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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Dec 26. 2023

돈 잘 버는 사람들의 옷 입기 공식 해체하기

가짜가 판을 치는 올드머니는 가라! 리얼머니들의 패션을 살펴보자.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하는 뉴머니도, 나는 금수저로 타고나서 브랜드 로고 따윈 필요 없고 고급 소재와 클래식한 멋을 추구하겠다는 올드머니도. 결국 어느 쪽이나 겉모습만 번드르르하게 치장하기 바쁘다. 음, 이걸로는 뭔가 시원찮다. 척하는 것 말고 진짜가 필요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자신의 힘으로 부의 정점에 올라선 그들의 패션, 이제 대세는 리얼머니다.






나는 트렌드가 싫어요


트렌드가 싫다. 빨리 변하고 빨리 식는 게 싫다. 빨리 변하면 그만큼 빨리 만들어야 한다. 빨리 만들 수 있는 건 빨리 버려진다. 어차피 빨리 얻을 수 있으니 빨리 잊힌다는 소리다.



Moschino 2019 FW, VALENTINO 2023 SSⓒvogue.com




솔직히 고백하자면 올드머니 트렌드가 무척 반가웠다. 큼직하고 현란한 로고 플레이에서 드디어 해방이구나, 드디어 클래식의 진가가 발휘되는구나. 하지만 올드머니, 그 이름은 끔찍이 싫었다. 정확히 말하면 클래식과 올드머니가 동의어처럼 한데 붙어 ‘트렌드화’ 되는 게 싫었다.

물론 올드머니가 지향하는 지점이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이란 것은 알고 있다. 또한 여전히 옷은 계급을 대변하고 있으며 우리 역시 그 안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또한 인간이라면 응당 거울 뉴런의 지배 속에서 트렌드에 홀린 듯 따를 수 밖에 없단 것도 여실히 느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게 불편했다. 게다가 어쩌면 클래식만이 줄 수 있는 안정감을 사랑하던 이들에겐 큰 위협이었을 수 있다. 자칫하면 금수저도 아니면서 금수저 흉내나 낸다고 비난받을 지도 몰랐으니까.



한때 올드 머니 스타일의 시초 소피아 리치(위)를 따라했다며 비난 받았던 켄달 제너(아래) ⓒpagesix.com




문득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진짜 부자들은 대체 어떤 옷을 입는지. 올드 머니의 주인공인 재벌가의 자재나 상속녀처럼 초다이아수저 말고, 실제 자신의 힘으로 큰 부를 달성한 그런 사람들. 그들은 대체 어떤 시선으로 패션을 대하고 있는지가 말이다. 그들이 막대한 부를 축척할 수 있었던 건 분명 남다른 안목과 기술 때문일 텐데, 이런 남다른 진가가 과연 패션에서도 발휘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남다른 능력으로 우리를 트렌드의 무한 소용돌이로부터 조금은 자유롭게 해 줄 수 있을까?






리얼 머니의 리얼 룩


희망이 보인다! 보면 볼수록 트렌드와는 거리가 먼 리얼머니들의 패션. 그들의 리얼 룩 속에선 예상대로 그 어떤 트렌드의 기척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공통적인 경향이 존재했다. 바로 특정 컬러나 무드를 줄기차게 고집하면서 이내 그것을 체화시키는 것. 그렇다고 해서 리얼머니들의 차림이 시대에 뒤떨어진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최근 컬렉션에서도 그 룩의 흔적들을 포착할 수 있었으니까.






일론 머스크(Elon Musk)


평범한 사람들도 비범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wired.com




테슬라(Tesla)와 스페이스 엑스(SpaceX), X.com(구 트위터) 등 다수의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그는 2023년 12월 기준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세계 10대 부자 순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LVMH의 회장인 베르나르 아르노에게 선두 자리를 내주었지만, 겨우 반년 만에 다시 제친 것이다.



ⓒforbes.com



워낙 거침없는 언행과 엉뚱한 기행으로 항상 화제가 되는 인물인 머스크. 이런 성향은 아무래도 그의 태생인 듯 보인다. 그는 사업에 뛰어들기 전, 자신이 만약 창업에 실패했을 때의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혹독한(?) 실험을 진행했었다. 하루 1달러 한화로 약 1300원으로 한 달을 버티는 과정이었다. 그는 대형마트에서 냉동 핫도그와 오렌지 30달러 치를 사서 쟁여두고 한 달 내내 컴퓨터만 하며 미션을 완수해냈다고.




