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ies: Robert Pattinson Style Evolutio
Stories: Robert Pattinson Style Evolution
미키 17 주인공, 로버트 패틴슨 스타일 분석
우리들의 영원한 뱀파이어, 로버트 패틴슨(Robert Pattinson). 그는 이제 단순히 배우를 넘어 어엿한 스타일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클래식한 수트부터 실험적인 실루엣, 무심한 듯 멋을 낸 스트리트 웨어까지 여전히 현재 진화형인 그의 패션에 대한 이야기.
우리가 기생충(Parasite, 2019) 이후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을 얼마나 고대했던가. 디테일에 죽고 못 사는 그가 곧 미키 17(Mickey 17, 2025)이라는 신작에 대해 언급했을 때, 게다가 헐리웃의 유명 배우와 함께 작업 중이라는 걸 고백했을 때, 그 배우가 도대체 누구인지... 우리는 얼마나 궁금해했었던가.
박찬욱은 말했다. SF영화가 세상에 왜 필요한지 알고 싶다면 미키 17을 보시라. 이에 나는 이렇게 덧붙인다. 로버트 패틴슨이 왜 스타일 아이콘이 되었는지 알고 싶다면 한국 내한 룩을 보시라. 2025 Dior 리조트 컬렉션을 자신만의 분위기로 소화해 내는 저 아우라, 정말 독보적이다.
영화 미키 17은 마카롱 가게를 차렸다가 쫄딱 망하고 거액의 빚을 지게 된 미키(로버트 패틴슨)가 사채업자를 피해 지구를 떠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복제인간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1인 다역을 소화해 내는 로버트의 심도 깊은 연기가 영화 관전의 묘미.
의상은 설국열차(Snowpiercer, 2013)와 옥자(Okja, 2017)로 봉감독과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캐서린 조지(Catherine George)가 담당했는데, 이 영화에서도 카세트 퓨처리즘(Cassette Futurism) - 복고적 미래주의 느낌의 아이템들이 목격된다. 고글과 에비에이터 모자, 낡은 작업복을 감싼 전선과 락커로 새긴 숫자 표시까지. 뭔가 옛날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볼 법한 이미지다.
트와일라잇(Twilight, 2008)
로버트 패틴슨을 전 세계적 스타로 만들어 준 출세작, 트와일라잇. 인간 소녀와 뱀파이어 소년이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며 위험과 갈등에 맞서는 판타지 로맨스다. 남주와 여주가 현커로 발전하며 화제가 된 것은 물론, 로버트의 비현실적인 외모가 여심을 사로잡는데 한몫 톡톡히 해냈다.
이 영화의 의상을 맡은 웬디 척(Wendy Chuck)은 얼어붙은 시간을 살아가는 뱀파이어 컨셉에 초점을 맞추어 차가운 색상 팔레트 위주로 아이템을 선택했다고 밝힌다. 파란색이나 흰색, 회색 등 추운 북극을 연상케 하는 컬러를 적극 활용한 것. 하지만 의외로 까다로운 취향을 가진 로버트 때문에 고생 꽤나 했다고 하는데… 그는 셔츠를 바지에 넣어서 입는 걸 극도로 꺼려서 모든 셔츠를 짧게 줄여야 했고, 청바지의 경우에도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어 주는대로 입지 않았다고.
예산 부족으로 인해 의상비를 절약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돈을 쓴 아이템 역시 로버트의 차지였다. 바로 프롬에서 그가 입었던 GUCCI의 블랙 수트다.
굿 타임 (Good Time, 2017)
GQ의 에디터 샘 슈베(Sam Schube)는 이 영화의 패션을 단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 굿 타임에서는 옷이 범죄자를 만든다. 그만큼 이 작품에서 의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마어마했다는 소리. 멋있는 수트를 입은 신사도, 잘 차려입은 모델도, 그럴듯해 보이는 제복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의 이 영화가 스타일리시하다고 느끼는 건 무슨 이유에서 일까.
