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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Jun 12. 2024

VAQUERA: 카우걸이 그리는 패션 팬 픽션

발칙하고 엉뚱한 VAQUERA의 실험실

Brand LAB: VAQUERA

카우걸이 그리는 패션 팬 픽션




이미 아는 것도 새롭게, VAQUERA가 전개하는 발칙한 패션 세계.

흔히 즐기는 자를 이길 자는 없다고 한다. 그러니 2013년부터 ‘재미있게’ 옷을 만드는 뉴욕의 VAQUERA를 어찌 막을 수 있으랴.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을 걸


고백한다. VAQUERA에 주목하게 된 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한번 빠진 이상 영원히 헤어 나올 수는 없게 되었다. 이토록 발칙하면서도 영리하게 디자인을 전개할 줄 아는 건 이들이 유일무이하니까. 게다가 키치하고 유머러스한 감각의 디자인에 마음이 쉬이 뺏기고 마는 에디터에게 VAQUERA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브랜드다.


©vogue.com, ©@vaquera.nyc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아이템을 꼽자면, 브래지어가 프린팅된 티셔츠나 바이올린 백, 테디베어 키체인이 아닐까. 이런 재치 있는 감각이 돋보이는 VAQUERA의 뒤에는 브랜드 창립자 패트릭 디카프리오(Patric Dicaprio)가 있다. 브랜드 명인 VAQUERA(스페인어) 또한 그의 별명인 ‘카우걸(Cow Girl, 동성애자의 은어로도 쓰임)’에서 따온 것이다. 패트릭의 인스타그램에는 곧바로 좋아요 누르고 싶은 밈(meme)들이 가득한데, 이는 그가 소셜미디어에서 영향을 받고 동시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배경과 관련 있다는 확신이 든다.

VAQUERA를 이끌고 있는 패트릭 디카프리오(Patric Dicaprio)와 브린 토벤시(Bryn Taubensee) ©@vaquera.nyc



현재 브랜드를 이끄는 패트릭은 미국 앨라배마 출신, 그리고 동업자 브린 토벤시(Bryn Taubensee)는 미국 인디애나 출신이다. 뉴욕 같은 대도시 출신이 아닌 만큼, 패션의 중심지에서 떨어져 유년 시절을 보낸 셈이다. 당시 패트릭이 살던 곳에서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는 코코 샤넬(Coco Chanel)이 다였다고 하니…. 어땠을지 짐작이 가지 않는가? 그리하여 패트릭은 Tumblr와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플랫폼에서 자신의 동네에서는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영감을 발견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진정한 관심 분야를 깨달았고, 이것이 뉴욕에서 패션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vaquera.nyc


그러니 2013년 처음 등장한 VAQUERA가 Tumblr를 통해 컬렉션을 선보인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브랜드 초기에는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의 CHANEL 룩 전체를 그대로 따라한 뒤 그 위에 VAQUERA 로고만 박는 식으로 시즌을 전개했는데, 기존의 패션 문법을 따르지 않는 행보를 보여줬다. 또,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 미겔 아드로베르(Miguel Adrover)같은 디자이너들의 룩을 그대로 가져오기도 하며 논란 아닌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의도된 것이었다는 게 중요하다. 명확하게 룩을 가져왔다고 대놓고 언급했으니 말이다.

많은 디자이너가 참고한 브랜드를 실제로 이야기하기를 꺼리는 것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오히려 VAQUERA는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가져와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방식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이 브랜드의 색깔은 ‘패션 팬 픽션(Fashion Fan-fiction)’이라는 용어로 대표된다. ‘팬 픽션’은 팬이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인이나 유명 작품을 기반 삼아 창작한 이야기를 말하는 것으로, 여기서는 VAQUERA가 기존 디자이너가 만든 패션을 다시 재현해 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토록 미국적인 브랜드


VAQUERA는 미국적이다. 아니, 미국 그 자체다. 단지 브랜드를 이끄는 패트릭과 브린이 미국인이라서가 아니다. 실제로 미국 문화와 그 근원을 깊이 이해하고 관심이 높은 데다가 그 개념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자주 등장하는 미국 성조기 드레스나,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달러 지폐, 자유의 여신상의 이미지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vaquera.nyc


자본주의의 종주국인 미국답게 현대 사회의 소비주의나 대중 문화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도 담겨 있다. 2013년, 처음 브랜드 론칭했던 시기가 뉴욕 패션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Opening Ceremony, HOOD BY AIR가 함께였다는 걸 고려해 본다면, 이들이 공통 분모로 가진 DNA가 기존의 고정 관념에 대한 저항 정신이라는 것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프레젠테이션과 캠페인으로만 룩을 선보였던 VAQUERA가 제대로 런웨이에서 첫걸음을 뗀 건, 2017년 첫 뉴욕 패션 위크였다.

