클랜드 노마드 호스텔에 도착했다. 


뉴질랜드 여행의 처음과 마지막을 함께하는 오클랜드. 


웰링턴에서 미리 예약했던 노마드 호스텔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누워있었다.


한 유럽여자애가 들어왔다.


스웨덴에서 왔다는 18살 소녀는 스트레이 버스로 여행을 하고 스웨덴에 돌아가기 전에 오클랜드에서 잠시 머무는 것이라고 했다. 


나와 비슷한 루트라 반가웠다. 


스웨덴 여자애는 뉴질랜드 농장에서 말 관리, 청소 등을 하며 몇달을 지냈는데 너무 좋았다고 행복한 미소를 띠었다. 


내가 프랑스 시골에서 해외봉사활동을 했을때 아무리 땡볕에 진흙탕속에 들어가 삽질을 해도 행복했던 그때 그 열정을 저 아이가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행복해 보이는 활기찬 스웨덴 친구가 보기 좋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왜 전과 같은 열정이 없어지는걸까?


열정만 믿고 달려들었다가 아주 차갑고 냉정한 현실에 좌절을 하다보니, 

내 가슴속에 남아있던 열정과 설렘이 자꾸 밖으로 도망가려 하나보다.

 

스웨덴 친구는 스트레이 버스(Stray bus)에 친구들끼리 왔거나 커플들끼리 와서 다같이 노는 분위기가 아니였다고 했다. 자기들 언어만 쓰는 편이라 아쉬웠다고 다음에 뉴질랜드 오면 키위버스(Kiwi bus) 탈거라고 한탄했다. 


뉴질랜드 농장 인턴쉽이나 여행객들중에 독일이랑 더치들이 많은 이유가 뭐냐고 했더니 자기도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며 놀랬다고 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데 잘 모르겠다고 일단은 뉴질랜드에서 더 머물고 싶은데 다시 돌아가야 해서 아쉽다고 했다. 


말 관리를 했다길래 낙마한 이야기를 했더니 말 관리 하다보니 말들은 무섭거나 경력이 많은 사람인지 아닌지 먼저 눈치를 본다고 했다. 조금 만만해보이면 길도 이탈하고 갑자기 달리거나 풀을 뜯어먹거나 한다고 했다. 


뉴질랜드에 있는 동안 너무 많이 먹고 운동도 안해서 7키로나 쪘다고 계속 다이어트 해야된다고 한탄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여행 마지막날이니까 오늘까진 많이 먹고 스웨덴 가서 다이어트 하라고 했다. 물론 나도...


게다가 집에 돌아가기 전에 오클랜드에서 쇼핑을 너무 많이해서 지금 트렁크가 안닫힌다고 이걸 다 어떻게 들고 가야하냐고 자기자신이 한심하다고 계속 한탄했다. 


10대 다운 귀여운 모습이라 피곤한데도 계속 웃음이 났다. 


짐을 싸면서도 스카이다이빙 할때 너무 못생겨 보였는데 비디오 찍힌게 그래도 기대된다고 자기 여행얘기를 한참을 신나서 했다. 내가 있는 내내 스웨댄애는 짐을 싸면서 쉬지않고 얘길 했다. 


같이 밥을 먹자는데 오는 내내 멀미를 해서 혼자 좀 쉬다가 쌀국수를 먹을 계획이었기 때문에 거절했다. 오클랜드 XBASE보단 NOMADS가 여행객들이 훨씬 많이 이동하는 것 같다. 


둘다 여성 전용 도미토리였는데 노마드는 계속해서 새로운 여행객들이 들어왔다. 


이번엔 캐내디언 여행객이 들어왔다. 


23살이라는 캐내디언 친구는 6개월간 호주에 있다가 뉴질랜드 여행을 왔다고 한다. 


스웨댄 여자애는 또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다며 웃으며 캐내디언 여자애한테 말을 걸었다. 


자긴 30시간 넘게 걸려서 뉴질랜드에 왔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끊임없이 했다. 


스웨댄 여자애 체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캐내디언 친구한테 내가 캐나다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해 어필하다가 너무 지쳐서 잠시 쉬고 있었다. 


캐나다 워터루에서 왔다는 캐내디언 여자애 역시 아주 밝았다. 


서양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도 그냥 몇년간 알았던 사람처럼 아주 편하게 대하고 제스쳐가 크면서 아주 밝다. 


무엇보다 스웨댄 여자애랑 캐내디언 여자애는 다 같이 지금 바로 인사한 사이고 나이차이도 있는데도 전혀 신경쓰지않았다. 그냥 여태 알고지낸 친구처럼 노래듣자면서 서로 아이폰을 만지며 음악을 틀더니 춤추며 노래를 불렀다. 


다음날 아침, 스웨덴 소녀의 수다소리에 잠을 깼는데 3시간동안 짐을 싸며 쇼핑을 왜 이렇게 많이 했지 한숨을 쉬며 짐을 다 정리한 뒤 그렇게 스웨덴으로 돌아갔다. 


그날밤 또 새로운 여행객들이 들어왔다. 

네덜란드에서 왔다는데 까무잡잡하고 편한 티에 반바지를 입은 모습이 당당하고 예뻐보였다. 11개월째 베트남, 중국 등 아시아여행을 한 뒤 뉴질랜드 여행 중이라고 했다.


중국은 너무 시끄럽고 불친절한 사람들도 많이 만나서 여태 여행한 곳중 가장 별로였던 나라였다고 했다.

오히려 호주, 뉴질랜드를 여행하면서 만난 좋은 한국인들 덕분에 생각도 안해본 한국도 가보고 싶어졌다고 한다.


생각보다 유럽인들이 우리나라를 궁금해 하고 아시아 여행에 관심이 많다는걸 알게되니 한국 관광산업이 더 발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객들은 여행중에 단 한번 잠시 만난 사람이 어땠느냐에 따라서 그 나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 역시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우리 좋은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내가 만나는 여행객들과 긍정적인 교류를 하고 이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고 다시한번 새삼 깨달았다. 나 역시 여행을 하다보면 풀어질 때가 있고 지쳐서 짜증날 때도 있지만 항상 '예의'를 갖추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할 것이다.


다들 장기간 여행중인 백패커들이었는데 모두가 지치거나 힘든 내색을 보이는 일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활짝 웃으며 다음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신나서 들려줬다.

긍정적이고 당당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게다가 우리 모두의 공통점 '여행'을 통해 서로가 공감할 수 있었고 각자 가지고 있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서양친구들은 대부분이 아주 당당하고 독립적이며 남의 눈치 안보며 아주 밝고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인종차별이 아니라, 내가 만난 서양인 여행객 대부분은 꾸미는 것에도 크게 관심이 없었고 거울을 잘 보지도 않고 쌩얼에 그저 백팩을 매고 티에 바지에 등산화나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 

게다가 뭐든지 남 눈치 보거나 주저하지 않고 주장하고 시도한다. 힘든 게 있어도 불평 없이 긍정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다.

주입식 교육과 수동적인 환경에서 자라서인지 조금은 수줍고 내성적인 나로서는 이들의 모습 속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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