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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Oct 11. 2023

시대를 기록하는 사람들

Interview: Archivist FF

Interview: Archivist FF

시대를 기록하는 사람들




“남의 시선은 느끼지 않습니까?”
“아니요. 저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제가 입고 싶은 대로 입고요,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좋거든요.”
SNS에서 한동안 바이럴 되었던 X세대 여성의 당찬 외침. 1994년도의 영상이 이토록 화제가 된다는 건 그 당시의 문화에 호기심이 많다는 것을 뜻하죠. 그렇다면 20년 뒤에는 또 어떨까요? 예언을 해보겠습니다. 2043년에는 MBC 보도 영상이 아니라 아키비스트 FF의 유튜브 영상으로 2020년대의 패션을 염탐하고 있을 거예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아키비스트 FF 채널을 운영하는 두 사람, 김주호와 전지훈 디렉터의 시선을 따라가 봅니다.



아키비스트 FF 디렉터 (왼) 김주호, (오) 전지훈




1. 디렉터님 안녕하세요. 지난번에는 젠테 빌딩에서 직원 출근룩을 촬영해 주셨는데, 이번에는 디렉터님의 공간에서 뵙게 되었네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주호: 안녕하세요. 유튜브 채널 아키비스트 FF의 공동 디렉터 김주호입니다. 유튜브와 함께 후암동 끝자락에 위치한 빈티지 가구 전문점 AND BLUE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지훈: 안녕하세요. 전지훈입니다. 아키비스트 FF 유튜브 채널에서 촬영과 편집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데이즈데이즈 프로덕션에서 연출감독으로 광고 및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2. 아키비스트 FF 채널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주호: 5년 전 유튜브를 처음 시작 했을 때는 혼자 했어요. 2004년 즈음, 고등학생 시절 일본의 여러 패션 매거진을 보면서, 일본 패션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나갔죠.
그리고 20대 초반에 도쿄를 처음 여행하고 나서 일본 사람들이 각자 옷으로 다양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나 옷을 진지하게 대하는 자세, 일본 로컬 브랜드들의 전개하는 방식 등, 수 십 년을 걸쳐 온 일본의 패션 문화를 체감하면서 전보다 더 깊게 빠졌습니다. 그 이후로는 일년에 다섯 번 정도를 오가면서, 내가 느끼고 좋아한 일본의 길거리 패션을 사진이 아닌 영상으로 남들에게 보여주면 어떨까 해서 카메라를 들고 일본을 담게 되었죠.

전지훈: 저는 이 채널에 23년부터 함께 했습니다. 이전에는 주호 혼자서 채널을 운영했는데 코로나로 운영이 잠시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모든 것이 주호의 아이디어고 콘텐츠였죠. 당시 제작해둔 콘텐츠들을 보며 이대로 중단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제작해 보자고 부추겼어요. 그렇게 아키비스트 FF라는 채널명으로 새로운 시작을 함께 하게 됐습니다.





3. 함께 여행도 가고 촬영도 하는 걸 보면 꽤나 우정이 두터운 것 같은데요. 두 분은 어떻게 연이 닿았나요?

김주호: 20대 중반,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에 연재식 단편 드라마를 찍고싶었어요. 도움을 얻고자 영상을 잘 다루는 친구를 소개를 받았는데, 그게 지훈이었던거죠. 그때는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면, 일단 뭐든 도전을 해봤던 것 같아요. 성수동에서 이자카야를 운영하기도 했구요.





4. 이자카야도 운영하셨다고요? 직접 요리까지 다 하셨나요? 이자카야 이름은요?

김주호: ‘심야식당’을 연상케 하는 작은 이자카야였습니다. 대림창고 뒤쪽에 위치해 있었어요. 이름은 ‘롯본기와 성수 그리고 블루’였습니다. 바 테이블과 주방이 전부였고, 적당히 맛있는 요리와 기막힌 분위기로 승부를 봤죠. 네이버 리뷰나 몇몇 블로그에서는 리뷰가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어요.





