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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May 16. 2024

얘 좀 봐. 이름이 창조자(Creator)래

Stories: Tyler, The Creator


Tyler, The Creator

얘 좀 봐, 이름이 창조자(Creator)래





한 마리 토끼도 제대로 잡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음악과 패션, 이 두 마리 토끼를 완벽하게 잡아버린 놀라운 인물이 있었으니. 그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 지금부터 그의 웅장한 영웅담에 귀 기울여 보자.



©pinterest





얘 좀 봐, 이름이 창조자(Creator)래



1991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타일러 그레고리 오콘마(Tyler Gregory Okonma). 그는 탁월한 리더십과 실행력으로 열일곱 살이 되던 해 친한 동료들과 함께 크루 오드 퓨처(Odd Future)를 결성한다. 물론 주 종목은 음악이었지만 영화 제작자와 디자이너, 스케이트 보더까지 다양한 분야의 능력자가 모여있는 매혹적인 예술 집단이었다. 구성원 중엔 유명 래퍼 얼 스웻셔츠(Earl Sweatshirt)와 프랭크 오션(Frank Ocean)도 있었다고 하니 역시 끼리끼리는 진리.


이후 타일러는 망설임 없이 컴필레이션 앨범 The OF Tape과 자신의 첫 솔로 앨범인 Bastard를 연달아 발표한다. 그리고 곧 이 두 앨범이 전부 저명한 음악 매체인 피치포크(Pitchfork)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음악계의 초신성으로 떠오른다.



얼 스웻셔츠(좌)와 타일러(우)의 풋풋한 모습 ⓒthrashermagazine.com
The OF Tape의 커버 ⓒgenius.com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란 이름은 미국의 인기 소셜 네트위킹 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Myspace)라는 플랫폼에서 썼던 랜덤 아이디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별 큰 뜻은 없다고. 대신 각기 다른 아이디로 운영하던 세 개의 페이지 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곳의 아이디를 선택했다는 나름의 이유는 있다. 줄곧 승승장구하는 타일러의 행보에 빗대어보면, 그의 다재다능함과 딱 맞아떨어지는 네이밍이란 점은 분명한 사실.



이름의 비밀을 공개했던 2015년 지미 키멜 라이브 쇼 ⓒbillboard.com



2011년 발매된 두 번째 솔로 앨범 Goblin의 수록곡인 Yonkers 뮤비가 크게 히트하며 본격적인 유명세를 타게 된 타일러. 게다가 이 화제의 영상까지 그가 직접 제작한 것으로 밝혀지며 더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크레딧엔 감독 이름이 울프 해일리(Wolf Haley)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 인물은 타일러의 또 다른 자아, 즉 부캐인 셈. 이걸로서 그는 음악뿐만이 아닌 뛰어난 영상 제작 실력까지 입증하며 다재다능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자리한다.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타일러의 두번째 앨범, GOBLIN ⓒstockx.com




대담하고 선명하게



그렇다면 패션에선 어떨까. 오드 퓨처란 크루 이름이 괜히 나온 게 아닌 것이, 취향도 꽤나 오드(Odd) 하시다. 하나 의외인 사실은 그가 피비 파일로(Phoebe Philo)의 올드 Céline의 열렬한 팬이라는 것! 여하튼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취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패션계의 평가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트렌드에 저항하는 자.


특히 핑크와 반바지, 그리고 금니. 이 세 가지 조건은 타일러의 패션에서 절대 빠져선 안 되는 중요 포인트다. 그중에서도 핑크에 대한 그의 사랑은 정말 대단한데, 2016년 6월 NEW YORKER 지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10대 시절 핑크색 후드티를 입었다는 이유로 한 상점 직원으로부터 조롱을 받았던 경험이 오히려 핑크에 대한 사랑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힌다. 진짜 남자가 어떤 색을 입는지는 오롯이 스스로의 판단만으로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었으니. 결국 핑크는 그에게 단순한 색을 넘어선, 고루한 관념에 대해 앞으로도 끝없이 저항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IGOR(2019)의 앨범 커버 역시 핑크 ⓒpinterest, ⓒpitchfork.com
웃을 때마다 보이는 반짝이는 금니 ⓒnssmag.com



이처럼 타일러가 패션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색에 대한 확고한 철학 덕분이다. 그는 색 이론에 관련한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색상과 채도를 조절하여 그것들을 조화롭게 꾸며내는 데 재능을 보인다. 때문에 그의 평소 착장에서 눈 여겨 보야할 지점 역시 컬러 매칭. 채도가 높은 원색을 선택하여 시선을 단숨에 끌어당기는 효과를 주는 건 물론이며, 현란한 패턴과 베이직한 아이템을 잘 버무려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해 낸다.



