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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Sep 14. 2023

탐정처럼 옷 입는 법

Trend: Dress like a Detective 

Trend: Dress like a Detective

내 이름은 탐정, 패션이죠





범인은 바로 당신! 지적이면서도 냉철한 면모가 돋보이는 탐정의 매력. 하지만 그들에겐 우리가 미처 눈치채지 못 한 또 다른 매력 포인트가 존재했으니, 바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는 옷차림이다. 그동안 그들의 뛰어난 추리력을 감상하는데 열중했다면 지금부턴 신비로운 패션에 집중해 보자.




셜록이 가상 인물이라니


우리에게 탐정이란 직업을 각인시킨 최초의 인물, 셜록 홈즈(Sherlock Holmes). 아마 그는 인간이 창조한 캐릭터 중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인물이 아닐까 싶은데, 실제 기네스북에도 가장 많이 영상화된 문학 속 캐릭터로 등재되어 있으며 2008년, UKTV가 영국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선 58%가 셜록을 실존 인물로 믿었다는 재미난 결과까지 있다.

그가 이런 엄청난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넘치는 개성과 인간미 때문이었다. 이전의 탐정 캐릭터들은 사건을 해결하는 기계처럼 보였던 반면, 그는 고유의 인격과 제스처를 갖고 있었다. 확고한 도덕적 기준과 양심, 넘치는 정의감과 약간의 박애 정신(?), 게다가 “만약 내가 범죄자가 되었다면 정말 무시무시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몰라.”라고 내뱉는 엉뚱함까지 말이다.



삽화가 시드니 페짓(Sidney Paget)의 파이프를 든 셜록 홈즈와 왓슨 ©mutualart.com


긴 두상과 날렵한 매부리코, 반짝이는 회색 눈, 키는 6피트(약 183cm)를 훌쩍 넘는 장신에다 너무 깡말라 그보다 더 커 보인다고 묘사된 셜록의 외형은 요즘으로 치면 딱 모델상이다. 막말로 옷발이 무지하게 잘 받는 체형이라는 것.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탐정의 전통적 이미지상은 모두 셜록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라 보면 된다. 사냥 모자와 트렌치코트, 소매가 없는 대신 케이프가 달린 인버네스 코트는 그가 즐겨 착용하는 대표적인 아이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와 주드 로(Jude Law)의 콤비 플레이를 볼 수 있는 영화 <셜록 홈즈>에선 이러한 이미지를 잘 재현해내고 있다.



인버네스 코트를 착용한 셜록 캐릭터들


영화 <셜록>의 두 주인공©variety.com, ©britannica.com, ©bbc.com




그렇다면 최신형의 셜록은 어떤 모습일까? 잘생김을 연기하는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의 출세작 영드 <셜록>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사냥 모자 대신 구불거리는 헤어로 신선한 변주를 주는 동시에 의상은 깔끔하고 실용적인 면을 추구한 게 인상적. 그가 유니폼처럼 입고 나왔던 롱코트는 BELSTAFF, 셔츠는 대부분 Dolce & Gabbana, 슈트는 런던 전통의 맞춤 브랜드 Spencer Hart의 제품이라고 하는 걸 보니... 최고의 탐정답게 벌이도 최고였나 보다.



©olhardigital.com.br, ©nytimes.com






진짜 탐정들이 입는 옷


수사물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어봤을 명작, <트루 디텍티브>. 제목 그대로 진짜 형사들의 치열한 수사 과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the-artifice.com


세 시즌 모두 90년대를 배경으로 하여 보다 현대적인 탐정의 아웃핏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다. 독립적으로 일하는 사립 탐정과는 달리 국가에 소속되어 사건들을 처리하는 집단이기에, 최소한의 TPO는 필수. 치렁거리는 트렌치코트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슈트와 타이를 갑옷처럼 장착한 모습이 매우 정겹다.

특히 시즌 1의 히로인인 매튜는 당시 유행했던 박시한 슈트 대신 좀 더 타이트한 슈트핏을 보여주는데, 이는 캐릭터의 섹시한 매력을 어필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미국 남서부를 배경으로 한 시즌 2에선 주인공에게 보통의 타이 대신 볼로 타이를 적용함으로써 캐릭터의 자유로운 성품과 서부 지역의 트렌드를 함께 드러내려 하였다.



©theplaylist.net, ©bamfstyle.com



그렇다면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수작, <마인드 헌터>의 패션은 어떨까? 보수적인 1970년대를 다루고 있기에, 등장인물들 모두가 전형적인 사무직 정장 차림이다. 하지만 범죄자를 직접 대면해야 하는 프로파일러의 입장에선 이렇게 보이는 복장으로 확실한 신분의 차이를 부각해야 했을 듯.

