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ies: Temptations Apparel
Stories: Temptations Apparel
화려한 스타일 뒤에 숨겨진 이야기
길거리에서 같은 옷을 입은 이를 마주하는 경험, 어쩐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부끄러워지곤 한다. 또 가끔은 개성 있다고 생각한 자신의 스타일이 강남 혹은 성수 번화가에서 볼 수 있는 뻔한 아이템들로 구성된 스타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도 있다. 이 글은 앞서 말한 경험에 공감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다. 게다가 자신만의 스타일에 대한 고민을 멈출 수 없는 당신이라면 더욱 두 팔 벌려 환영한다.
한 번쯤은 본 적 있을 거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를 심쿵하게 만드는 룩,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 스타일’같은 제목의 콘텐츠들. 물론 남친이 입으면 남친룩이고, 여친이 입으면 여친룩이겠지만, 보통 그 의미는 남자친구나 여자친구가 입어주길 바라는 스타일을 의미한다.
유튜브에서 ‘남친룩 여친룩’ 키워드로 검색하자 쏟아지는 관련 콘텐츠들.
남친룩, 여친룩이 어떤 스타일인지 명확하게 정의 내리긴 어렵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는 있을 것이다. 특히 ‘남친룩’은 무채색의 슬랙스, 셔츠, 코트, 블레이저 등의 아이템의 깔끔한 스타일, 즉 이렇게만 입어도 기본은 간다는 식으로 통용되는 스타일이다.
보통 이런 룩을 ‘남친룩의 정석’이라고 한다.
뭐든 처음 접할 때는 자주 접해서 익숙해지는 게 제일이다. ‘남친룩’은 패션에 크게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처음 흥미를 가지기에 좋은 접근성을 지녔고, 그런 만큼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패션 스타일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한편으로 이는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면서, 기본적으로 이 정도 수준만 되어도 이성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안정감을 원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면 어떠한가. 모두가 옷을 통한 적극적인 자기표현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닐 테니 말이다.
물론 이런 ‘남친룩’도 있긴 하다.
한때 인터넷에서 한국인들이 개성보다는 획일적인 패션의 추구한다는 맥락에서 아래의 짤들이 돌곤 했다. 전혀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겨울에 온몸을 감싸주는 롱패딩 만큼 실용적인 아이템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동일한 아이템을 입는 이들이 즐비한 도심 속 거리 풍경은 단순히 몰개성이라는 단어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타인과 동일시하면서 안정감을 찾고자 하는 심리와 유행에 뒤지지 않았다고 안도감을 갖는 마음의 반영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니 모두가 같은 옷을 입는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물론 누군가는 이런 스타일에서 개별성에 대한 고민을 잘 발전시켜 진정한 자기 취향이 담긴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입을 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이야기하고 싶은 건 이러한 남친룩, 여친룩에 내재된 태도다. 그 이름처럼 누군가를 만나고, 연애를 하는 상대가 됨을 전제하는 룩이라는 점에서 종족 번식이라는 원초적인 욕망의 기제가 작동하고 있다고 할 수밖에.
사실 이 욕망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원초적인 욕망 아닌가. 여기서 영상 한 편 보고 가자. 장담하건데 당신의 소중한 3분 40초를 투자할 가치가 있는 영상이다.
과거에 이별로 힘들어하던 에디터에게 친구가 “적어도 저 수컷 새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나”라며 함께 보낸 영상이었다. 한껏 자신을 뽐내는 새의 모습을 보다 보면 번식에 대한 욕망이 이토록 진지(!)하다는 걸 알게 된다. 장난이 아닌 것이다. 공작의 화려한 깃털이나 춤을 추며 구애하는 새들의 행위, 혹은 여타 수컷들과 경쟁을 하여 암컷을 차지하려는 행동 양상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일의 궁극적인 목적은 상대에게 자신을 어필하고 결과적으로 섹스 어필을 하기 위함이다. ‘잘’ 이뤄진 자기 치장은 결국 종족 번식로 이어진다. (물론 자기 치장만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는 인간도 결국 동물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마찬가지다.
패션계도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반영해 ‘섹스 어필’을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90년대 톰 포드는 도발적인 관능미의 이미지로 과거의 영광에 머무르던 GUCCI를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지금 봐도 파격적인 캠페인으로, 당시 GUCCI를 가장 섹시하고 트렌디한 하이브랜드의 반열에 올려놓기에 충분했으니.
GUCCI 1996 AW Campaign
앞서 이야기한 기존의 ‘남친룩, 여친룩’에서 더 나아가고 싶을 수도 있다. 개인의 고유한 스타일이 있는 사람이 매력 있다는 건 누구나 동의할 것. 그렇다면 스타일이 있다는 건 무슨 말일까.
한 사람의 스타일은 단순히 옷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표정, 자세, 눈빛, 삶을 살아가는 태도 이 모든 게 어우러진 총체이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는 사람은 외적으로 보이는 부분에서만 확고한 취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전반에 있어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창조엔 모방이 필수라는 말이 있듯, 누가 봐도 ‘자기다운’ 룩을 보유한 이들의 룩과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통해 영감을 얻어 보자.
지금 패션계의 트렌드를 확인하려면 고개를 들어 벨라 하디드의 일상 룩을 검색하라. 그 정도로 전 세계 트렌드를 선두 한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그녀의 스타일은 단순히 여성복, 남성복을 넘어 스트리트 웨어, 워크 웨어 등을 가리지 않고 소화해낸다. 그것도 아주 완벽하게.
