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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Sep 12. 2023

크리에이터, 그는 신이야.

Stories: Fashion and Creators

Stories: Fashion and Creators

크리에이터, 그는 신이야





지금 무엇이 인기인지 알고 싶다면 핫한 패션 브랜드들의 이미지를 보면 된다. 제품 자체를 떠나서 이미지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혁신을 거듭하는 브랜드들이 믿고 맡기는 크리에이터들. 그들의 독보적인 세계를 만나보자.



패션 하우스의 얼굴, 디렉터


디렉터, 전체적인 비전을 만들고 이끄는 얼굴. 브랜드의 미래는 이들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책임이 막중한 자리다.



ⓒinterviewmagazine.com, ⓒnylon.com


COMME des GARÇONS의 레이 카와쿠보(Rei Kawakubo), GIVENCHY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매튜 윌리엄스(Matthew Williams), GIVENCHY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매튜 윌리엄스(Matthew Williams)



ⓒvogue.com, ⓒthegentlewoman.co.uk, ⓒAnOther.com


Rick Owens, Martine Rose, Helmut Lang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터 도(Peter Do)



과거 디자이너가 단순히 제품을 디자인하는데 그쳤다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 광고 및 홍보 등 브랜드의 비주얼과 관련된 모든 것을 총괄해 책임진다. 역량에 따라 각자 패션 디자인 영역을 벗어나 다방면에서 아티스트나 브랜드의 아이콘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정체성이 곧 브랜드의 정체성이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

한 편으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는 모양새다. 연이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해고, 이별 소식이 들리니 말이다. 지난 12월 Ann Demeulemeester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꿰찬 루도빅 드 생 세르냉(Ludovic de Saint Sermin)은 단 한 번의 컬렉션을 끝으로 물러났다.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은 끊임없이 브랜드를 재창조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모양이다. 크리에이티브라는 단어가 주는 자유로움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이윤의 논리 앞에서 냉정한 세계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people.com

Louis Vuitton 2024 SS 쇼 피날레 선두에 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퍼렐과 그 뒤를 따르는 Louis Vuitton 팀원들. 



한동안 패션계를 술렁이게 했던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의 Louis Vuitton 크리에이티브 선임 소식이 상징적이었던 것은, 비전만으로도 브랜드를 대표할 수 있다는 일종의 선언이었기 때문이다. 음악계에선 그래미 상을 여러 번이나 받은 팝 컬처 아이콘 퍼렐이지만, 패션은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결국 그가 비전을 제시하더라도 그것을 ‘실제로’ 만드는 것은 팀원들일 테니 말이다. 단 하나의 컬렉션이 나온 지금의 상황에선 패션 하우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의 퍼렐을 평가하기엔 다소 이른 감이 있다. 앞으로 그가 선보일 컬렉션에 기대감을 갖게 되는 이유다.







이 시대의 패션 유행 결정자



단언컨대, 슈퍼 스타일리스트 로타 볼코바(Lotta Volkova)


단순히 멋진 옷을 입히고 꾸미는 것, 그 이상의 것을 구현해 내는 이들만이 세계적인 스타일리스트가 된다. 예전에는 Vogue 매거진 편집장 애나 원터(Anna Wintour)같은 패션계 거장이 유행의 흐름을 꿰뚫고 있어 그의 말대로 유행이 진행됐다면, 지금은 다르다. 인스타그램의 발달과 더불어 로타 같은 아이콘이 곧 인플루언서고 유행의 중심에 있다.



로타 볼코바 인스타그램 @lottavolkova



스타일리스트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지고 온 로타 볼코바. 기존 스타일리스트 역할이 단지 디자이너를 조력하는데 그쳤다면, 로타는 자신이 그 자체로 아이콘이 되어 브랜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더 나아가 브랜드의 미래를 선두 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럼 과거의 로타는 어땠을까.



