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ook Report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nson Oct 19. 2021

한강 ‘소년이 온다’를 읽고,

독후감

 2019년 10월 20일 오후 5시 32분 기록.  『소년이 온다』는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책이다. 처음 이 책을 펼치며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계속되는 상황에 대한 설명이다. 내용이 이어지는 느낌 보다 끊어진다. 나중에 읽고 나서야 이해가 된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택시 운전사>가 배경 이해를 도와주고 사료나 실제 영상이 잊혀져가는 역사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3년만에 다시 꺼내 읽으며 생각했다. 한강 작가는 왜 『소년이 온다』를 썼을까?


p.57 썩어가는 내 옆구리를 생각해.

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해.

처음엔 차디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

순식간에 뱃속을 휘젓는 불덩어리가 된 그것,

그게 반대편 옆구리에 만들어놓은, 내 모든 따뜻한 피를 흘러나가게 한 구멍을 생각해.

그걸 쏘아보낸 총구를 생각해.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

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

나를 조준한 눈을 생각해.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


 독서모임은 책이라는 매개체를 앞세워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다. 나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타인과 대화는 색다르다. 평상시 생각 못 했던 내용이나 유사하게 느꼈던 장면을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듣는 태도는 중요하다. 이번 참석자는 총 6명이다. 시작은 반 시계 방향으로 자기소개를 하였다. 그 이후 책에 대한 소감을 나눴다.


“책 내용 중에 여성이, 자신에게 손 못 대게 하려고 옷을 벗는 장면이 나와요. 어디까지 인간으로 대하는가? 그런 상황에서 총을 쏠 수 있는가? 윤리적 생각을 나누고 싶어요.” -A


 “실제 희생 고등학교 출신이라 교육을 받았다. 사형에 대하여 버튼을 누른다면 과감하게 자원 하겠지만 총을 쏘는 것은 다르다.” -B


 “인간의 존엄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저자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 아닌, ‘나’, ‘너’ 같이 독자에게 직접 말 하는 내용 전개가 좋았다.” -C


 “사람이 희생될때, 태극기를 감싸며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D


 “일상에서 사료집과 영상을 봤다. 예전 망월동에 들린 적이 있었다. 죽음이 가깝게 느껴졌다. 그때당시 편집된 책의 내용이 궁금하다. p.69 분수대를 왜? 민원실에 전화해서 물이 나오면 안 된다 하였는지 궁금하다. 부마항쟁이나 민주화운동이 나중에 또 발생할까? 궁금하다.” -E


 “라디오로 시간 여행을 하기위해 1980.05.18. 맞췄지만.. 여기는 서울이니까.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한강 작가의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시절 역사가 잊혀지지 않고 기억 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F


p.204 누군가에게 조그만 라디오를 선물받았다. 시간을 되돌리는 기능이 있다고 했다. 디지털 계기판에 연도와 날짜를 입력하면 된다고 했다. 그걸 받아들고 나는 ‘1980.5.18’이라고 입력했다. 그 일을 쓰려면 거기 있어봐야 하니까. 그게 최선의 방법이니까. 그러나 다음 순간 나는 인적 없는 광화문 네거리에 혼자 서 있었다. 그렇지, 시간만 이동하는 거니까. 여긴 서울이니까. 오월이면 봄이어야 하는데 거리는 십일월 어느날처럼 춥고 황량했다. 무섭도록 고요했다.


 1장 ‘광주’ 도청 시민군 시신 정돈, 동호

 2장 ‘광주’ 썩어가는 내 옆구리를 생각해, 정대

 3장 ‘광주’ 조사실 사내 뺨 일곱대, 은숙

 4장 ‘광주’ 시민군 김진수 자살 증언 요청, 나

 5장 ‘광주’ 죄송합니다. 인터뷰는 못합니다, 선주

 6장 ‘광주’ 그 군인 대통령 살인자, 동호 어머니

 7장 ‘광주’ 그 일을 쓰려면 거기 있어봐야 하니까, 한강

보통명사처럼 되돌아오는 ‘광주’, 우리 곁으로 그 시절 소년이 온다


 『소년이 온다』를 한강 작가가 쓰게 되었을 때, 소설이지만 현실을 기반으로 한 역사이야기라 “부담이 컸다” 전해진다. 소설 속 ‘나’는 김진수 학대를 입증하기 위해 고뇌하고 망설인다. 광주에서 계엄령으로 518민주화운동을 제압할 당시 서울이나 다른 지역은 모르거나, 관심이 없을 정도로 전혀 관계 없는 태도다. 그래서 3일뒤, 광주에서 시민군이 총을 획득하여 계엄군을 후퇴시키는 27일까지 역사를 글로 남겼나싶었다. 현실에서도 사건이나 사고는 실질적인 증거 없이 입증에 어렵다. 즉, 말로 증언하는 것이 힘들다는 의미다.


 이는 군함도 같은 일제감정기 시대부터 518민주화 운동까지 억울한 영혼의 넋을 기리기 위한 장치같다. 역사학자는 말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며. 역사는 절대 사라져서 안 되는 사실이다. 사람 생각이 유사하고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말도 있지만, 역사를 기억하고 발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과거 보안사는 현재 국군 기무 사령부가 된다. 동물의 탈피 과정을 보는 듯 하다.


p.8 오늘 적십자병원에서 오는 죽은 사람들은 모두 몇이나 될까. 네가 아침에 물었을 때 진수 형은 짧게 대답했다. 한 서른명 될 거다. 저 무거운 노래의 후렴이 다시 까마득한 탑처럼 쌓아올려졌다가 쓸려내려오는 동안, 서른개의 관들이 차례로 트럭에서 내려질 것이다. 아침에 네가 형들과 함께 상무관에서 분수대 앞까지 날라놓은 스물여덟개의 관들 옆에 나란히 놓일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조지 오웰 ‘동물농장’을 읽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