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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Apr 11. 2024

KHAITE: 기능성과 미학의 완벽한 균형

KHAITE의 옷을 입지 않은 셀럽을 나열하는 게 더 쉽다던데...

Brand LAB: KHAITE

기능성과 미학 사이의 완벽한 균형



최근 기라성 같은 셀럽과 까다로운 평단의 샤라웃을 받으며 승승장구 중인 KHAITE. 그 비결이 궁금하다!





단 한 장의 사진이 바꾼 운명


2019년 8월, 한 여배우가 맨해튼의 한 교차로에서 택시를 부르고 있다. 그 주변을 맴돌던 파파라치가 우연히 그 모습을 찍고는 곧 웹에 공개하게 되는데…


KHAITE의 캐시미어 셋업을 착용한 케이티 홈즈 ©vogue.co.uk



그것이 바로 이 사진이다. 미국 출신 배우 케이티 홈즈(Katie Holmes)가 달려오는 택시를 향해 멋지게 왼팔을 치켜든 포즈. 당연히 그녀의 카리스마 있는 표정과 탄탄한 몸매에 온 대중의 시선이 집중되었을 거라 예상했겠지만, 전혀. 씬 스틸러는 따로 있었다. 바로 상체를 아슬아슬하게 감싼 캐시미어 브라와 반쯤 오픈된 카디건. 우리의 공식 일상복인 데님과 놀랍도록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이 착장을 보아라!

이 제품을 출시했던 KHAITE는 사진을 보자마자 곧장 브랜드 공식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게 되는데… 팔로워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5분 만에 좋아요 3000개. 이후 단 20분 만에 몇십만으로 껑충 뛰어버리는 엄청난 결과로 이어졌으니. (현재는 삭제된 상태) 당시 KHAITE는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었기에 직원들은 인스타그램 시스템에 오류가 난 줄로 착각했을 정도였다고. 덕분에 이 캐시미어 브라는 대기자 명단이 있어야 할 만큼 인기를 끌게 되었다.



헤일리 비버 역시 캐시미어 브라를 착용했다 ©harpersbazaar.com



어쨌든 이 단 한 장의 사진 덕분에 지금의 KHAITE는 여러 할리우드 스타들의 착장을 책임지는 럭셔리 브랜드로 성장한다. 브랜드의 수장인 캐서린 홀스타인(Catherine Holstein)은 2023년 1월, InStyle과의 인터뷰에서 이 순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그 사진이 우리 사업을 변화시켰다고 말한다. 근데 세상에, 공교롭게도 이름도 비슷하다. 케이티(Katie)가 KHAITE를 입었다네!



KHAITE의 레더 셋업으로 등장한 케이티 홈즈 ©instyle.com







캐서린 홀스타인의 탁월한 감각


KHAITE의 리더. 미국 출신의 디자이너 캐서린 홀스타인은 캘리포니아와 런던 사이를 오가며 자랐다. 파슨스(Parsons The New School for Design)에 입학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패션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이윽고 그녀는 학교를 중퇴하고 자신의 이름을 딴 레이블을 출시하며 그대로 패션계에 돌진한다. 하지만 결과는?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으니 당연히 참패.



KHAITE의 리더, 캐서린 홀스타인 ©elle.com



이후 경험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캐서린은 Vera Wang과 Gap 등 미국의 역사 깊은 브랜드에서 일하며 나름의 경험을 다져간다. 그리고 2016년, 드디어 브랜드 KHAITE를 론칭한다.

KHAITE는 미국 스포츠웨어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즉 기능성과 다용성, 소재의 재해석... 그리고 특정 관점을 통해 이러한 개념들을 발전시키는 데 있습니다. (2023년 9월, ELLE)

확실히 KHAITE는 지금 가장 핫한 브랜드다. 비평가들의 찬사는 물론, 할리우드 스트리트 스타일에 혜성처럼 등장한 데다 이젠 너도나도 KHAITE를 찾게 할 만큼 강한 전염력을 과시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 브랜드의 마니아 중엔 패션 에디터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데, 대중의 맘을 얻는 것만큼이나 힘든 것이 전문가들의 인정을 받는 것. KHAITE는 이 영역을 오직 실력으로 개척해 낸다.



2022년과 2023년, 두 번 연속 CFDA 패션 어워드를 수상한 캐서린 ©cfda.com



그러나 캐서린은 이러한 극찬에 들뜨기 보단 항상 겸손한 태도로 일관한다. 2022년과 2023년, CFDA 패션 어워드를 연속 두 번 수상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승은 생각조차 못했으며, 사실 나는 관심받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담백한 소감을 밝혔으니까.



