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s: Where to Visit in Seoul
Places: Where to Visit in Seoul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서울의 공간 13곳
당신에게 서울은 어떤 도시인가. 각자 쌓아오고, 흡수해 온 시간들이 누적되어 저마다 마음속에 형성된 도시의 얼굴이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이번 ‘PLACE’는 도쿄의 공간들에 이어 ‘영화와 드라마 속 등장한 서울’ 중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을 모아봤다. 누군가는 그저 일상의 공간이라 미처 깨닫지 못했더라도, 영화나 드라마 속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서의 서울을 마주하게 되기도 할 테니.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홀로 즐기는 산책, ‘창경궁 춘당지’
극 중 유학을 준비하는 선희(정유미)가 영화과 교수인 최동현(김상중)에게 추천서를 받는 장소가 창경궁 춘당지다. 홍상수 감독의 세계에서 재현된 서울의 이미지가 많은 이들을 산책으로 이끌어 왔듯, 창경궁은 관광객이 몰리는 경복궁에 비해 머리를 비우고 생각하기 좋은 장소다.
창경궁 뒤뜰에 자리한 춘당지는 북악산에서 흘러 내려온 물이 모여 연못이 된 것으로, 작은 연못을 소춘당지라고 하고, 큰 연못을 대춘당지라 한다고. 특히 <우리 선희>에서도 그랬듯, 늦가을에 방문하면 궁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잔잔한 연못 위에 비추는 곱게 물든 단풍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정리해야 할 생각이 많거나 마냥 걷고 싶을 땐 홀로 창경궁 춘당지를 방문해 보자.
주소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185 창경궁
운영 시간 09:00-21:00 (월요일 휴관)
인스타그램 @changgyeonggung_palace
장소는 옮겼지만 여전한 닭볶음탕의 맛, ‘원창식당’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서 왠지 닭볶음탕이 맛있어 보였던 서촌의 ‘원창식당’.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평범한 식당이지만 영화 촬영지라고 하니 괜히 새롭게 느껴지는 곳이다.
지금은 위치를 옮겨서 영화 촬영 당시와는 다른 공간이지만 맛은 그대로라고. 주메뉴는 매운 갈비찜과 닭볶음탕이지만, 청국장 같은 간단한 식사 메뉴도 있으니 집밥이 그리울 땐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해 보길. 근처 인왕산 등반 후 내려와서 먹기도 적당한 장소다.
주소 서울 종로구 7 사직로 9가길
운영 시간 매일 11:00-20:30
전화번호 02-720-3393
옛날 치킨이 땡기는 날엔, ‘삼보호프’
1995년을 배경으로 입사 8년차, 업무능력은 베테랑이지만 늘 말단인 세 친구, 이들이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들으며 힘을 합쳐 회사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극 중 세 친구의 아지트인 ‘코리아 호프’는 제작진들이 90년대 감성을 그대로 갖고 있는 장소를 찾은 결과다. 실제로는 ‘삼보호프’라는 가게이지만, 영화에서는 간판만 교체하여 코리아 호프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것.
1990년에 처음 오픈해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킨 옛날 치킨 맛집인 삼보호프. 그때부터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인테리어는 당시의 레트로한 분위기 그대로 간직한 모습이다. 대표 메뉴는 반반 옛날 치킨이며 그 시절 감성 치킨집이라면 빠질 수 없는 과자, 강냉이와 양배추 샐러드가 함께 나온다.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33길 40
전화번호 02-2266-9667
한강을 지나가다 한 번쯤은 봤을 ‘밤섬’
서울 한강의 한 가운데, 서강대교를 끼고 있는 무인도, 밤섬. 여의도를 건너가는 대교 위에선 어김없이 밤섬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곤 우연치 않게 밤섬에 표류하게 된 남자의 무인도 탈출기를 그린 영화 <김씨표류기>가 또 어김없이 떠오른다. 실제로 극 중 김씨를 연기한 정재영은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4-5개월간 손톱도 깎지 않았다는 후문.
실제로 배를 타지 않고선 접근할 수 없는 섬이고, 생태경관 보존지역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어 있어 일반인들은 접근이 불가능하다.
마치 밤알을 까놓은 것은 것 같다고 해 밤섬이 된 이 섬은 과거에 이어지는 9개의 작은 섬들과 백사장이 아름다웠다고 전해진다. 당시 한강을 통해 들어오는 배들이 많아, 배를 만드는 조선 관련 업을 주로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던 유인도였다고. 1968년에 한강개발 사업으로 다이너마이트로 폭파되기도 했지만 그 후 한강의 퇴적물들이 섬의 잔해에 쌓이고 쌓여 다시금 섬의 모양을 만들었고, 지금의 밤섬이 되었다고 한다.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다면 눈여겨보자. 혹시 모른다. 또 김 씨 같은 누군가가 있을지.