5. 지금까지의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을 하나 고른다면?


https://youtu.be/O2W9bi9LI-4

김주호: 일본 도쿄 스트릿 패션 스타일 Tokyo Street style Fashion outfit Japan 2019.


이 영상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처음으로 알고리즘이 반응해서 순식간에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이 영상 하나로 구독자 100명도 없던 시절에 국내 대기업 휴대폰 지면 광고를 받았어요. 구독자 수나 영향력 보다는 제가 만든 영상을 보고 그런 큰 기업과 일을 한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뿌듯하기도 했어요.


https://www.instagram.com/reel/CtyWvgWO_TT/?utm_source=ig_web_copy_link

전지훈: IAB STUDIO x NETFLIX 런칭 영상을 연출하고 제작했었는데 이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디지털 작업이 주류인 시대에 16mm 필름으로 촬영하고 편집했습니다. 단 한 컷도 디지털로 촬영하지 않았고 현장에 디지털 카메라 조차 가져가지 않았었죠. 요즘은 모든 게 빠르고 급하게 느껴집니다. 오히려 느리고 답답한 아날로그가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는 것 같습니다.





6. 영상을 찍어야겠다! 결심 후 뭐부터 정하나요? 촬영 프로세스가 따로 정해져 있나요?

김주호: 저는 스케쥴부터 정해요. 날씨의 요소를 받는 촬영이라면 날씨 정보부터 확인하고, 게스트를 섭외를 해야 하는 패션 릴레이 콘텐츠는 게스트의 일정에 맞춰서 촬영하니 일정을 정하는 게 먼저 인 거 같아요.

전지훈: 큰 촬영은 아니어서 프로세스가 거창하게 있진 않습니다. 촬영 날짜가 정해지면 장비를 들고 일단 거리로 나가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촬영과 편집을 담당하다 보니 촬영 소스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이전 촬영 때 놓쳤던 것은 무엇인지 새로운 촬영 때는 어떤 부분을 보완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 같아요.





7. 유튜버인만큼 타 채널도 많이 보실 것 같아요. 가장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혹은 추천하고 싶은 채널이 있나요?

김주호: 저는 Tool_Tips 추천합니다.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나 공구로 상상도 못했던 꿀팁을 알려주거든요.
전지훈: 슈카월드



8. 인터뷰이를 아무런 제약 없이 선택할 수 있다면 누구를 인터뷰하고 싶나요?

김주호: 비즈빔의 설립자 나카무라 히로키 (Hiroki Nakamura)
전지훈: 일본의 영화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Naoko Ogigami)


나카무라 히로키 (Hiroki Nakamura), 오기가미 나오코 (Naoko Ogigami)ⓒthenewordermag.com, ⓒthenaturalaristocrat.com
오기가미 나오코의 작품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강변의 무코리타>




9. 그들에게 하고 싶은 질문은 무엇인가요?

김주호: 가격이 매년 오르는데 그만 올리면 안 될까요?(농담). 그리고 비즈빔이 아닌 다른 브랜드의 옷을 입어야 한다면 어떤 브랜드를 선택할 건지 궁금합니다.

전지훈:
 감독님의 영화는 제게 늘 최고의 위로가 되어줍니다. 특히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와 <강변의 무코리타>를 인상 깊게 봤습니다.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오히려 담백하게 그린다는 점에서 덩달아 마음이 가벼워진달까요. 감독님에게는 어떤 영화가 위로를 주나요?



10. 유튜브 촬영 시, 작업 시 두 분은 주로 어떤 착장을 입나요?

김주호: 운동, 산책하거나 동네 주변 잠시 나갈 때만 편한 옷차림으로 다니고 평상시는 그날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


전지훈: 촬영 때는 최대한 활동하기 편하고 가벼운 옷을 주로 입습니다.



11. 그렇다면 오늘 착장은요? 두 분 아웃핏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주호: JUNYA WATANABE의 데님 자켓, CELINE의 데님, ANN DEMEULEMEESTER의 부츠, 모자는 저희 유튜브에도 출연하신 분이 운영하시는 모자 샵 ‘햇쓸까’에서 구매했습니다.