VAQUERA 2017 FW, 실제 (Tiffany & Co.) 주얼리 파우치 ©vogue.com, ©thesilvertrove.com


이 데뷔 쇼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건 'Vaquera & Co.'라고 적힌 칵테일 드레스! 이 깜찍한 룩은 티파니앤코(Tiffany & Co.) 주얼리 하늘색 파우치를 그대로 구현했던 것으로, 역시나 VAQUERA의 남다른 창의력이 돋보였던 한 장면이었다. 그 어떤 것이라도 VAQUERA의 세상에서는 패션이 될 수 있다는 의지와 포부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렇듯 VAQUERA가 전개하는 컬렉션이 흥미로운 건 미처 생각지 못한 것에서 영감의 소재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들의 디자인을 보고 있자면 하나의 질문이 다가오는 듯하다. “왜 그렇게 심각해? 그럴 필요 없어” 삶에서 유머나 긍정에 대한 찬미의 태도가 돋보인다.

VAQUERA 2018 SS ©vaquera.nyc


시즌이 지날수록 이들의 유머러스한 센스가 다듬어지는 모습을 보는 것도 큰 재미다. 초반에는 실험적인 작품, 쇼를 위한 피스들이 많았다면 최근 컬렉션은 더 상업적이고 웨어러블하게 다듬어진 모습을 보인다. 특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래픽이 적힌 상의는 특유의 재치가 드러나는 포인트다. 개인적으로 VAQUERA 쇼의 백미는 컬렉션 피날레에 함께 등장하는 디자이너 패트릭과 브린을 보는 거다. 매번 쇼에 등장하는 피스를 입고 등장하는 둘의 모습을 보면 거부할 수 없는 귀여움에 스크린샷 버튼을 누르고 만다.

VAQUERA 2020 SS, VAQUERA 2022 SS, VAQUERA 2024 SS ©vogue.com


VAQUERA는 성별이라는 담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머리에 리본을 달고 부츠를 신은 남자, 넥타이를 맨 여자처럼 말이다. 이들의 세계에서 남자와 여자를 나누는 옷은 없다. 모두를 위한 옷만 있을 뿐.

VAQUERA 2018 FW, VAQUERA 2018 FW, VAQUERA 2019 SS ©vogue.com


그들의 여정이 마냥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원래는 패트릭을 비롯해 4명이 전개하던 브랜드였지만 하나둘 떠나, 지금의 둘이 남았다. 팬데믹 시절, 극심한 재정 위기를 겪기도 했는데, 부업까지 하면서도 막으려 했던 파산을 앞뒀던 이들에게 손을 내민 건 COMME des GARCONS의 도버 스트리트 마켓(DOVER STREET MARKER)이었다.

VAQUERA 2024 FW ©vogue.com


2022년에는 파리 패션 위크로 거점을 옮겼다. 오히려 프랑스라는 이국적인 공간에서 ‘미국적임’이 미국에서보다 더 잘 드러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VAQUERA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오버사이즈 컷과 과장된 질감, 과감한 믹스 매치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확고한 색을 발하고 있다. 이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위기가 기회가 될 때도 있다는걸.




VAQUERA를 입는다는 것


즐겁다. 그거면 된다. VAQUERA가 지금까지 보여준 창의적인 컬렉션들은 언제나 즐거웠다. 공고한 성별, 인종의 경계를 넘어 각자의 개성을 인정하는 점에서 미래지향적이기도 하다. 그러니 VAQUERA를 입는 건 삶에 재미를 더하고, 나아가는 일이다.


©@vaquera.nyc
©pzdirect.tv



“VAQUERA의 타겟은 클럽에 갈 때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마트에 장 보러 갈 때는 이브닝드레스를 입는 그런 사람들이다. 예상치 못한 시도나 행위를 즐기는 사람들 말이다.”

뻔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그럼 VAQUERA는 바로 당신을 위한 옷이다. 추구하는 패션과 상업적 성공 사이의 균형을 잡은 패트릭과 브린이 보여줄 세계는 분명 언제고 흥미로울 테니까.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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