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Snowboarder Sungwoo Cho
Interview: Snowboarder Sungwoo Cho
스노보더가 새하얀 설산에 그린 길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아 본 적 있나요? 새하얀 눈밭에 발자국을 남기는 일만큼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을 주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흰 눈을 보며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 건, 모두를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일이니까요.
사진 한 장을 보고 멍하니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스노보드가 그려 놓은 뚜렷한 라인은 분명히 누군가 이곳에 왔다 갔다는 증명이고, 그는 분명히 새로운 길을 개척하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설산에 새겨진 선명한 라인을 계속해서 그려나가는 사람, 프로 스노보더 조성우를 만났습니다.
젠테스토어 독자분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올해로 31년째 스노보드를 타고 있는 프로 스노보더 조성우입니다. 저는 프리스타일 스노보딩, 정확하게는 하프파이프를 주 종목으로 국가대표 상비군, 국가대표, 그리고 브랜드의 프로 선수로서 20여 년간 활동을 해왔습니다.
스노보드는 제 인생 절반을 넘어 삶의 일부가 되었네요. 현재는 설산을 찾아다니는 라이프스타일을 유지 중입니다.
언제부터 자연에서 스노보딩을 즐기셨나요?
스노보드를 처음 접했던 90년대부터였습니다. 당시에는 리조트 밖에도 눈이 많이 내렸기 때문에 깊은 산은 아니었지만, 자연 속에서도 스노보딩을 생활화했죠.
날씨의 변화가 백컨트리 스노보딩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 같은데요. 백컨트리를 통해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변화했나요?
리조트 라이딩에서 벗어나 더 광활한 자연 속에서 활동하는 총칭을 백컨트리라고 일컫는데요. 자연이 가져다주는 변화와 경고를 날씨와 예보를 통해 늘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이에 항상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겨울에는 좋은 눈이 내리기 때문에 늘 좋은 파우더와 신설 트랙을 찾기 위해서 많은 노력합니다. 많은 정보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려고 해요. 전체적인 날씨 패턴과 기후 패턴을 항상 분석하기 바쁩니다. 하지만, 기후 자체가 온난화 패턴으로 변화하면서 겨울을 기다릴 때의 마음이 조급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자연 속에서 가장 도전적이었던 순간이 있나요?
지난해에 일본 다테야마 (해발 3,003m) 지대에서 백패킹을하며 백컨트리스노보딩을 즐겼던 때가 기억이 남습니다.
“ 플랜 A는 타테야마의 최고봉인 오야마(3,003m)였지만 밤사이에 크게 눈사태가 일어났다. 할 수 없이 우리 그룹은 맞은편 조도산 방향으로 플랜 B를 선택했고 선택은 적중했다. 아무도 트랙을 건드리지 않았고 우리가 가장 먼저 올랐다. 시즌 첫 라이딩을 이렇게 시작했다.” - 조성우 (@rangzo)
겨울 산에서의 캠핑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특별한 경험이고, 또한 시기와 장소, 날씨라는 모든 것이 잘 맞아야만 가능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합이 잘 맞을 때 정말 좋은 컨디션으로 캠핑과 스노보딩을 함께 할 수 있는데, 1년에 할 수 있는 날이 손에 꼽힐 정도로 기회가 적습니다. 그래서 설산 캠핑 자체가 시즌 전체에서 굉장한 특별한 이벤트 같은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에서 경험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폭설이 내리고 구름이 걷힌 뒤 파란 하늘과 함께 태양이 떠 있을 때 가장 아름답고 귀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 스노보더 조성우와 함께 떠나는 랑조 투어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한국 스노보딩에서 부족한 부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며 여러 해외스팟들을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투어와 캠프를 교육하여 좋은 동료들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4년 전 코로나 시기가 지나고, 본격적으로 랑조 투어를 기획하여 이어오고 있습니다. 좋은 스노보딩 메이트, 그리고 제가 앞으로 도전할 많은 장소와 빅 마운틴까지 가기 위한 둉료들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충분히 좋은 동료를 모았다는 생각이 들면 후배들에게 이러한 프로세스를 전수하고 싶어요.