전지훈: 젠테에서 구매한 VISVIM 셔츠. 주호가 동일한 디자인의 검은색 버전이 있는데, 그게 너무 예뻐 보이더라고요. 계속 찾다가 젠테에서 좋은 가격에 득템했습니다! 바지는 KAPITAL, 부츠도 VISVIM입니다.




12. 두 분의 옷을 고르는 기준이나 패션 철학이 궁금합니다. 같이 쇼핑을 다니기도 하나요?

김주호: 지금 내가 이쁘다고 생각하면 브랜드와 스타일의 구애 없이 시도해 보는 편입니다. 이번 달 지출이 크다고 생각이 들 땐, 가지고 있는 옷 중 자주 입지 않거나 싫증난 옷을 팔고서라도 구매해요.
다른 사람이 입는 건 신경 안 쓰지만 내가 입을 때는 기본적으로 위, 아래, 신발 등을 같은 브랜드로 입지 않아요. 위, 아래 같은 브랜드를 입으면 기분이 어릴 때 어머니가 아동복 골라 주는 거 입는 기분이 혼자 들어서 최대한 여러 브랜드를 섞어서 입으면서 맞는 스타일을 코디해요.

전지훈: 금방 질리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옷들을 좋아합니다. 그러면서 그 안에 작은 디테일들이 재밌는 그런 옷들을 좋아하고요.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으로 직접 입어보고 사는 걸 선호합니다. 그리고 주호랑은 평상시에 같이 쇼핑을 다니지는 않지만, 출장이 잡혀있을 때만큼은 쇼핑 메이트입니다. 촬영 끝나고 주변의 숍을 함께 둘러보면서 득템하는 경우가 많아요.



13. 그럼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요?

김주호: 좋아하는 브랜드는 너무 많아서 나열하기 힘들어요…그러나 옷장 지분이 제일 많은 건 Comme des Garçons입니다. JUNYA WATANABE를 포함한 여러 라인이요.


전지훈: JUNYA WATANABE, VISVIM, and wander, ROA


UNDERCOVER PINK FLOYD Bomber Jacket




14. 촬영 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나 인연이 있나요?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김주호: 후쿠오카 촬영을 하러 갔을 때, Sunvelo City라는 편집샵을 운영하는 곤도상에게 인터뷰 요청했는데, 처음에는 부끄럽다고 인터뷰를 거부하셨어요. 그러다 30분 뒤에 지훈이에게 다가가서 무슨 말을 하길래, 여기 근처에서 서성이지 말고 다른 곳에 가라고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들으니 옷까지 다 갈아입고 웃으면서 촬영을 하겠다고 한 일이 기억에 남아요.


https://youtu.be/-ULBTXqF7Yc


전지훈: 후쿠오카의 여름은 지독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더위에 지쳐서 겨우 한 끼 챙겨 먹었던 맥도날드 햄버거.. 유독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애플파이 최고.






김주호와 전지훈 디렉터는 마치 각자의 궤도를 지키면서 서로의 주위를 맴도는 행성 같았습니다. 다른 삶을 살아오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협업을 한 둘. 그렇기에 각자 어떤 역사를 갖고 있는지 자연스레 궁금해졌습니다.







김주호 디렉터


1. 오늘 초대해주신 공간, AND BLUE를 소개해주세요.

AND BLUE는 리프로덕션 세컨핸즈 가구와 국내에 많이 소개 되지 않은 오리지널 빈티지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에 소개가 덜 된 디자인의 가구 위주로 바잉하고 있어요.






2. 빈티지 가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그 시대의 디자인을 현시대의 세월감이 더해진 상태로 느낄 수 있는 것과 쉽게 구할 수 없다는 희소성.

3. 가장 좋아하는 가구 디자이너는 누구인가요? 이유도 설명해주세요.

조지 넬슨(George Nelson)을 가장 좋아해요. 빈티지 가구를 처음 접한 게 허먼 밀러(Herman Miller)에서 만들고 조지 넬슨이 디자인한 큐브 쇼파(CUBE SOFA)였는데요, 보자마자 그 매력에 완전히 빠져버렸어요. 딱히 거창한 이유는 없습니다. 담백한 박스 형태의 얇은 원목 테두리가 마음에 들었달까요.



