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LAB: Ashley Williams
Brand LAB: Ashley Williams
내 안의 소녀를 깨워요
소녀들은 Ashley Williams를 좋아한다.
내 주변만 봐도 그렇다. 다만 그 소녀들이 기존에 정의하는 어리고 파릇파릇한 그런 이미지만은 아니다. 어느 정도 세상 풍파를 겪어 적당히 닳았으면서도, 여전히 자기만의 순수를 가지고 있는 이들. 20살이 지났음에도 자신만의 소중한 무언가를 마음속에 품고, 귀여움을 사랑하는 이들. 동시에 전형적인 ‘소녀’들의 컬러였던 핑크를 좋아하지만 가끔은 폭주하고 싶은 소녀들! 그런 그녀들은 하나같이 Ashley Williams을 사랑한다. 소녀로서의 정체성은 나이를 먹는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니.
옷 좀 좋아한다는 지인들의 ‘좋아요’가 여럿 눌러져 있는 Ashley Williams의 인스타그램. 요즘 따라 더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드 보드처럼 브랜드의 정체성이 확고한 이미지들을 구경하는 맛이 있어서다.
프레임 가운데 블루 리본이 포인트인 안경을 모델 컷과 똑같이 씌운 이미지나, 소녀들이 열광하는 키티 캐릭터에 함께 스타일링한 ‘I ♡ ME’라고 적힌 스타킹. 하나하나 폰 사진첩에 저장해놓고 싶을 정도로 확고한 감성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등장한 PVC 소재의 백은 에디터가 오매불망 발매를 기다리는 아이템 중 하나다. 반창고, 스티커, 포장지, 영수증 같은 잡동사니들을 ‘콜라주’ 한 모습으로 넣어서 말 그대로 ‘Ashley Williams’스럽게 선보였다.
“(첫 쇼 당시) 비평가들이 내 쇼 리뷰를 써주지 않았다”
그 이유를 두고 “너무 여성스러워서”라고 밝힌 디자이너 애슐리 윌리엄스(Ashley Williams). 애슐리 윌리엄스가 처음 브랜드를 시작한 2014년은 그녀가 추구하는 귀여우면서도 키치하고, 한편으로는 반항적인 면모가 있는 복잡한 소녀상이 당시 주류 패션가는 거리가 있었던 모양이다.
오히려 지금은 그 부분에 소녀들이 열광한다. 전형적인 ‘여성스러움’의 상징이었던 핑크와 리본을 키치하고 쿨하게 만든 그녀의 커리어 시작은 웨스트민스터 대학 졸업 컬렉션 직후 런던의 신진 디자이너 육성 플랫폼 패션 이스트와 영국 패션협회의 뉴젠에 선정되면서다. 그 화려한 등장처럼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 리한나(Rihanna), 두아 리파(Dua Lipa), 찰리 XCX (Charli XCX) 등 핫한 셀럽들의 사랑을 받는 중이다.
어린 시절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애슐리 윌리엄스. 자기가 원하는 디자인의 옷이 시중에 판매하지 않는 걸 깨달은 뒤로 직접 옷을 만들어 입었다고. 본격적으로 패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영국 수능 A-LEVEL 테스트의 선택 과목에서 사진과 아트 기반의 과목을 공부하면서부터였다.
Ashley Williams의 가장 큰 매력은 ‘유머와 개성’이다. 소녀들이 공감할 만한 재밌는 슬로건과 밈적인 요소와 깜찍한 동물 프린트 동시에 과감한 컬러 위의 펑크적인 그래픽까지! 가끔 브랜드 계정에 등장하기도 하는 그녀의 사진만 봐도 Ashley Williams의 유머러스함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있을 것.
누구나 처음은 있다. Ashley Williams의 첫 컬렉션, SS15!
당시에는 몰랐는데 이제 보니 확실히 런던의 펑크한 DNA가 느껴진다. 그 시절 핫했던 런던 베이스 브랜드 LAZY OAF와 상당히 비슷한 느낌도 있다. 2010년대에 유행했던 네온 컬러나, 핍토 힐이 돋보이는 이 컬렉션들은 확실히 지금 Ashley Williams가 선보이는 재기 발랄하면서도 당돌한 무드의 기반이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2017년은 한창 에디터가 Ashley Williams에 푹 빠져있던 시기다. 당시 핑크 머리가 시그니처였던 모델 페르난다 리(Fernanda Ly)가 입은 이 티셔츠 사진을 보고서 ‘어쩜 이런 브랜드가 다 있지’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당연히 긍정적인 의미였는데, 당시 Ashley Williams를 취급하던 압구정 편집숍으로 며칠 뒤 직행했다.
2010년대 후반은 Ashley Williams의 ‘제 1 전성기’다.(에디터가 붙인 말이다.) 당시 패션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서 Ashley Williams가 자주 언급되곤 했으니까. 향수를 자극하는 패치워크 디자인이나 핑크빛 달러로 가득 채운 상징적인 드레스 등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스타일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안타깝게 팬데믹 기간 동안 브랜드 전개를 중단했던 Ashley Williams.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애슐리 윌리엄스는 패션 이스트의 후원을 받아 컬렉션을 재개했다. 언제나 그래왔듯, 그 어느 때보다 귀엽고 사랑스러움으로 꽉꽉 채워서! 거기에 세속적인 것과 신성한 것을 동시에 가져와서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운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마음으로 본 Ashley Williams SS24.
이번 봄에 입고 싶은 Ashley Williams SS25. 재능 있는 이들과의 협업이 돋보인 컬렉션이었다. 대거 등장한 금발 가발은 헤어 스타일리스트 소이치 이나가키(Soichi Inagaki), 한 끗 디테일이 살아있는 네일은 ‘키라키라 네일(@kirakira___nails)의 작품.
영원히 소녀 할래~ 이런 마음에 매번 불을 지피는 Ashley Williams.
단순히 로맨틱한 키치 감성을 선보이는 게 아니라 과감한 그래픽과 슬로건으로 할 말 다 하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러니 귀엽고 사랑스러운 거에 사족을 못 쓰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맛을 좀 본 소녀들이라면 푹 빠질 수밖에! Ashley Williams 입는 소녀들은 세상 귀여워 보여도, 건들면 물어요. 앙!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