ⓒwmagazine.com

자신이 스타일링을 총괄하던 VETEMENTS 2016 FW쇼 오프닝을 장식한 볼코바, VETEMENTS 2017 FW쇼., 



지금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의 로타, 달라진 것이 머리 색만은 아닐 것이다. 매 순간 자신의 스타일을 발전시키며 옷에 진심이었던 그녀의 열정은 지금까지 이어졌다. 당시 VETEMENTS 수장이었던 뎀나 바질리아(Demna Gvasalia)과 함께 스타일링을 총괄하기도 했듯 VETEMENTS과 BALENCIAGA를 현재의 명성을 지닌 하이패션 브랜드로 키운 데는 그녀의 지분도 분명 있을 것.



MIU MIU 2022 SS, Blumarine 2022 SS, JennyFax 2023 AW



기존의 MIU MIU가 소녀의 사랑스러움에 집중했다면, 로타는 이에 자신만의 위트를 더해 기대 이상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냈다.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Blumarine도 마찬가지. 이쯤 되면 로타는 패션계의 ‘미다스 손(Midas Touch)’이 아닐까.






<032c>의 이미지를 구축한 마크 괴링(Marc Gohering)


베를린 잡지 <032c>에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패션 디렉터이자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했던 마크 괴링



마크 괴링 인스타그램 @marcgohering



지금은 매니지먼트에 소속되어 여전히 스타일리스트로서 활약 중이다. 어떤 패션 문법에도 구애받지 않고 본인의 취향을 펼쳐 보이는 그는 전복적인 스타일링을 즐긴다.



@marcgohering

ⓒtotalworld.us


032C Issue 40, 032C Issue 40



소셜 미디어 시대의 태도와 가치를 하이 브랜드와 결합한 마크 괴링의 미학.






뻔한 건 싫어! 인스타 계정으로 유명한 스타일리스트, 제이미(Jamie-Maree Shipton)


호주 멜버른 출신이지만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제이미 a.k.a. Airtomyearth는 컬러, 프린트, 레이어링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전형적이지 않은 새로운 형태와 비율을 탐구하는 그녀의 여정은 현재 진행형.



@airtomyearth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 영감을 얻는 무드 보드로 유명한 그녀의 인스타그램 계정 @airtomyearth.



제이미 인스타그램 @airtomyearth



커리어의 시작점부터 기존의 헤리티지 브랜드가 아닌, 떠오르는 신생 디자이너에 눈길을 돌린 점이 그녀의 남다름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가상 현실 설치물로 세 번째 컬렉션을 전개한 Paula Canovas del Vas나 Calderón Asensio, 발랄한 프린팅 작업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Dom Sebastian 등과 같은 브랜드들과 협업하며 시너지를 만들어 냈다.



LUIS DE JAVIER 2023 SS, LUIS DE JAVIER 2023 AW, LADO BOKUCHAVA 2022 FW

VOGUE CS, 10MAGAZINE, BIMBA Y LOLA 2022 SS ⓒJAMIE-MAREE SHIPTON



“나는 개인을 따르지 않는다. ‘누가 그 옷을 입었대’ 그런 것보다는 에디토리얼과 컬렉션이 내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가 더 중요하다”. 한 인터뷰에서 밝힌 제이미의 소신이다. 어느 곳보다 개성이 중요한 패션 업계에서 자신만의 길을 가는 그녀의 뚜렷한 비전이 느껴진다.






뇌리에 각인되는 이미지


넘쳐나는 이미지의 시대. 그 속에서 돋보이는 이미지로 대중의 시신경을 파고들어 뇌리에 강렬히 인식시키는 포토그래퍼 및 필름메이커.



소녀의, 소녀에 의한, 소녀를 위한 페트라 콜린스(Petra Collins)


캐나다 출신의 1992년생 아티스트 페트라 콜린스. 그녀의 시선은 늘 소녀들을 향한다.


by Petra Collins, Blumarine 2023 FW

Blumarine 2023 FW



처음 15살에 카메라를 잡은 뒤로 지금까지, 젊은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겪은 삶의 복잡한 지점들을 탐험해 온 페트라 콜린스. 그녀는 현대 여성성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새로이 영감을 만들어 낸다.