Cube Sofa by George Nelson for Herman Miller ⓒhivemodern.com
김주호님이 운영하는 AND BLUE.



4. 빈티지 가구는 어떻게 찾으시나요? 해외 출장을 자주 가시나요? 디깅 꿀팁도 알려주세요!

저는 구글이나 인스타그램으로 많이 찾아보고 알아 갔던 거 같아요. 각 나라별 어떤 가구회사가 있는지 이 회사에서 유명한 디자인의 가구가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만들었는지를 공부했던 거 같아요.
그리고 국내 빈티지 가구를 수입하는 샵들을 방문해서 실물로 직접 보기도 앉아도 보고 만져도 보면서 알아갔어요. 결국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만지고, 공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본인이 찾고 있는 디자인의 가구와 유사한 가구가 있는지, 찾고자 하는 가구의 용도가 무엇인지 명확히 정한 후에 디깅하고 구매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5. AND BLUE를 운영하면서 기억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작년에 핀란드의 Inno라는 가구 회사의 오스카 이지 체어라는 제품을 판매했었는데 아마 국내에는 한 피스 밖에 없는 제품인데, 올해 성수동 누데이크란 카페에서 그 체어를 다시 마주쳤을 때 반가우면서도 신기했어요. 그 뒤로도 다른 카페들에서도 가끔씩 제가 판매한 제품들을 만나게 됩니다.



Oscar Easy Chair by Harri Korhonen ⓒchairish.com



제가 바잉 하는 제품이 유명하지 않고 재밌는 디자인의 체어들인데요. 어떤 공간이나 카페에서 우연히 제가 판매한 제품들을 만날 때 기분이 좋아요. 오랜만에 마주친 친구 같은 느낌이예요.






전지훈 디렉터


1. 영상 감독이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제 상상 혹은 이야기를 시청각 자료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여러 사람들이 좋아해 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요.



2. 캠페인 영상을 찍을 수 있다면, 어떤 브랜드와의 협업을 꿈꾸시나요?
일단 목표는 크게 잡는 주의인데 세계 최고 기업들인 애플이나 루이비통 캠페인을 한번 찍어보고 싶습니다.





3. 영감은 어디서 받나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방법이 있나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얻을 때가 많습니다. 오히려 책상에 앉아서 고민할 때 보다 쉬거나 놀 때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면 곧장 메모 앱에 기록해두고 출근했을 때 해당 프로젝트에 적용해 봅니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때는 항상 가벼운 글들이 먼저고 그다음 가벼운 스케치나 낙서로 상상에 살을 붙여 나갑니다.



4. 앞으로 나아가게끔 하는 원동력이 있나요?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지칠 때마다 꺼내보는 칼 세이건(Carl Sagan)의 ‘창백한 푸른 점’ 책이 제 삶의 원동력입니다.



칼 세이건 ⓒGetty Images



'거절당할까 두려운 마음도 있지만, 진짜 멋있는 사람을 못 찍는다면 아쉬움이 더 클 것 같다'는 김주호와 전지훈 디렉터.

우연히 길에서 마주한 사람을 붙잡는 일. 그 사람의 옷차림을 보고 떠오르는 질문을 마구 던지는 용기. 질문 공세에 순간 머뭇거리지만 이내 자신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하는 출연자의 결심까지. 그날 그 순간에만 담을 수 있는 것들의 조합. 이 채널의 매력은 바로 이런 용기와 즉흥성에 있습니다. 이런 건 결코 계획을 한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오히려 생생하게 다가오죠.

김주호와 전지훈 디렉터는 오늘도 내일도 카메라를 들고 일단 거리로 나섭니다. 그리고 이 채널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이 더 다양한 스타일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수많은 이들의 초상으로 완성된 아키비스트 FF는 한 시대의 가장 가치 있는 기록이 아닐까요?





Published by jente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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