이 모든 건 스타일리스트이자 디자이너로도 활동 중인 미야코 벨리지(Miyako Bellizzi)의 탁월한 미감 덕분이다. 감독인 조쉬 사프디(Josh Safdie)는 생생한 고증을 위해 뉴욕 거리의 남성들을 찍어 미야코에게 보냈고 그녀는 그 무드를 재현하기 위해 엄청난 발품을 팔았다. 특히 꽃미남 계열의 로버트를 절대 섹시해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애를 썼다고. 어떻게 이 남자를 망쳐야 할지 고민하는 게 스타일리스트의 역할이었다니!
그중 가장 기억의 남는 의상은 짙은 오렌지빛의 워크 재킷. 이 재킷은 감독이 우연히 마트에 들렀을 때 앞에 서 있던 사람이 입은 옷이었는데, 감독은 그 재킷을 얻기 위해 그 사람을 사무실까지 직접 데려와 옷을 달라고 설득까지 하는 정성을 보였다. 물론 새 코트를 살만큼의 충분한 보상도 지급했다는 후문.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The Devil All the Time, 2020)
로버트의 신들린 연기가 빛을 발했던 넷플릭스 시리즈,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그는 이 작품에서 타락한 목사 역할을 찰떡 같이 소화해 내며 자신의 필모에 또 한 번의 업적을 남겼다. 진짜 보는 내내 속이 뒤집힐 정도였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수트핏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잔잔한 민트 컬러에 프릴 장식이 달린 셔츠까지 정말 절대 아무나 소화 못하는 아이템임이 분명해 보이는데, 이상하게 로버트는 그것마저 흡수해 버린다. 이런 쉽지 않은 결심을 한 주인공은 바로 의상 디자이너 엠마 포터(Emma Potter). 그녀는 50년대 후반으로 설정되어 있는 영화 속 시대상을 반영하기 위해 밤낮으로 수많은 자료들을 서칭 했다고 한다. 레트로의 유행 탓에 자칫하면 옛날풍이 오히려 현대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게 위험요소였다고.
로버트의 수트핏에 관심이 간다면 2012년 작인 코스모폴리스(Cosmopolis)도 추천한다. 블랙 수트와 셔츠, 슬림한 블랙 타이, 구두, 벨트까지 등장하는 거의 모든 아이템이 GUCCI라고 하니 이 점 역시 참고하시길.
더 배트맨 (The Batman, 2022)
배트맨을 볼 때마다 궁금하다. 대체 저 배트수트는 누가 만들었을까. 재밌는 건 배트맨 시리즈가 반복될 때마다 수트의 디자인도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 그렇다면 로버트의 배트맨은 가장 최신형의 배트수트를 입고 있는 셈이다.
이 수트의 디자인을 맡은 글린 딜런(Glyn Dillon)은 의상 디자이너이기도 하지만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스토리보드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너무 괴리감이 있는 디자인보단 현실에서도 진짜로 존재할만한 배트수트를 만들고 싶었고, 때문에 반짝이고 탄력적인 이전 소재에서 벗어나 좀 더 둔탁하고 묵직한 느낌의 소재를 택했다. 작품의 서사를 완벽히 이해해야지만 내릴 수 있는 훌륭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화장실. 이전의 배트맨들은 화장실에 가려면 스텝 5명이 달라붙어야 했지만, 이 수트는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고. 이것이야 말로 현실 고증 백 프로 실용성 만점의 배트수트다.
반전의 반전의 반전의 반전
로버트의 패션이 흥미로운 마지막 이유. 바로 입금 전과 후가 너무 다른 그의 모습 때문이다. 공식 석상에선 누구보다 시선을 끄는데, 왜인지 사복만 입으면 옆집 오빠가 되어버리는 거다. 정말 손에 집히는 대로 걸친다는 걸 몸소 실천한 1인.
그러나 그 매력은 좀처럼 쉬이 가시질 않는다. 가끔은 정성껏 꾸미는 것보다 이런 무드가 필요할 때가 있으니. 공개 연애도 끊임없이 해서 그런지 커플 파파라치도 자주 눈에 띄는데, 애인들이 하나같이 특색 있던 사람들이라 로버트의 한량 패션도 무난하게 묻어간다.
반전의 반전의 반전의 반전. 로버트 패틴슨의 스타일은 긴 시간 동안 수많은 반전을 반복하며 진화의 단계에 도달했다. 이는 변화란 배우의 숙명을 영리하게 받아들이기 위한, 그만의 방식이 아닐까.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