때문에 그들의 클래식한 테일러링은 선택이 아닌 필수나 다름없다. 짧게 올려 맨 타이와 허리까지 추켜올린 팬츠는 요즘의 유행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범접할 수 없는 전문성을 드러내는 덴 이만한 게 없다. 따분한 정장도 누가 어떤 상황에 입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느껴지다니, 탐정의 매력은 대체 어디까지 이어질 작정인가!



©theguardian.com, ©entrepreneur.com






미스 마플과 미스 피셔


남초 세계인 탐정계에서 독보적인 아우라로 살아남은 두 여성 탐정, 미스 마플(Miss Marple)과 미스 피셔(Miss Fisher). 각자의 개성을 한껏 살린 그녀들의 패션은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만큼이나 흥미롭다.

먼저 미스 마플은 추리 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 탐정이다. 꽤 고령의 나이지만, 특유의 수줍은 표정으로 상대를 무장해제 시킨 뒤 그 틈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반전의 인물.



©hellomagazine.com



이 비범한 할머니의 또 다른 심쿵 포인트는 바로 패션. 빈티지 룩에 참고하면 딱 좋을 아이템들이 잔뜩 등장하니, 어찌 반하지 않을 수가 있으랴! 왜소한 체격을 보완해 주는 셔츠와 스웨터, 화려한 프린트의 재킷과 화룡점정인 모자까지 더해진 아웃핏은 그녀의 평범하지 않은 패션 센스를 드러내는 증거다. 톤온톤의 컬러 팔레트로 우아함을 유지하며, 레이스와 트위드 등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텍스쳐를 매칭하는 건 나이를 불문하고 참고해야 할 점.



©metro.co.uk, ©mirror.co.uk




반면 미스 피셔의 패션은 쉽게 따라 할 수 없을 도전적인 시도로 가득하다. 케리 그린우드(Kerry Greenwood)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기반으로 한 이 시리즈는 호주에서 드라마화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피셔만이 가진 독특한 무드가 그 이유 중에 하나임은 분명한 듯.



©acorn.tv



시리즈 전반에 흐르는 20년대 무드는 패션필름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만큼 완성도가 높다. 몸 전체를 사뿐히 감싸는 시폰과 실크 텍스쳐, 무릎 밑으로 떨어지는 롱 스커트, 스팽글과 깃털, 마지막으로 당시 최신 유행이라 여겨졌던 클로슈 모자까지. 의상 장식과 헤어핀, 주얼리도 무엇 하나 평범한 게 없다. 마치 영화 <위대한 게츠비>의 데이지판 스핀 오프를 보는 것만 같은 기분.



©vanityfair.com, ©allmovie.com







현장에 드리운 날 것의 그림자


명석한 두뇌를 이용해 고상하게 사건을 푸는 탐정도 있지만, 밤낮으로 사건 현장에 잠복해 범인과 직접 격투를 벌이며 위기의 상황 속에 기꺼이 몸을 던지는 박력 만점 형사들도 있다. 미드 <더 킬링>의 남녀 주인공들이 그렇다. 이들은 특별한 능력이나 천재적인 감각에 의지하지 않고 눈앞에 주어진 단서들을 따라 차근차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아주 보통의 형사들이다.



©pluggedin.com


때문에 그들은 슈트도 트렌치도, 롱코트도 아닌 그저 평범한 캐주얼 차림으로 현장에 나타난다. 아무래도 일촉즉발의 상황에 항시 노출되어 있다 보니, 자신을 꾸며야겠다는 의지마저 제쳐두었던 것.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차림은 뭔가 매혹적이다. 특유의 ’날 것‘의 분위기, 현장감이 절절히 느껴지는 게 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남주인공인 조엘 킨나만(Joel Kinnaman)의 패션은 예사롭지 않다. 활동하기 편한 진에 대충 걸쳐 입은 후드 재킷과 봄버 재킷이 어리숙한 초입 형사의 매력을 잘 어필함과 동시에 살벌한 현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린다. 여주인공인 미레유 에노스(Mireille Enos)의 패션도 마찬가지다. 시즌 내내 거의 같은 복장으로 등장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녀가 착용했던 오버사이즈 스웨터와 바버 재킷의 출처를 묻는 트윗이 정말 많았었다고. 얼핏 보면 다 똑같은 옷 같지만… 잘 살펴보면 모두 다른 게 킬포다.



©slate.com, ©hypable.com, ©primevideo.com



그렇다면 이 사람은 어떤가? 80년대 후반, 우리나라의 모든 남성들의 우상이었던 맥가이버! 그는 피지컬과 두뇌가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넘사벽 캐릭터다. 오지의 생화학 무기 시설을 무력화시키거나 교도소에 위장 잠입해 고급 정보를 빼오고, 가끔 보물까지 찾는 데다 심지어 테러범이 설치한 폭탄까지 제거하는 능력자. 에피소드마다 다루는 사건들이 워낙 각양각색이라 그의 직업을 뭐라고 지칭해야 하는지 망설여질 정도다.