GIVENCHY 2023 FW, AMI 2023 FW

ⓒwashingtonpost.com, ⓒnytimes.com, ⓒnypost.com, ⓒvogue.com



머스크의 패션에서 눈에 띄는 점은 단연 블랙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레이첼(Rachel Tashjian)은 그의 복장을 두고 마치 20세기 중반 불한당들의 캐리커처라 표현했는데, 레더 소재나 바이커 부츠 등 워낙 남성성이 강한 의상들을 선호하다 보니 그런 의견을 받은 듯하다. 특히 블랙 레더 재킷과 바이커 부츠는 그의 시그니처나 다름없는 아이템인데, 최근엔 영화 탑건 매버릭에 등장한 파일럿 재킷을 착용한 모습으로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GIVENCHY 2022 FW 재킷을 입은 일론 머스크ⓒpinterest, ⓒvogue.com



이외에도 각종 공식 석상에서 보여준 수많은 블랙 룩들은 그가 블랙이 주는 강인하며 야성적인 매력을 패션에 적극 활용해 효과적인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렬하고 묵직한 존재감과 도전적인 카리스마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려 하는 것이다.

또한 그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에밀리 던 롱(Emily Dawn Long)과 함께 패션에 대한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고 하는데 배우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와 폴 뉴먼(Paul Newman),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Ernest Shackleton)과 같은 남성 아이콘들로부터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이 분 패션에 꽤나 진심인걸?




해리슨 포드, 어니스트 섀클턴ⓒesquire.com, ⓒedition.cnn.com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자신을 알라. 그리고 자신을 받아들여라.
ⓒforbes.com


올해 상반기만 해도 세계 부자의 선두 자리에서 환호를 외치던 베르나르 아르노. 비록 최근 일론 머스크에게 그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 자산 1,913억 달러를 자랑하는 엄청난 기업인이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던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텐데, Louis Vuitton과 Dior 등 유명 패션과 뷰티 브랜드를 보유한 LVMH 그룹의 CEO 겸 회장이 바로 아르노다.



ⓒduyetfashion.com




어릴 적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던 소년 아르노. 아버지의 건설 회사에서 경영 일을 배우며 편하게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그가 패션 브랜드 사업에 눈을 돌리게 된 것 역시 이러한 예술에 대한 애착으로부터 시작된 것일지 모른다. 한 택시 기사가 ‘프랑스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Dior은 안다’라고 말하는 걸 우연히 듣고 Dior 인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우스운 일화도 있다.



ⓒtatler.com, ⓒharpersbazaar.com, ⓒhighsnobiety.com


그의 패션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블루다. 매 착장마다 집념의 블루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슈트로, 때로는 타이로, 때로는 이너웨어에 푸른 빛을 더한 것을 보면 마치 항상 블루를 착용해야만 하는 한다는 저주라도 걸린 것만 같다. 게다가 블루 슈트를 입은 사진들을 쭉 나열해두면, 마치 톰 포드(Tom Ford) 감독의 싱글맨(Single Man)이라는 영화가 떠오를 정도다. 주인공의 서랍 안이 온통 똑같은 화이트 셔츠로 꽉 차 있는, 그 신기하면서도 조금은 섬뜩한 장면이 말이다.



아르노의 가족들 ⓒfortune.comCOPERNI 2024 SS, Giorgio Armani 2023 FW, AMI 2023 FWⓒvogue.com



블루는 신뢰와 안정감의 색이다. 디자인 분야에선 전문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자주 블루를 선택한다. 때문에 기업 마케팅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색 역시 블루다.

아르노는 이 점을 잘 캐치하고 있다. 수많은 브랜드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신뢰감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중요한 미덕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치재를 다루는 기업이라는 특징 때문에 더욱 믿음직한 이미지가 간절했을 것이다. 그는 특히 블루와 블랙의 조합을 가장 선호하는 듯 보이는데 이 두 색상을 의상과 스카프로 교차 매칭함으로써 보다 가볍고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한 것이 인상적이다.



ⓒnypost.com, ⓒwelt.de





워런 버핏 (Warren Buffett)


여론조사가 심사숙고를 대신할 수는 없다.


ⓒstockbasket.com



모든 주식 투자자들의 희망이자, 꿈. 워렌 버핏은 세계 부자 10위권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전설의 대부호다. 그는 뛰어난 투자실력만큼이나 왕성한 기부활동으로도 주목받고 있는데 때문에 많은 대중들로부터 존경과 칭송을 받고 있다. 앞서 여론조사가 심사숙고를 대신할 수 없다는 버핏의 말처럼, 그는 평소 뚝심 있는 성격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투자 방식 역시 이러한 품성을 닮은 ’므두셀라 기법‘, 즉 안정적인 기업에 긴 시간을 투자해 수익을 얻는 방법을 권장한다.

그는 여전히 1958년에 3만 1500달러를 주고 산 집에 살고 있으며 매일 아침 식사를 3달러가 조금 넘는 맥도날드 맥모닝으로 해결한다고 한다. 또한 자선재단을 설립해 막대한 돈을 기부하고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자 증세를 주장하는 개념 있는 부자다.