2024 RESORT ©vogue.com



다른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그녀의 옷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는 건 자신만의 고유한 철학으로 독보적인 클래식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생 브랜드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마치 미친 과학자들이 손댄 것만 같은 과격한 컬렉션들 안에서 홀로 굳건히 줏대를 지키면서. 감성과 소재, 이 둘로 승부하겠다는 그녀의 신념이 작품에 철저히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2020 FW
2022 SS ©vogue.co.uk








셀럽들의 러브콜이 끊이질 않아


KHAITE의 옷을 입지 않은 셀럽을 나열하는 게 더 쉬울 수도 있습니다.
(2023년 9월, GLAMOUR)

유독 할리우드 스타들의 러브콜을 많이 받는 KHAITE. 작년 말부터 거의 모든 파파라치 샷엔 이들의 의상이 포함되어 있었다. 게다가 조용한 럭셔리라는 트렌드도 브랜드의 흥행에 크게 한몫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간결한 착장에 대한 관심을 극점으로 끌어올린 든든한 지원군이었으니.



L'Oréal 캠페인에서 KHAITE의 2023 SS 의상을 착용한 켄달 제너 (좌) ©vogue.com

KHAITE의 의상을 착용한 셀럽들 ©instyle.com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에게


KHAITE는 설립 초창기부터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강인한 멋이 살아있는, 나아가 실용성과 기능성까지 실속 있게 챙긴 룩들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특히 2019년부터 줄곧 이어진 레더 아이템들은 그들만의 시크함이 어떤 것인지 여실히 드러낸다. 특별한 장식 없이 실루엣에 긴장감을 주어 존재감을 살리며 어떤 착장에 더해도 손색없을 만큼 웨어러블한 면을 강조한다.



2019 PRE-FALL, 2020 RESORT
2021 SS, 2023 PRE-FALL
가장 최근 컬렉션인 2024 FW는 그야말로 레더 맛집 ©vogue.com



이 매혹적인 브랜드를 제대로 즐기려면 무엇보다 아우터에 주목해야만 한다. 물론 다른 아이템들도 훌륭하지만 다양한 소재로 변주를 주며, 디테일에 대한 유의미한 도전을 시도한 재킷과 코트가 유독 아름답기 때문이다.

나아가 밤낮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의 경찰로부터 영감을 받은 2022 RESORT, 데이빗 린치(David Lynch)의 영화 광란의 사랑(1991)에서 힌트를 얻은 2023 SS의 런웨이는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 레더와 퍼는 물론 스웨이드와 실크, 스네이크 텍스처까지 변화무쌍하게 등장하는데도 전혀 피곤하지 않다. 오히려 이 모든 걸 가뿐히 통제해 버리는 디자이너의 절제력에 감탄만 나올 뿐.



2022 RESORT
2023 SS
2023 FW
2024 FW ©vogue.com


그렇다면 최근의 KHAITE는 어떤 모습일까? 캐서린은 2024년 SS의 컬렉션을 사나움(Ferocity)란 한 단어로 함축한다. 뉴욕, 나아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이 한치의 두려움 없이 진정으로 자신을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다짐은 고스란히 의상들을 통해 재현된다. 오프닝의 올 블랙 룩들과 과감한 컬러, 묵직하고 강럴한 실루엣과 이에 반하는 주름과 프린지 등의 페미닌한 요소들까지. 얼핏 보면 이질적이지만 이러한 불협화음이 오히려 결코 잊히지 않을 멜로디로 각인된다. 마치 도시의 치열함 속에서 위태로운 듯 보이지만, 절대 쓰러지진 않겠다는 여성의 당찬 포부를 표현한 것이다.



2024 SS ©vogue.com





잔인하고 아름다운 도시, 뉴욕


여기서 성공할 수 있다면 어디에서나 성공할 수 있습니다.

캐서린은 자신이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라는 것에 매우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고백한다. 왜냐하면 그녀에게 뉴욕은 세계 최고의 도시이자, 인생의 반이 넘는 시간을 영위하고 있는 애착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KHAITE의 모든 컬렉션은 결국 뉴욕과 디자이너 캐서린의 러브 스토리다. 자신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언제나 반가이 맞이해 주는 이 놀라운 도시의 애티튜드에 매번 감사하면서.



KHAITE의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dezeen.com



마지막으로 KHAITE가 지금처럼 인기있는 브랜드가 되기 이전, 초창기 시절의 재미난 일화를 소개한다. 사실 케이티 홈즈의 사진이 화제를 모으기 이전, 점원이 실적이 좋지 않은 캐시미어 브라의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며 강력히 권고했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서린은 이 제품의 가능성을 굳게 믿고 판매를 강행했다고 한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천만다행인 일. 이후 그 아이템은 재고를 보충하자마자 한 시간 만에 매진될 정도의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리는 브랜드의 얼굴이 되었으니까.

무언가 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우선 기다려야 합니다. 지금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이 나중에도 성공하지 못할 거란 의미는 아니니까요. (2020년 2월, BRITISH VOGUE)



캐서린 홀스타인 ©nytimes.com




패션계는 이 기특한 브랜드를 향해 이러한 평을 남긴다. 기능성과 미학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옷이라고.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삶 속에서 수많은 양자택일의 순간을 맞이하지만, 또한 하나를 포기하면 하나를 얻게 된다는 든든한 교훈까지 있지만, 사실 두 가지 모두를 선택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 하다. KHAITE의 성공이 우리에게 균형이란 흥미로운 선택지를 제안하고 있으니. 물론 한 쪽으로 마음을 정했을 때보단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뭐,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 않겠는가.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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