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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고생 Nov 11. 2019

대한민국엔 블룸버그가 필요하다.

리버테리언과 포퓰리스트를 위한 정당

전 뉴욕시장인 블룸버그가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예비경선후보로 나선다는 소식이 화재입니다. 한국의 경제지에서 무슨 일만 터졌다 하면 성경 구절인양 인용하는 블룸버그통신지의 창업자 이기도 합니다. 그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월가에 입사한 후 정리해고 되었고 퇴직금으로 블룸버그통신을 창업하여 억만장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정치에 입문하기 위해 민주당에 입당했습니다. 뉴욕시장 선거에서는 공화당으로 이깁니다. 2020 미국대선은 또 민주당으로 나가네요. 대한민국 정치였으면 이미 철새라는 이름으로 마감할텐데 그의 대선참전이 돌풍을 일으키는 것을 보니 미국은 다른가봅니다. 그가 공화당으로 뉴욕시장에 출마할 때 NYT 토머스 에드솔(Thomas Edsall) 칼럼을 번역한 뉴스페퍼민트의 기사입니다. 


건설적인 합의와 타협 노선을 싫어한다는 사람은 드물지만, 특정 사안별로 실제 합의를 도출해내는 일은 어렵기 그지없습니다. 왜 미국 정치가 좌우 분열과 양극화을 벗어나지 못하는가에 대한 카르미네스(Carmines), 엔슬리(Ensley), 와그너(Wagner) 3인의 연구를 보면, 미국 정치의 양극화가 완화되거나 중도 성향의 제 3당이 만들어질 가망은 거의 없어보입니다.

이들은 지난 40년 간의 미국 유권자들을 이념에 따라 총 5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진보(liberal)가 19%, 보수(conservative)가 27%, 리버테리언(libertarian)이 22%, 포퓰리스트(populist)가 11%, 그리고 이른바 온건파(moderate)가 21%였죠. 가운데의 21%는 기존의 흔한 분류법에 따라 진보, 중도, 보수로 나누었을 때의 중도(보통 35% 이상)보다 훨씬 적은 수치입니다. 스스로를 중도로 분류하는 사람들도 실제로는 사안에 따라 서로 아주 다른 입장을 취하기 때문에, 세분화시켜보면 “진짜 중도파” 유권자 비율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리버테리언과 포퓰리스트는 양쪽 다 스스로를 중도라고 칭하지만, 이들을 하나의 당으로 묶어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리버테리언과 포퓰리스트의 가치관 차이는 진보와 보수의 차이만큼이나 큽니다. 게다가 우리가 “중도”라고 생각하는 후보가 과연 이들 “중도”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가상의 제 3당이 내놓을 수 있는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는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를 예로 들어봅시다. 전형적인 포퓰리스트, 즉 노조원으로 사회 복지 혜택을 원하지만, 교회에 다니면서 동성결혼이나 낙태에는 거부감을 갖고 있는 백인 남성은 블룸버그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사회적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론 폴 타입의 전형적 리버테리언 역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규제와 세금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블룸버그에게 표를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블룸버그가 한 쪽을 만족시키기 위해 한 쪽으로 기운다면 그는 더 이상 “중도” 후보가 아닌 것이죠.

현재 미국의 공화/민주 양당 체제에서 리버테리언들은 경제면에서는 공화당, 사회면에서는 민주당과 가치를 공유합니다. 포퓰리스트는 그 반대죠. 이러한 상황에서 공화/민주 양당이 택할 수 있는 옵션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당색을 더욱 강화해 핵심 지지자들을 확실히 확보하고, 리버테리언과 포퓰리스트, 그리고 “진짜 중도파”들의 지지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미국 정치는 더욱 양극화되겠죠. 두번째는 “중도” 중에서도 타겟으로 하는 집단을 세분화시켜 공략하는 것입니다. 민주당이라면 리버테리언들을 공략하기위해 경제 정책을 오른쪽으로 옮기는 식으로요. 하지만 두 옵션 모두에 트레이드오프가 발생하기 때문에 양당 모두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의 정치적인 양극화가 완화되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공화당이 거듭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끝에 티파티를 버리고 가운데로 옮겨오는 시나리오입니다. 현실성이 더욱 떨어지는 두번째 시나리오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민주당원들이 당을 장악해, 높은 세율을 두려워하는 부유한 민주당원들이 공화당으로 옮겨가면서 세력 균형을 이루는 것입니다. 하지만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는 중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도의 실체가 없는 현 상황에서는 민주당이 아주 적은 표차로 대통령을 배출하고, 중간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승리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도 유권자”의 존재가 정치나 선거의 모습을 바꾼다는 것은 환상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NYT)


중도후보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말합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중도유권자를 이끌고 뉴욕시에서 3선을 해냅니다. 리버테리언과 포퓰리스트, 중도파들의 존재가 정치나 선거의 모습을 바꾸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겁니다.


국내 정치는 심각하게 양극화되어 있습니다. 서로의 가치를 관철하기 위해 부딪히는지 모르겠지만 갈등을 계속 일으키고 양극화를 만들어냅니다. 한국에도 리버테리언와 포퓰리스트가 존재합니다. 경제는 시장 우선주의를 선호하고 북한과는 온건하게 풀어나가는 방법을 선호하는 층이 있고, 부자 증세와 노동자의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북한문제에 관해선 강경하게 나가야한다는 층이 있습니다. 그들을 위한 정당은 어디 있을까요? 블룸버그가 일으킨 돌풍에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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