주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밤섬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일본 양식당 감성 물씬 풍기는 ‘연희동 로얄싸롱(Royal Saloon)’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그 제목처럼 로맨스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따라오는 별책부록이다. 친구들이랑 약속을 잡거나 애인과 데이트할 장소를 찾고 있다면 극에서도 등장한 ‘연희동 로얄싸롱’을 방문해 보자.
일본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공간으로, 일본에 있을 법한 양식당의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곳. 빈티지한 감성의 건물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도 그렇지만, 특히 아이스크림 위에 새빨간 체리가 올라간 메론 소다나 나폴리탄 같은 메뉴가 현지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더해준다. 서울 도심 속에서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이만한 장소가 없을 것.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가길 43 1F
운영 시간 08:30-21:00
인스타그램 @royalsaloon.2018
김민희가 앉았던 A6 좌석, ‘연희동 라이카 시네마’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영화 <소설가의 영화>. 극 중 김민희 배우가 앉았던 라이카 시네마의 A6 좌석은 한때 관광지처럼 인기 좌석이었다고. 1957년 소련의 우주선 실험을 위해 우주선에 탑승했던 개 ‘라이카(Laika)’에서 이름을 따온 라이카 시네마는 단관 37개 석의 작은 영화관이다.
하지만 건물이 담은 공간의 콘텐츠는 결코 작지 않다. 극장뿐만 아니라 한 건물 내에서 카페, 복합 문화 공간, 루프탑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건 덤. 서울 내 예술영화관 최초로 입체 음향 기술인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니, 좋은 공간에서 제대로 된 예술 영화 한 편 즐기고 싶다면 이곳이다.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8길 18 스페이스독 1층
인스타그램 @laikacinema
‘서울다움’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 남산
어떻게 서울의 중심인 ‘남산’을 빼놓겠는가. 영화 <최악의 하루>에서 남산은 주인공 은희(한예리)가 그야말로 최악의 정점을 찍는 공간이다. 영화 속의 남산은 굽이 있는 신발을 신고서도 편하게 오르는 산이자, 자연 속에서 도시를 조망할 수 있는 그야말로 ‘서울다움’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김종관 감독이 걸을 때 생기는 건강한 에너지를 담고 싶었다고 말한 것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
남산을 방문한다면 근처의 ‘남산 야외 식물원’도 방문해 보면 어떨까. 1990년대 '남산 제모습 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주한미군 등 외국인 전용 주거 공간으로 사용하던 곳을 철거하고 시민을 위한 생태 녹지 공원으로 조성한 곳이다. 누군가 알려주지 않으면 식물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생태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나무와 꽃을 감상하며 산책하기 제격이다.
남산 야외 식물원.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59-16
운영 시간 연중무휴
극 중 한효주가 운영했던 실제 장소인 ‘남산 돈까스’
남산을 방문했다면 배도 채워줘야 한다. 올해 뜨거운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무빙>은 극 중 배우들이 데이트하던 장소하던 장소인 남산돈까스도 줄 서게 만들었다. 게다가 극 중 이미현(한효주)가 운영하는 돈까스 식당의 이름도 ‘남산돈까스’였으니 더 그랬다.
딱 예상되는 그 맛이지만 자고로 남산에 놀러 가면 ‘남산돈까스’를 먹어줘야 하는 법이다. 리필되는 풋고추와 후추 뿌려진 스프는 이 집의 시그니처. 생선가스, 치즈돈가스 그리고 순두부 등의 다양한 메뉴를 판매 중이니 입맛에 맞게 골라서 먹어보자.
주소 서울 중구 소파로 23
운영 시간 매일 09:00-22:00
전화번호 02-777-1976
좋은 날, 좋은 사람과 함께 갈 레스토랑 ‘템팅스팟
2023년 11월 개봉한 영화 <싱글 인 서울>은 혼자가 좋은 남자와 혼자는 싫은 여자의 이야기다. 제목처럼 싱글로 서울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말한다. 싱글이어도, 커플이어도 괜찮다고.
영화 촬영 당시에는 토레엔이라는 식당이었지만 현재는 그 자리에 그대로 ‘템팅스팟’이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운영 중이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싶은 기념일을 앞두고 있다면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남산 뷰를 즐기며 한 끼 식사를 하기 위해 방문해 보자.
주소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66 B동 3층
운영 시간 11:30-22:00, 15:00-17:00(브레이크 타임)/ (월요일 휴무)
희노애락의 생활 공간, 낙원 상가 아파트 건물
고백한다. ‘서울’이라는 배경은 소위 짜친다고 생각했다. 뮤직비디오 씬에서 일했던 에디터는 해외 로케 촬영 혹은 국내 촬영이면 세트장을 선호하곤 했다. 도시의 미감이 예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그 편견은 드라마 <케세라세라>를 통해 보기 좋게 부서졌다. ‘서울’이라는 배경을 이토록 매력적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는 걸. 이는 온전히 연출자의 능력이라는 걸.
