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LAB: Oakley
Brand LAB: Oakley
세상 모든 선글라스의 조상님
Oakley는 세상의 모든 선글라스의 조상입니다. 존경합니다.
패션쇼 음악의 거장, 미쉘 고베르(Michel Gaubert)가 Oakley에게 보내는 애정 어린 찬사. 하지만 이 한 문장 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Oakley를 이루는 특별한 순간들은 아직 차고 넘치니까.
세기의 발명은 가끔 우연으로부터 비롯된다. 방치된 감기 바이러스에서 출현한 페니실린이 그렇고, 개의 털에 붙은 도꼬마리의 씨앗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찍찍이가 그렇고, 강력한 접착제를 만들려다 오히려 어중간한 접착력의 물질을 발견해 이를 적용한 포스트잇이 그렇다.
지금부터 소개할 Oakley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스테디셀러인 아이셰이드(Eyeshade)는 창립자인 짐 제너드(Jim gennard)가 운전 중에 우연히 떠오른 아이디어를 그대로 실현한 산물.
속사정은 이렇다. 1983년, 샌디에고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운전 중이던 짐. 갑자기 차유리를 뚫고 들어온 예상치 못한 각도의 엄청난 광량의 빛을 마주하게 된다. 일몰 무렵, 태평양 수면에 반사된 태양이 바로 범인이었다. 하지만 당시 착용했던 일반 선글라스는 이 빛을 제대로 막아주지 못했다. 말 그대로 무용지물. 이후 그는 꽤 긴 시간을 운전에 애를 먹었다고. 그러나 이 경험은 단지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생각했다. 고글처럼 넓은 반경의 형태를 선글라스에 접목시키면 어떨까? 그렇다면 빛을 더 효과적으로 막아줄 수 있을 텐데.
그는 곧바로 작업실로 돌아가 고글 렌즈 몇 개를 챙기고 옷걸이를 구부려 안경다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둘을 테이프로 합쳐버린다. 그렇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 열악한 결과물이 바로 아이셰이드의 프로토 타입이다. 이는 훗날 Oakley의 이름을 널리 알릴 최초의 스포츠 선글라스로 거듭난다. 1985년, 레전드 사이클 선수 그렉 레먼드(Greg LeMond)는 정식으로 출시된 아이셰이드를 처음으로 착용하고 출전한 투르 드 프랑스에서 2위를 차지한다. Oakley의 인기 역시 이 효과로 함께 급등했다.
그러나 사실 그들의 시작은 1975년, 단돈 300달러, 집 안 차고에서였다. Oakley란 이름은 창립자 짐의 개 이름을 따 지은 것. 게다가 안경의 안자와도 전혀 관계가 없는, 모터크로스 오토바이용 핸드그립 제작이 첫 업무였다. 하지만 그들은 이때부터 남달랐다. 짐은 자신이 직접 개발한 언옵테니엄(Unobtanium)이란 소재로 특허까지 얻어내는데, 땀과 물에 강한 일종의 고무로 인체 친화감이 탁월하다. 오늘날 Oakley 아이웨어의 코받침과 다리 귀팁은 모두 이 신소재의 도움을 받고 있다. 아무리 격렬한 움직임을 취해도 절대 미끄러지지 않으며 그립감도 남다르다.
Oakley를 떠올리면 미치광이 과학자가 생각난다.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브라운 박사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건 비단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Oakley 스스로도 그들의 연구를 매드 사이언스(Mad Science)라 칭하고 있으니. 오죽하면 발명이 바로 규칙이다, 없으면 만들면 된다,가 그들의 경영 철학이었을까. 때문에 그들의 기술력은 그 대항자가 없을 정도로 이미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하지만 이걸로 다가 아니다. 자신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감당해 줄 여러 디자이너들과 함께 다양한 도전을 시도하며 Oakley만의 무드를 성실히 다져가고 있는 중이니.