워렌 버핏의 집 ⓒcnbc.com
억만장자의 아침 메뉴는 맥모닝 ⓒbusinessinsider.com




이처럼 따뜻한 그의 마음이 패션에도 그대로 적용된 걸까. 공식 석상에서의 그는 삭막한 슈트룩에 화사한 온기를 주는 레드 타이를 선호한다. 포멀한 복장과 무채색이 가득한 근무 환경 안에서 그의 레드 타이는 시선 강탈을 유도하는 중요한 아이템이 되어 준다. 또한 뚜렷한 신체적 특징이 없는 그에게 강렬한 포인트를 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여러 기업인과의 떼샷에서도 버핏에게 먼저 눈이 가는 걸 보면 탁월한 선택임이 그지없다.



ⓒgq.com, ⓒdujour.com, ⓒindiatimes.com, ⓒm.focus.de

평소 버핏과의 각별한 사이를 자랑하는 전 야구 선수이자, 사업가인 알렉스 로드리게스(Alex Rodriguez) 역시 이런 버핏의 패션 코드에 한껏 물들어 가고 있는 중이라고. 버핏의 또 다른 애착 아이템인 서스펜더와 레드 타이까지 완벽히 소화해 낸 모습이다.

사실 레드 타이는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자주 선호되곤 하는데… 바로 떠오르는 한 인물이 있지 않는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gq.com, ⓒnytimes.com







빌 게이츠(Bill Gates)

자신을 이 세상 누구와도 비교하지 말 것. 이는 자기 자신을 모욕하는 것이다.



ⓒhai.stanford.edu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설립자. 이 한 마디면 저절로 승자가 되는 사람. 빌은 아마 컴퓨터와 스치기만 했어도 모두 알만한 20세기의 최고의 셀럽일 것이다.

10대 시절 우연히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접하게 되면서 그의 인생이 바뀌었고, 1975년 하버드를 중퇴한 뒤 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차린 회사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이 본 화면이 윈도우즈 로딩 화면이라는데… 단순히 자산 규모의 여부만으로 그를 판단하기엔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다.



1985년의 빌 게이츠 ⓒvanityfair.com


최근 팬데믹과 관련해 이상한 소문에 휘말리면서 음모론의 중심 세력으로 지목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겪은 빌 게이츠. 하지만 그는 여러 전염병의 백신 개발뿐 아니라 에이즈 예방, 오염된 물을 식수로 만드는 사업까지 과학 기술을 통해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 빌 이제 그만 괴롭혀...





빌 게이츠의 패션은 전형적인 너드(Nerd) 스타일. 과거부터 현재까지 참 한결같다. 단 5분이면 풀착장의 쇼핑이 가능하며, 조금 여유가 있다면 쇼핑에 힘을 쏟기보단 서점으로 달려갈 것 같은... 그런 착장 일색이다. 어떤 색에 초점을 맞춘다거나, 딱히 선호하는 아이템도 없다. 오직 범생이 무드, 이 일부러 따라 하기도 어려운 독특한 무드에 충실한 복장이다.

실리콘벨리의 유니폼이나 다름없는 폴로셔츠와 치노 콤보, 거기에 안경까지 얹으면 완성. 셔츠를 이너로 한 니트 레이어링도 자주 눈에 띈다. 이쯤 되면 옷에 관심이 없다기 보단 추구하는 스타일로 봐주는 게 맞다.



빌 게이츠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는 TOPMAN 2015 SS ⓒfuckingyoung.es



이런 빌 게이츠의 비상한 미감이 슬슬 패션계에도 스며드는 것일까? 최근 MIU MIU가 너드 룩, 즉 긱 시크(Geek Chic) 스타일의 신호탄을 울리면서 2024년의 트렌드로 급부상할 것이란 예고다. 지적인 면모를 강조하기 위한 뿔테 안경과 넉넉한 후드, 다소곳하게 잠근 카디건, 슬림한 스커트와 패니 로퍼의 디테일들은 재치 있는 너드 룩의 변주로 보인다.



MIU MIU 2024 SS
MIU MIU 2023 FWⓒvogue.com






토니 코(Toni ko)


미국 자수성가 여성의 아이콘인 한국계 미국인 토니 코. 그녀는 아메리칸드림의 산증인으로써 열세 살 무렵 부모님과 함께 한국을 떠났고, 20대의 어린 나이에 뷰티 회사 닉스(NYX)를 창업해 대성공을 이뤄낸다. 이후 닉스를 로레알(L'Oréal)에 매각하면서 억만장자가 되었고, 2016년 기준 미국 자수성가 여성 부자 57위에 오르는 엄청난 성과를 기록한다.