대자연에서 즐기는 보딩 캠프를 준비하시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안전한 루트를 확보하는 것이 캠프에서 가장 큰 준비 과정입니다. 이를 위해 사전에 답사를 최소 1회 이상 방문하여 전체적인 이동 경로, 이동 편 등을 만들어냅니다. 이후 피곤도가 가장 낮은 방법을 선택한 후에 이것들이 동료들에게 어느 정도의 피로감과 변수들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수치상으로 놓고 판단합니다.
투어를 진행하시면서 세계 곳곳의 설산을 방문하시는 것 같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그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현재까지 운영하는 곳 중에서 가장 좋은 코스라고 생각되는 곳은 일본 다테야마와 스위스 락스입니다. 이곳들은 아직 한국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있지 않으며 해당 스팟 자체가 주는 상징성과 장소의 네임벨류는 이미 전세계의 모든 라이더가 인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부분을 한국에 많은 라이더들에게 알리고 싶고,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많은 나라를 다니셨을 것 같은데요. 가보고 싶은 곳이 있나요?
남극을 제외한 눈이 내리는 그리고 리조트가 있는 대륙들은 모두 가본 것 같습니다. 현재의 목표는 남극 대륙이며 올해 10월에 도전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 북한에 있는 마식령은 가보지 못했습니다.
60kg의 무거운 짐을 들고 이동하신다고. 산에 갈 때 꼭 챙기는 장비는 무엇이 있나요?
위치추적기 GPS, 카메라, 동계용 특별장비 등이 있습니다. 생존 장비들과 구출 장비, SOS 송수신기들은 보딩을 탈 때도 필수로 가지고 다녀요.
아 고프로를 늘 챙겨 다닙니다. 이건 정말 생활화 되어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는 무엇인가요?
현재 ARC’TERYX에서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스노보드라는 스포츠 특성상 겨울과 친할 것 같은데요. 여름에는 무엇을 하고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눈을 좋아하는 것이지만 냉정하게 따지자면 겨울은 싫어합니다. 추운 걸 극도로 싫어하거든요. 스노보딩을 할 때는 굉장히 열이 나고 땀이 나서 추위를 모르는 것일 뿐입니다.
여름에는 남반구로 떠나시는지요?
네, 그럴 때도 있는데 현재 아이가 어려서 가족들과의 시간도 중요하기 때문에 최근 몇 년간은 아이와 가족들과 시간을 최대한 보내기 위해 여름에는 가급적 활동을 하지 않고 체력 훈련만 국내에서 합니다.
체력 관리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여름과 겨울의 몸 관리 루틴이 다른가요?
여름에는 일단 최대한 많이 먹으려고 노력합니다. 겨울에 많이 먹질 못하거든요. 겨울에는 체중도 많이 빠지고요. 그래서 지구력과 몸 자체의 유연성이 굳어지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여름에는 어떤 스포츠를 즐기시나요?
어렸을 때는 스케이트보드를 엄청 열심히 탔고 거의 매일 탔습니다. 최근에는 지구력 유지를 위해서 자전거를 생활화하여 타고 있고, 등고선과 산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요즘은 등산을 가볍게 즐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름에 즐기는 산 vs 겨울에 즐기는 산
겨울이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조성우 프로에게 스노보딩이란?
이 스포츠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기후가 변화되는 시점에서 눈을 기다리고 겨울을 기다리며 항상 준비한다는 점에서 더 특별함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국내에는 아직 생소하지만, 점차 백컨트리 스노보딩이 많이 늘어나고 있고 파우더보딩 또한 증가 추세입니다. 자연이 주는 즐거움이 큰 특징이지만, 아무도 밟지 않는 눈 위에서 하강하는 기분은 마치 구름 위를 미끄러지는 느낌을 연상시켜 줍니다.
스노보드가 주는 자유와 도전의 상징성 때문에 계속해서 열정이 존재하는 한 더 큰 즐거움을 찾기 위한 행동을 하기에 위험하다고 비춰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자체가 삶과 인생에 주는 에너지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이러한 행위 자체와 시간의 흐름을 행복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눈이 무겁게 내려앉은 설산. 그 새하얀 세상을 가르면서 나의 발자취를 남깁니다. 물론, 이건 아주 잠시. 자연의 이치를 따라 내가 남긴 흔적은 바람에 따라 사라지죠.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자연의 신호를 듣고 따르며 이곳에 잠시 머무르다가는 거니까요.
(*모든 이미지 출처: instagram.com/rangzo/)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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