인물들의 희노애락이 담겨있는 생활 장소로서의 낙원 아파트라는 공간은 서울에서 꼭 가보고 싶던 공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마음 속에 있던 이 드라마에 대한 애정으로 일 년 전쯤 근처 갈 일이 있어 방문한 낙원 아파트는 놀라울 정도로 그저 생활 공간이었고, 드라마가 처음 나온 2007년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마치 그곳에 살던 극 중 한은수(정유미)와 강태주(에릭)이 그대로 문을 열고 나올 것처럼, 전혀 시간의 괴리가 느껴지지 않았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아파트’. 지금 이 순간에도 서울엔 새로운 아파트들이 올라가고 있지만, 건축가 김수근의 설계로 1969년 준공된 낙원아파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철거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아주 튼튼하게 지어서 계속 사용하는 중이라고. 1968년 준공 당시 발음 그대로 ‘낙원삘딩’이라는 현판이 그대로 남아있다. 재밌는 건 낙원 상가의 옥탑 층에 헐리우드 극장이 있었을 정도로 한때 시민들이 활발하게 오고 가는 공간이었다는 것. 하지만 낙원아파트는 주민들의 생활 공간인 만큼 같은 건물에 있는 낙원 상가를 방문해 악기를 구경해 보면 어떨까.
주소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428
이것이 진정한 레트로다, 을지로 ‘시티커피’
상실의 그림자 속의 인물들을 그려내는 영화 <아무도 없는 곳>, 그 촬영지 중 한 곳은 을지로 지하에 위치한 카페 ‘시티커피’였다.
레트로함이 유행이 되었다고 해도, 진정한 레트로는 따라 할 수 없을 것. ‘시티커피’라고 적힌 유리 창의 폰트에서 느껴지는 그 시절의 감각과 대부분이 할아버지인 손님들 속에서 새로운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방문해 보자. 아메리카노를 비롯해 녹차, 홍차 레몬차 티는 2000원부터 3000원 내의 가격대로,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찾아보기 힘든 인심(?)이 느껴진다.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 131 지하 311-1호
걷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것 같은 ‘서울 약령 시장’
서울에도 다양한 전통 시장이 많다지만, 그중 한의약과 한방을 테마로 한 서울 약령 시장은 <호텔 델루나>의 주인공 구찬성(여진구)이 마고신을 만나러 간 곳이기도 하다.
동대문구에 위치한 이 시장은 국내 한약재의 절반 이상이 거래되고 있는 국내 최대의 한약재 시장이라고. 한글로 써진 정갈한 간판들이 인상적인 한의약 관련 업소들은 약 1000곳이 넘는다. 요즘 몸이 허한 기분이 든다면 한약 한 제 달여 먹는 것도 방법. 서울 약령 시장에서 걸으며 맡는 한약재 향만으로도 건강해지는 기분이 절로 들 것이다.
서울에서 가장 큰 한약재 유통 시장.
주소 서울 동대문구 약령중앙로 10
운영 시간 09:00~18:00
서울대공원 국립 과천 현대미술관 야외조각공원
지금 가장 핫한 미국 제작사 A24이 제작한 영화 '전생(Past Lives)’은 이민으로 10살에 헤어진 두 사람이 20년 후 뉴욕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미국과 한국 땅을 오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 옆 국립현대미술관 야외조각공원에서도 펼쳐진다.
‘존재에 대한 새로운 응시’
청계산에 둘러싸인 자연 환경의 야외조각공원은 야오이 쿠사마(Yayoi Kusama)의 호박이나 자비에르 베이앙(Xavier Veilhan)의 빨간 말같은 세계적인 현대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 정확히 지리상으로는 경기도라고 하는 것이 맞겠지만, ‘서울대공원’과 가까운 만큼 이 리스트에 넣어 보았다. 영화 <전생>은 해외에서 극찬에 가까운 좋은 평가를 받는 중이만, 아직 한국에서는 개봉을 하지 않은 상황. 그러니 성지가 되기 전에 미리 가보는 건 어떨까.
주소 경기 과천시 광명로 313 국립현대미술관
운영 시간 매일 09:00-22:00
인스타그램 @mmcakorea
지금까지 서울을 배경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속의 인물들이 간 장소들을 소개했다. 누군가 그랬다. 행복에 가까워지는 방법 중 하나는 자신만 아는 특정한 장소를 만들어 가는 거라고. 당신에게도 서울에서 알아가고 싶은 새로운 장소들이 더 생겼기를 바라며, 요즘 에디터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장소에서의 일상을 일부 소개한다.
햇살이 따스한 오후에 비타민 D를 합성하며, 이태원의 어제의 카레에 들러 치킨 카레를 먹는 것. 맥심 플랜트 2층 자리에서 재즈 음악을 들으며 따뜻한 밀크티를 마시는 것. 새로 이사한 집에서 중랑천, 야생동물이 다니는 길 그리고 서울숲을 지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 돌곶이 역 투썸에서 누군가를 만나 다시는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근사한 희망을 품는 것.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