패션, 음악, 영화를 비롯한 예술 세계를 폭넓게 탐구 중인 페트라 콜린스는 본인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팅 한 브랜드 I'm Sorry by Petra Collins로 자신의 패션을 세상에 선보이고 있고, 최근에는 HBO 드라마 유포리아(Euphoria)에 출연한 배우 알렉사 데미(Alexa Demie)와 함께 유년기에 고통스러운 현실을 버티게 해 준 고마운 동화들에 영감을 받은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기도 했다.






이토록 젊음이 느껴지는 아티스트, 에이단 자미리(Aidan Zamiri)


최근 몇 년 차이에 메인스트림으로 치고 올라온 에이단 자미리의 여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재능과 노력을 겸비한 인물이 노력까지 하면 한계는 없다는 걸.



Juicy Couture 2021 AW, Mowalola

Sega Bodega, Caroline Polachek @aidanzami



영국 글래스고 출신으로 센트럴 세인트 마틴 대학생이었던 그. 언젠가부터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법한 패션 브랜드들의 캠페인 작업들을 하는가 싶더니 캐롤라인 폴라첵(Caroline Polachek), FKA Twigs, 샤이걸(Shy Girl) 같은 팝스타들의 뮤직비디오까지 섭렵하고 있다.


한 인터뷰에서 영감의 원천에 대해 이상한 외로움과 기대감이 혼재된 알 수 없는 감각 밝힌 한 에이단. 어린 시절 도시 외곽에서 자란 경험이 지금까지 영향을 준 것이다. 그래서일까. 에이단의 작품에는 씁쓸한 유머가 느껴진다. 그런데 그게 싫지 않다. 왕성한 활동으로 미루어 보건대 노스텔지어와 초현실적인 감각을 버무려 만들어낸 그의 세계, 더 확장될 일만 남았다.






세련된 감성의 칼린 제이콥스(Carlijn Jacobs)


‘세련’이라는 단어의 주인을 찾는다면 이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에게 가는 게 마땅하다. 칼린 제이콥스의 추구 지점은 완벽이 아닌 독특함이다. 어둡고 때로는 초현실적인 색감으로 이미지를 창조해 내는 그녀는 시적이고 초현실적인 아이러니가 가득한 세계를 표현한다.



FUTURE PROXIMA Curated for Gucci



구찌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이 달력 매거진의 커버를 처음 봤을 때 절로 감탄이 나왔다. 곧 포토그래퍼가 칼린 제이콥스라는 사실을 알고 나선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나 그녀다운 작업이었기 때문에.



Acne Studios 2023 SS



최근, 모델 데본 아오키(Devon Aoki)와 Acne Studios의 2023 SS 캠페인에서 얼굴들 드러냈다. 칼린 제이콥스의 몽환적인 세계에 놓인 그녀는 완벽하게 어우러져 카메라를 응시한다.






단 하나의 에디토리얼로 눈도장, 잭 브리지랜드(Jack Bridgland)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잭 브리지랜드. 처음 그의 사진을 접한 건 GQ 매거진 커버를 장식한 로버트 패틴슨의 화보였다.



ⓒgq.com

The Metamorphosis of Robert Pattinson 



.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콘셉트로 그 이름처럼 큰 변신이었고 제대로 본인의 이름을 패션계에 알렸다.

이 화보를 계기로 잭 브리지랜드는 로잘리아(Rosalía), 찰리(Charli) XCX를 비롯한 아티스트와 Supreme, GCDS, Mugler 등의 패션 브랜드로부터 러브콜을 받게 된다.



Rosalia

ⓒjackbridgland.com, ⓒbirth.tvSupreme, GCDS, Mugler


파스텔과 네온이 섞인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색감에 초현실적인 디테일을 섞어서 독특한 미래적인 감각을 주는 것이 그의 시그니처다.






런웨이는 환상적인 종합 예술


패션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런웨이. 모델 캐스팅, 음악, 세트 등 의상뿐만 아니라 무대 장치에도 브랜드만의 색깔을 담아낸다.



누구나 Martine Rose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쇼를 빛낼 신선한 얼굴을 발굴해 내는 캐스팅 디렉터의 존재를 아는가. 옷도 중요하지만, 입는 모델의 체형, 분위기는 쇼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는 힘을 가진다.

