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Boho Fashion
Trend: Boho Fashion
자유를 꿈꾸는 보헤미안 스타일
잠깐 반짝이다 지고 마는 사소한 트렌드가 아니다. 올여름은 물론 앞으로의 FW시즌까지 톡톡히 책임질 보헤미안 스타일. 그 자유로운 매력 속으로.
과거여행을 떠난 패션계의 타임머신은 아직 돌아올 생각이 없는 듯 보인다. Y2K와 인디슬리즈라는 걸출한 트렌드들을 복귀시킨 것도 모자라 이젠 2000년대를 강타했던 보호 시크(Boho-Chic)까지 소환할 예정. 이쯤 되면 패션의 역사를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되겠다. 이미 실전으로 충분히 체감하고 있으니.
그러나 이 트렌드의 근원을 파악하려면 보다 더 깊은 과거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약 2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보헤미안 미학의 시초를 정확히 짚어내긴 어렵겠지만, 이 용어는 줄곧 유목민적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데에 쓰여왔다. 기성의 가치관을 부정하고, 자유를 갈망하며, 문명과 물질에 휘둘리는 삶대신 자연과 인간 사이의 유대감에 열중했던, 그들의 삶을 말이다.
70년대 보헤미안 열풍이 불었던 이유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관습과 전통을 거부하고, 다양한 억압과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급진적인 사회 분위기가 당시 젊은이들의 패션까지 뒤바꾸어 놓은 것. 특히 1969년 8월, 우드스탁(Woodstock) 페스티벌에 모였던 뮤지션과 관객들의 차림은 그중에도 엑기스다. 보헤미안 스타일의 향취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생생한 착장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보헤미안 스타일은 현대에 와서 종종 보호 시크라 불리우게 되었는데, 둘 사이에 큰 차이는 없지만 원조 보헤미안 룩의 철학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보다 럭셔리한 느낌이 가미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전엔 강렬한 색감과 레이어링으로 화려한 느낌을 강조한 반면, 지금은 간소한 스타일링과 미니멀한 메이크업으로 본연의 청초함과 우아함을 상기시키는 쪽에 가깝다. 나아가 자유롭게 나부끼는 실루엣과 부드러운 원단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것이 이 룩의 핵심이다.
Chloé가 간만에 기분 좋은 사고를 쳤다. 새로운 디렉터 셰미나 카말리(Chemena Kamali)가 2024 FW에 선보인 보헤미안 코드가 극찬을 받으며 패션계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기 때문.
Chloé의 특징인 페미닌함과 세련됨이 잘 표현된 이번 컬렉션은 여성의 직관이 주제다. 셰미나는 여성으로서 진정한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직관을 믿어야 함을 강조하는데, 일단 직관이고 뭐고 다 떠나서 단 한 피스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컬렉션 속 모든 룩들이 알차다. 보헤미안 룩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가벼운 소재, 프린지 장식, 레더 샌들과 부츠, 꿈결 같은 은은한 컬러감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진다.
Rabanne의 FW에도 보헤미안 코드가 심어져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Chloé보단 웨어러블한 느낌이 강하다. Rabann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줄리앙 도세나(Julien Dossena)는 이번 컬렉션의 힌트를 파리의 거리와 지하철 속 여성들의 출근복에서 얻었다고 하는데, 이처럼 일상과 엮인 그녀의 영감이 보헤미안의 판타지한 감성을 보다 현실적으로 상쇄시킨 셈이다.
Rabanne의 룩에는 보헤미안 스타일의 또 다른 핵심인 레이어링이 두드러진다. 빈티지한 무드와 도회적인 무드의 아이템을 적당히 믹스 매치함으로써 독특함 화려함을 가미한 것. 마치 바로 이것이 2024년의 뉴 보헤미안이다!라고 외치는 듯 하다.
그렇다면 이 시대 보호 시크의 장인, Isabel Marant의 컬렉션은 어떨까. 손이 자주 가고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옷만 만들겠다는 그들의 다짐은 이번 FW에서 빛을 발한다. 뉴트럴한 색감과 잔잔하면서도 힘 있는 패턴, 고급스러운 소재와 만난 보헤미안 무드가 단숨에 시선을 낚아채 버리니까.
특히 이전의 Isabel Marant을 떠올리게 하는 맥시, 미니 드레스를 기반으로 재킷과 조끼, 부츠 등에 프린지 장식을 적극 활용하여 현명한 변화를 이끌어낸다. 이전부터 이들의 옷을 사랑했던 사람들이라면 올해 역시 기대에 부응할 만큼 훌륭한 룩들이다.
자, 이젠 보호 시크 룩을 어떻게 일상에 활용하면 좋을지 셀럽들에게 한 수 배워 볼 차례.
드라마 노멀 피플(Normal People, 2020)의 주인공 매리앤을 훌륭하게 소화하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 배우 데이지 에드거존스(Daisy Edgar-Jones). 그녀는 최근 Chloé의 FW시즌 룩들을 멋지게 소화한 모습이 화제가 되며, 새로운 보호 시크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그녀 이전에도 2000년대를 주름잡던 언니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언급되어야 할 인물은 아마 시에나 밀러(Sienna Miller)가 아닐까. 과거엔 카우보이 부츠와 프린지 재킷을 적극 활용했던 그녀였다면, 최근엔 에스닉한 느낌을 과감히 버리고 보다 시크한 보헤미안 스타일을 선호하는 모습이다.
다음으로는 The Row의 수장으로 맹활약 중인 올슨 자매(Ashley Olsen, Ashley Fuller Olsen)다. 2000년대 내내 그들은 그런지한 색채가 강한 보헤미안 스타일을 고수했는데, 이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 참으로 우습다. 아무래도 과감한 레이어링과 온 바닥을 쓸고 다닐만한 맥시한 하의가 주가 되다 보니 종종 홈리스 룩이라고 불리며 놀림을 당했다고.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일 것이니, 다시 봐도 참으로 색다르고 참신한 시도다.
보헤미안이 여성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다면 오산. 배우 조니 뎁(Johnny Depp)과 뮤지션 존 메이어(John Mayer)의 아웃핏은 남성들이 어떻게 하면 이 난해한 트렌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무엇보다 둘 다 한결같은 스타일을 선호하고 있다는 데에서 더욱 믿음이 간다. 낡은 셔츠와 데님, 부츠, 페도라와 스카프까지 그들만의 아우라를 잔뜩 머금은 아이템들이 매번 출현하니 이를 관심 있게 관찰한다면 분명 성공적인 보호 시크 룩을 완성할 수 있을 듯.
모처럼 반가운 트렌드가 찾아와 에디터는 신이 난다. 올 여름 휴가 시즌, 어떤 룩을 입어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면 주저없이 이 보헤미안 스타일을 선택하라. 답답한 일상과는 정반대에 있는 몽상가의 삶을 잠시라도 즐겨볼 수 있도록.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