ⓒgq-magazine.co.uk, ⓒvibe.com, ⓒgolfwang.com, ⓒpinterest



평소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을 드러내 왔던 타일러. 정말 여러 매체에서 퍼렐이 자신의 롤모델이라 언급하곤 했는데, 그러고 보니 타일러의 음악과 패션으로 이어지는 커리어가 서로 무척 닮았다. 그렇다면 이 둘이 협업을 한다면 어떨까? 드디어 그 궁금증이 풀릴 기회가 왔다. 올해 3월, 퍼렐이 디렉터를 맡고 있는 Louis Vuitton과 타일러의 합작 컬렉션이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퍼렐과 타일러 ⓒgq-magazin.de, ⓒgq.com


이 협업은 타일러의 출중한 색감 능력을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Louis Vuitton의 시그니처인 모노그램 백만 봐도 그렇다. 이전 무라카미 다카시(Murakami Takashi)의 컬러풀한 모노그램 패턴이 떠오르면서도 채도를 적절히 조절하여 보다 세련된 무드를 조성한다. 마치 기존의 모노그램 패턴이 흑백 영화라면, 타일러의 손길이 닿은 새로운 모노그램은 최초의 컬러 영화에 비유할 수 있겠다. 그만큼 놀라운 변화를 심어두었다는 소리.


Louis Vuitton X Tyler, The Creator ⓒnssmag.com




스트릿 브랜드를 초월한 GOLF WANG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타일러의 패션의 정수를 느껴볼 차례. 2011년, 그는 자신의 음악적 커리어가 상승 기류에 올라탈 때쯤 새로운 도전을 결심한다. 바로 자신만의 패션 브랜드를 런칭하는 것. 역시 타고난 재주꾼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 본업인 음악도 꾸준히 병행하면서 놀라운 추진력으로 GOLF WANG의 데뷔까지 무사히 치뤄냈으니 말이다. 브랜드 이름은 오드 퓨처의 슬로건인 Odd Future Wolf Gang Kill Them All 중 Wolf Gang의 철자를 재배치하여 지은 것으로, 스포츠 골프와는 관련이 전혀 없다고.



2014 FW



나는 Supreme을 좋아합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없는 아버지 같은 존재입니다.

(THRASHER Magazine)


타일러가 19살이었을 당시의 인터뷰를 보면, 그의 스트릿 웨어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진심인지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GOLF WANG 역시도 강한 스트릿 무드를 풍긴다. 하지만 이 브랜드는 다른 스트릿 브랜드와는 확연한 차이점을 가진다. 기존 힙합과 스케이트 보드 룩의 정통성을 따르는 대신 프레피나 워크 웨어 등 다른 장르의 스타일을 적절히 믹스함으로써 고유의 개성을 획득해 낸 것이다.



2015 SS, 2018 FW
2021 SS
2022 SS
2023 SS
2024 SS ⓒgolfwang.com



나와 다른 놈들과의 차이점은 하나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만든다.

(The New Yorker, 2016년 6월)




말 그대로다. GOLF WANG엔 정말 타일러의 모든 취향이 담겨있으니까. 맑고 푸른 하늘빛, 활짝 핀 해바라기와 데이지, 잔디의 푸른색과 무지개까지. 이는 평소 자연, 특히 꽃을 좋아한다고 자주 언급했었던 그의 기호를 그대로 반영한 요소들이다.


나아가 그는 남성복이라면 응당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맞서 타일러, 그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남성복을 만들고자 한다. 매해 컬렉션에서 목격되는 독특한 색상 매치와 패턴의 향연, 변화무쌍한 디자인들은 이러한 올곧은 신념에서 비롯된 귀중한 산물인 셈.


2016 FW
GOLF WANG 2016 FW 런웨이 현장 ⓒwwd.com, ⓒgolfwang.com



현재 GOLF WANG은 그 인기의 힘입어 프리미엄 라인인 Golf le FLEUR까지 런칭한 상태다. 럭셔리함에 초점을 맞춘 Golf le FLEUR는 고급 소재와 수작업 제작 방식으로 품질을 보장하는 건 기본이며, 사용하는 색감도 GOLF WANG과는 사뭇 다르다. 파스텔톤의 은은한 우아함과 절제된 채도로 안정감을 주는 쪽을 선택한다.



또한 Lacoste와 Converse 등 기라성 같은 브랜드와의 콜라보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만큼, 또 다른 새로운 브랜드와의 협업 역시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중이다. 혹시 당신이 콜라보 매니아라면 반드시 공식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는 걸 추천한다. 기성품과는 전혀 다른 멋을 가진 제품들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으니. 어허, 아직 끝이 아니다. 럭셔리 브랜드의 필수 조건인 향수까지 출시해 버렸다. 이거이거 아무래도 본격적인 세력 확장의 음모(?)를 꾸미고 있는 듯. 어떤가. 타일러만의 유쾌한 럭셔리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너무나 기대되지 않는가?



Golf le FLEUR의 다양한 제품군
Lacoste(좌), Converse(우)와의 콜라보
향수 프렌치 왈츠(French Waltz)의 캠페인 ⓒgolflefleur.com




나는 단지 사람들을 내 세계로 초대했을 뿐입니다.

(FADER, 2016년 6월)




창조자라는 어마어마한 이름을 부여받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자신의 일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그의 초대장을 받고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런 우리가 타일러에게 원하는 건 오직 하나뿐이다. 앞으로도 무사히 그만의 찬란한 세계를 유지해 주기를. 문이 열리면, 누구라도 주저 없이 발을 디딜 수 있도록.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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