ⓒinc.com



토니의 패션을 이루는 주된 아이템은 블랙 시스루. 공식 석상이나 언론과의 인터뷰 때엔 언제나 블랙 시스루 드레스나 투피스를 착용해 페미닌 하면서도 섹시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미감과 직결된 뷰티 브랜드를 경영하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자신의 캐릭터를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는 듯. 장점인 밝은 미소와 당당한 눈빛, 이에 시스루의 섹시한 실루엣을 더해 그녀 만의 스타일을 이뤄낸다.



ⓒwsj.com, ⓒwomenshistory.org
Dior 2024 RESORT, Elie Saab 2023 FW
Jason Wu 2023 FW ⓒvogue.com






카일리 제너(Kylie Jenner)


셀럽 중에 셀럽, 카일리 제너는 21세에 미국 자수성가형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 랭킹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23세에 순위에 올랐던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의 기록을 깨버린 것이다.

그녀는 18세에 카일리 코스메틱스(Kylie Cosmetics)를 창업, 최소 9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회사로 성장시켰다. 이 놀라운 성과에 뉴욕 타임스는 “바비브라운(Bobbi Brown)이 25년 걸린 일을 카일리 제너가 3년 만에 해냈다“고도 평가했다.



ⓒwwd.com




물론 워낙 금수저 스타로 유명했기에 그녀의 자수성가 의견에 대해선 말이 많지만 모델 일을 통해 번 돈으로 회사를 세우고, 나름의 경영 노하우로 그룹을 키워낸 것은 분명한 카일리의 능력이다. 아무리 대단한 재벌 2세여도, 어마어마한 상속자여도, 어떤 대단한 셀럽이어도 한 기업을 이처럼 드라마틱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2023년의 카일리 ⓒpinterest



카일리의 패션 센스야 뭐 말할 것도 없지만, 요즘 새롭게 론칭한 그녀의 패션 브랜드 역시 예사롭지 않다. 자신의 개인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 이 브랜드, Khy. 이제 그녀는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습득하던 위치에서 한층 발전해, 스스로 트렌드를 만들어 가는 크리에이터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spotlighthamptons.com



Khy의 첫 번째 드롭은 버킨 백을 해체해 쇼에 올렸다는 이유로 Hermès로부터 고소를 당한 NAMILIA와의 협업으로 진행되었는데, 온통 블랙과 레더 그리고 언뜻 보이는 레드 포인트들이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한 모양새다. 이어 entire studios와 협업한 두 번째 드롭, 플리스 소재를 적극 활용한 세 번째 드롭까지 거의 매진의 연속이라고 하니 이미 성공의 궤도에 올라선 듯.



ⓒglamour.com, ⓒkhy.com







왜 리얼머니 인가?


우리는 아직도 그레이 뉴발란스 스니커즈를 보면 스티브 잡스(Steve Jobs)를 자연스레 떠올린다. 그의 올곧은 패션이 화제가 되었을 당시, 뉴발란스 993은 동이 났고 아직도 992의 복각판은 부르는 게 값이다. 게다가 이세이미야케의 블랙 터틀넥과 리바이스 501은 긴 역사 속 다양한 마케팅의 시도가 무색할 정도로 엄청난 홍보 효과를 입었다. 심지어 이 아이템을 바탕으로 한 뉴 아웃핏이 출현하기도 했으니.



ⓒarnnet.com, ⓒmedium.com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의 한결같은 룩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매일 무엇을 입을지 결정하는 것은 하찮은 일”이라는 동일한 주장을 펼쳤고, 그레이 상의와 데님 콤보를 꾸준히 고집하는 모습으로 이를 증명했다. 그 결과는 어땠는가. 이 사람 옷 너무 못 입어, 패션을 너무 몰라, 가 아닌 그를 따라 하고 즐기는 수많은 패션 피플들을 양산해 내지 않았는가. 뭘 하던 극으로 가면 유의미한 성과를 낳는 것처럼, 이들의 꾸준한 취향이 곧 하나의 트렌드로 거듭나는 걸 우리는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nytimes.com, ⓒbusinessinsider.com




올드 머니와 리얼 머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이것이다. 우아함과 기품, 고급스러움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는 추상적인 분위기를 꾸며내는 게 아닌 패션을 대하는 리얼 머니들의 자세, 트렌드에 초연한 그들의 태도 말이다. 잡스처럼 되고 싶다면 머리부터 발 끝까지 잡스룩을 입으라는 게 아니다. 그들이 어떤 룩에 확신을 갖고 이를 일관되게 고수했던 것처럼, 패션을 시대에 따라 바뀌는 게 아닌 나만의 고유한 개성과 함께 할 인생의 동반자로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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