©empireonline.com, ©looper.com


무궁무진한 능력만큼이나 인상 깊었던 그의 패션은 한 시대를 풍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방한 지 거의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맥가이버 머리’란 명칭이 통용되는 걸 보면 말이다. 또한 그가 착용했던 보잉 선글라스와 레더 재킷, 진의 삼합은 패션계의 필살기나 다름없는 조합으로 진취적인 남성미를 원하는 이들에게 여전히 사랑받는 아웃핏.



©macgyveronline.com






FW시즌에 불어온 탐정룩의 바람


앞서 소개한 셜록은 가설적 추리법의 일인자였다. 이는 사건에서 도출된 여러 가설들 중, 사실과 차이가 큰 순으로 제거해가며 최종적으로 남은 가설을 취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이 추리법을 패션에도 그대로 적용해 보자. 수많은 트렌드로 넘쳐나는 뉴 시즌의 룩들에서 탐정의 향기가 느껴지는 착장만을 건져내는 것으로 말이다.

먼저 가장 기본인 다크한 무드의 롱 아우터. 냉철하고 신비로운 탐정의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가장 기본인 아이템이다. 올해 FW DRIES VAN NOTEN과 Hermès, LEMAIRE가 선보인 아우터들은 이런 분위기와 딱 들어맞는다. 블랙 롱코트와 식물의 실루엣을 가미한 회색빛 벨트 코트, 다양한 소재와 컬러로 변신한 트렌치까지. 안정된 착용감과 보온성까지 누리며 동시에 신비로운 무드도 챙길 수 있으니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



DRIES VAN NOTEN 2023 FW
Hermès 2023 FW
LEMAIRE 2023 FW, FENDI 2023 FW©vogue.com



다음은 슈트다. 2023 FW 시즌의 슈트들은 디자이너들의 재치가 엿보이는 핏이 대거 등장해 선택 장애를 유발하게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탐정과 어울리는 룩들이 발견된다. 특히 KENZO의 체크 셋업이 그렇다. 마치 소문으로만 듣던 음지의 해결사처럼 의뭉스러운 느낌이 묻어나는 게 포인트. 보다 더 클린한 핏을 선호한다면 GIVENCHY를 추천한다. 타이 대신 터틀넥을 선택해 편안함을 보장하면서도 신체에 자연스럽게 밀착되어 은근한 섹시미를 더해 줄 것이다.



KENZO 2023 FW
GIVENCHY 2023 FW
JORDANLUCA 2023 FW, TODS 2023 FW©vogue.com



미스 마플과 미스 피셔처럼 독특한 무드로 승부 하고 싶다면, BODE가 딱이다. 곳곳에서 풍기는 20년대 느낌과 빈티지한 니트웨어들이 런웨이를 차지하고 있으니까. 플라워 패턴의 재킷과 물 흐르듯 떨어지는 우아한 골드 드레스는 남다른 취향의 당신을 충분히 만족시킬만한 아이템이 되어줄 듯. 패셔너블한 탐정이라니, 이 얼마나 획득하기 어려운 칭호인가!



BODE 2023 FW ©vogue.com


현장에 출동한 형사처럼 ‘날 것’ 충만한 느낌에 꽂혔다면, 봄버 재킷에 주목하자. 허리 라인을 강조하는 적당한 기장감과 어떤 코디에도 무난히 스며드는 호환성, 마지막으로 활동성까지 보장하는 최적의 아이템이 되어줄 테니.

수요 없는 공급은 없다. 매년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재킷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찾게 되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올해 FW 역시 다양한 스타일의 봄버가 우리를 찾아왔지만 고급스러운 컬러와 소재, 힙한 디자인이 합체된 PRADA의 제품은 그중에서도 단연 탑. 모두 긴장하시라. 마침내 흠잡을 곳 없는 무적의 봄버가 나타났다.



PRADA 2023 FW, GUCCI 2023 FW

Dolce & Gabbana 2023 FW, FEAR OF GOD 2023 FW
BALENCIAGA 2023 PRE-FALL, ISABEL MARANT 2023 FW©vogue.com




탐정의 필수 조건은 추리력과 직감이다. 그러나 이는 절대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추리력은 지식과 경험의 케미가 차곡차곡 쌓여야 하는 것이며, 직감 역시 증명해 줄 상황이 있어야 옳고 그른 지 깨달음이 가능하니까.

패션도 마찬가지다. 미적 감각엔 자신이 없더라도, 패션에 대한 애정과 노력만 있다면 패션 감각 역시 충분히 향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기엔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바로 즐기는 자세다. 즐길 수 없는 패션은 앙꼬 없는 찐빵이며, 홍철 없는 홍철팀이라는 걸… 반드시 명심하자!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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