패션 스타일도 그렇지만, 벨라 하디드를 더 돋보이게 하는 건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하는 그녀의 태도다. 많은 이들이 인생의 하이라이트만 올리는 인스타그램에서 벨라는 ‘진짜’ 자기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중 앞에서 모델로서 화려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오랜 기간 감염성 질환인 라임병으로 고생하며 조금만 과로해도 바로 병원을 찾아야 했던 런웨이 뒤에서의 그녀의 모습을 가늠해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2021년 당시 10대 때부터 극도의 우울증과 불안에 시달렸다고 고백한 벨라는 용기 있게 자신의 어두운 모습까지 드러냈다. 그녀는 “인스타그램 속 모습은 너무 아름다워 보이지만 결국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며 “멋지고 예쁜 사진들만 올리는 것이 ‘진짜’ 삶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2021년 인스타그램에 ‘오열 셀카’를 올리며 “몇 년 동안 거의 매일 밤 나의 일상"이라고 설명한 벨라.
누구나 자신의 멋진 부분만 드러내고 싶은 것은 당연한 본능. 그럼에도 벨라는 자신의 고백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어서 좋다며, 같은 문제를 겪는 이들에게 힘이 되어줬다. 진실된 용기를 가진 벨라의 ‘선한 영향력’이 그녀의 스타일을 더 빛나게 함은 분명하다.
“저는 모델이 되기 위해 이 세상에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정말 운이 좋고 축복받은 사람이어서 제가 하는 일을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지지하기 위해 시위에 함께한 벨라 하디드.
모델과 배우라는 화려한 만남이지만, 일상에서는 수수한 룩을 보여주는 이 커플. 자세히 보면 생김새와 풍기는 분위기마저 닮은 듯한 이 매력적인 커플의 일상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함께 카페를 들러 커피를 마시거나 강아지를 산책시킨다. 든 게 없을 땐 손을 꼭 잡은 채로.
특히 일상에서 편안한 아이템을 선호하는 카이아는 남자친구 오스틴과 맞춘 듯한 룩으로 많은 커플들에게 커플룩의 교본이 되어주고 있으니 참고해 보자. 이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건 덤이다.
어린이 병원을 찾아가 기부 모금 캠페인에 참여한 카이아 거버&오스틴 버틀러 커플.
스타 중의 스타, 티모시 샬라메. 소년스러운 얼굴에 치명적인 퇴폐미 매력으로 한번 보면 쉽게 눈을 뗄 수 없는 존재감의 소유자다. 그의 스타일을 자세히 탐구해 보면, 걸어 다니는 취향 그 자체임을 알 수 있을 것. 평소에는 박시한 티에 쇼츠 같은 편안해 보이는 스타일을 즐겨 입기도 하지만, 농구와 문학을 좋아하는 그는 최근 방문한 농구 경기장에 책장 그림이 프린트된 sacai 인터스텔라 탑을 입고 나타난 모습.
sacai 2023 FW “Interstellar”
그뿐만이 아니다. 포크 뮤직의 전설인 밥 딜런의 전기 영화 A Complete Unknown의 주연으로 발탁된 티모시. 스크린 속에서 밥 딜런이 되어 노래할 자신의 모습을 예고라도 하듯, 화이트 셔츠와 가죽 팬츠에 밥 딜런의 얼굴이 그려진 책을 들고 걸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남다른 음악 취향으로도 알려진 티모시는 영국의 가상 4인조 록 밴드 고릴라즈(Gorillaz)의 티셔츠와 영국의 고딕 록 밴드 바우하우스(Bauhaus)의 앨범 커버가 그려진 빈티지 티셔츠를 선택하기도.
지금까지의 티모시의 착장을 봤다면 알 수 있다. 트렌드 따위 알게 뭐란 말인가. 그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우기에도 옷장은 부족하다.
HBO 드라마 <유포리아>에서 다신 마주치고 싶지 않은 구 남친 역을 연기한 제이콥 엘로디. 하지만 본체 패션은 너무나 이상적인 남친룩의 그것이다. 자신의 체형의 장점을 알고 그에 맞게 아이템을 선택했기 때문.
주로 심플하고 베이식한 스타일을 고수하는 제이콥은 기본템인 셔츠를 단추를 풀어주거나, 캐주얼한 룩에 구두를 신는 것처럼 세심한 패션 센스가 돋보인다.
건강한 신체에서 좋은 스타일이 나오는 법. 그의 남다른 피지컬과 옷 핏에 자꾸 눈길이 간다면 새로운 마음으로 헬스장을 향할 때다. 많은 이들 또한 궁금했는지, 구글에서 ‘jacob elordi workout’을 검색하면 그의 데일리 운동 루틴을 확인할 수 있다.
패션과 문화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일본의 <뽀빠이> 매거진. 1976년 창간 당시 남성들은 패션이나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꾸리는데 관심이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고. 그래서 당시 <뽀빠이>는 자신들의 타겟 독자들에 이름을 붙였으니, 바로 ‘시티보이’였다. 유행에 민감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즐겁고 행복한 도시 생활을 꿈꾸는 남성 정도로 정의된다.
일반적으로 펑퍼짐한 오버사이즈 셔츠와 팬츠, 캐주얼한 단화나 로퍼에 짧게 올린 헤어스타일로 알려진 ‘시티보이 룩’.
하지만 <뽀빠이>에서 제시된 스타일링은 그 자체로 보여지는 방식일 뿐. 그대로 똑같이 입는다고 해서, 시티보이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시티보이 정신을 가지고만 있다면 자신만의 정형화되지 않은 스타일만으로 시티보이를 구현해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니 시티보이는 단지 룩의 종류라기보다는 라이프 스타일에 가깝다. 단순한 옷차림이 아닌 정신과 삶의 태도로 완성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는다는 건 자신이 어떤 삶을 추구하고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창조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 요행은 없다. 오로지 많이 보고 배우고 적용하는 것만 있을 뿐. 그렇게 체화된 스타일은 결코 당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재미, 지금부터 당신도 느껴보자.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