레트로퓨처리즘(Retrofuturism)은 Oakley 디자인의 지향점이다. 이는 레트로와 퓨처리즘의 합성어로, 1950-60년대 우주개발 시대에 성행하였던 미래주의의 영향을 받은 예술개념을 가리킨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우주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낭만은 점점 사그라들었고, 현재는 그 시절을 추억하는 ‘향수‘에서 출발해 과거의 미래상을 재해석하는 예술의 한 경향으로 볼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Oakley의 안경은 외관부터가 벌써 심상치 않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남자 100m 은메달리스트인 육상 선수 아토 볼든(Ato Boldon)이 착용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끈 등장한 오버 더 탑(Over the Top) 모델은 그들만의 아이코닉한 스타일을 가장 잘 반영한 작품이다. 귀에 거는 대신 머리에 쓰는 선글라스라니. 안경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디자인이라 평가받지만 본래는 운동선수를 위해 제작된 기능성 제품이다. 하지만 경기장보다 여러 예술 분야에서 종종 목격되는 걸 보면, 그들의 미친 미감은 이미 기술력을 초월한 것처럼 보인다.
창립자가 가장 애용하는 선글라스, 엑스 메탈(X-Metal)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농구선수인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의 요청으로 탄생한 이 모델은 티타늄과 언옵테니엄의 조합이 극대화된 제품으로, 수공예 공정을 거친 여러 개의 바디 부품을 결합시켜 만든 조각품이나 다름없다. 조던은 결과물에 매우 만족스러워했고 이 모델을 농구장이 아닌 일상에도 애용하며 제품에 대한 애착을 적극 드러냈다. 유명 스포츠 스타라면 환장하는 대중이 이에 반응하지 않을 리가. 이러한 조던의 샤라웃은 스포츠 전문 브랜드인 Oakley를 패션 레이블로 크로스오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중 요즘 가장 핫한 모델은 최고의 패션 아이콘 켄달 제너와 벨라 하디드가 착용한 하프 재킷(Half Jacket) 시리즈. 양 옆으로 길게 뻗은 날렵함이 특징인 이 모델은 Y2K열풍과 함께 셀럽들의 파파라치 샷에 자주 등장하며 특유의 세기말적 이미지를 재현하는 데에 한몫했다.
마지막으로 Oakley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스노우 고글. 무려 1983년부터 스노우 고글을 생산하고 판매해 온 단단한 경력만으로도 선택의 이유로선 충분하다. 그들이 이렇게 롱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성능엔 한계가 없다는 그들의 신념 때문이다. 모든 것은 더 나아질 수 있고, 더 나아질 것이라는 연구 정신이 계속 고객의 니즈를 채워주고 있으니.
그렇기에 Oakley의 스노우 고글은 더욱 특별하다. 매끄러운 곡선 형태로 시야를 확보하고, 탁월한 색상 대비가 특징인 프리즘 렌즈로 식별력을 강화하며, 이에 더해진 이리듐 코팅이 불필요한 빛을 차단해 편안한 라이딩의 세계로 인도한다. 포털 검색창에 스키 고글만 쳐도 Oakley의 이름이 가장 많이 목격되는 건 그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모든 것을 다시 상상하라. 어찌 보면 무모해 보이는 이 말은 Oakley를 끊임없이 확장시키는 동력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이러한 신조로 2000년대 초반, 의류와 슈즈 심지어 손목시계까지 손을 뻗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무사히 이어지고 있다. 다른 제품군들 역시 안경과 마찬가지로 품질과 기능면에선 의심할 여지가 없을만큼 훌륭하다. 게다가 여기, 의외로 콜라보 맛집이다.
2022년, 패션 레이블 Braindead의 개성있는 감성과 Oakley의 기술력이 만나 탄생한 Oakley Factory Team은 2000년에 발매 되었다 별 반응없이 사라진 슈즈 플래쉬(Flesh)를 재해석해 출시 한다. 역시 트렌드는 20년 주기로 돌아오는 것일까. 현재 플래쉬는 여전히 고프코어를 사랑하는 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편안한 착용감은 물론 기능성 슈즈로는 드물게 미니멀한 디자인을 채택해 보다 다양한 무드의 룩에 활용할 수 있는 게 장점.
그저 상상만으로 그쳤다면, 지금의 Oakley란 제국은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안경뿐만 아닌 모든 제품군에서 오직 전문가들을 위한 아이템을 생산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놓지 않는다. 트렌드 보다 중요한 건 올바른 스포츠 문화의 형성을 위해 힘쓰고 그에 기여하기 위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임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정성이야 말로 브랜드를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덕목임을 우리 역시 깨닫고 있기에, Oakley란 이름을 지금껏 기억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의 한계를 함부로 설정하지 않고, 끈질기게 노력하며, 언제나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는 일. 스포츠 정신은 비단 스포츠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님을. Oakley의 성공적인 행보가 이를 증명한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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