“We like to subvert very familiar things to take them into a completely other space (우리는 아주 친숙한 것들을 완전히 다른 공간에 가져가기 위해 전복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Martine Rose

그런 점에서 Martine Rose 2023 AW 쇼에 등장한 모델들은 단번에 눈을 사로잡았다. 별다른 유명 모델이나 엠버서더는 없지만, 그 자리에 버스 정류소, 식당, 공원, 마트 같은 일상 속의 장소들에게 만날 법한 인물들을 대신 등장시켰기 때문. 일상성을 사랑하는 디자이너의 철학에서 탄생한 옷은 입는 이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밖에 없다.



Martine Rose 2024 SS

ⓒVogue Runway



이쯤이면 우리도 왠지 Martine Rose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히 콘셉트에서 끝나지 않고 현실에서도 누구나 마틴 로즈의 옷을 입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모델들을 찾아낸 것은 바로 캐스팅 디렉터 이사벨 부시(Isabel Bush)다. 디자이너가 원하는 콘셉트를 구현하기 위해 이처럼 아주 적절한 모델을 찾아낸 그에게 박수를.






패션과 음악의 만남


패션쇼 음악 디렉터란 말 그대로, 패션쇼에 쓰이는 음악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디자이너가 의도하는 이미지에 부합하는 적절한 음악으로 시너지 효과를 끌어내 패션쇼가 좀 더 ‘쇼’다운 형태를 갖추도록 돕는 필수적인 존재다.

일렉트로닉 음악 프로듀서 리치 호틴(Richie Hawtin)은 PRADA의 패션쇼 음악을 디렉팅 했던 인물. 프라다 익스텐즈(Prada Extends)라는 이름으로 도시 곳곳을 누비며 새로운 음악 인재들을 찾아 나서는 프로젝트도 기획하는 중이다.



ⓒWWD

PRADA 2021 FW 


PRADA는 2022 SS 패션쇼를 위해 그가 제작한 사운드 트랙 ‘트립타이드티허드(TripTideThud)’을 두고 “구속된 세계에서 벗어나, 광활하게 펼쳐진 공간의 아름다움을 다시 깨닫고, 새로운 세계로 용감하게 나아갈 수 있게 한다”라고 소개한다.






1,500회 넘는 패션쇼를 연출한 장인


JACQUEMUS, Dior, Yves Saint Laurent 등 수많은 패션쇼를 연출한 프랑스의 가구 디자이너이자 쇼 프로듀서인 알렉상드르 드 베탁(Alexandre de Betak). 패션쇼 프로듀서라는 직업 자체를 처음 창조한 인물인 그는, 1990년에 뷔로 베탁(Bureau Betak)을 세운 후 신선한 콘셉트와 연출을 기반으로 그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의 명성이 납득이 가는 건, 그가 작업한 런웨이는 우리에게도 충분히 익숙할 정도로 눈에 익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끝 없이 이어지는 감각을 주는 런웨이를 연출한 알렉산드레 드 베탁의 JACQUEMUS

@bureaubetak



JACQUEMUS의 많은 쇼들이 자연 친화적인 방식으로 진행된 건 알렉상드르의 철학 덕분이다. 프로덕션 뷰로 베탁(Bureau Betak)은 계약서의 첫 조항에 지속가능성을 못 박은 그는 환경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JACQUEMUS의 풀밭 패션쇼에 필요했던 건 오로지 카펫, 의자 스피커 그리고 조명은 태양이었다고.



ⓒdazed.com

러시아 붉은 광장에서 열린 Christian Dior by Raf Simons의 AW13, 파리 루브르에서 열린 Christian Dior by Raf Simons 2015 SS15

ⓒdazed.com

로댕 미술관에서 열린 Christian Dior 꾸뛰르 2014 AW2014 by Raf Simons, Dior 2016 SS 쇼에서 인사하는 라프 시몬스. 



시작은 끝의 시작이다. 많은 이들이 몇 개월에 걸쳐 노력을 쏟아부은 쇼도 몇 분이면 끝나기 마련. 그야말로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을 알고도 크리에이터들이 계속해서 나아가는 이유라면, 한순간 우리 마음속에 연출된 울림은 영원히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하여 끝은 새로운 시작이 된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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