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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가방이 맵다



Trend: Micro Bags of the Season
작은 가방이 맵다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 립스틱 하나 겨우 챙길 수 있는 사이즈. 마이크로 백은 가방의 본래의 역할을 무시한 채 우리 앞에 나타났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대체 이 백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1.jpg CHANEL SS25 ⓒvogue.com
2.jpg FENDI의 마이크로 피카부를 선택한 영국 배우 클라라 파기(Clara Paget) ⓒpurseblog.com



그런 날이 있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놀고 싶을 때. 머릿속에 가득한 고민과 걱정을 한 번에 날려버리고 싶을 때. 그럴 때엔 무조건 이 작은 백을 집어든다. 살 때는 백 번 천 번 고민했지만, 막상 이것만큼 편한 것도 없다. 손거울과 컬러 립밤 하나면 최소한의 얼굴 정비는 문제 없고, 버스카드 겸용 카드 한 장이면 전국을 횡단하며 결제도 가능하다. 비상용 현금은 작게 접어 넣으면 그만, 핸드폰은 재킷 주머니에 넣거나 스트랩을 달아 손에 쥐면 된다.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가방이 사라진 외출은 생각보다 훨씬 만족스럽다.

그렇다. 이 하찮은 가방은 생각보다 강한 힘을 지녔다. 시대의 미학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건 물론 생활의 무게마저 덜어주며, 마지막으로... 매우 예쁘다.




3.jpg FENDI SS25 ⓒvogue.com





한 줌 낭만의 시초


2019년, JACQUEMUS의 런웨이에 초소형 가방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손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그것은 사실 멀리서 보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러니 어땠겠는가. 패션계는, 나아가 대중은 조롱과 황당함이 섞인 리액션으로 이 백에 답했다.


4.jpg ⓒpinterest, ⓒthecut.com
5.jpg ⓒJACQUEMUS 인스타그램



그러나 몇 달 후, 르 치키토(Le Chiquito)란 이름을 가진 이 마이크로 백의 조상님은 실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좇는 셀럽과 인플루언서들은 물 만난 고기 마냥 서로 앞다투어 이 백을 들기 시작했다. 물론 브랜드에게도 축복이었다. 그동안의 JACQUEMUS의 이미지를 보다 위트 있고 신선한 브랜드로 탈바꿈하는 데에 일조했으니 말이다.




실용성보다는 스타일


그렇다면 이젠 실전이다. 드디어 나만의 작은 가방을 찾을 때가 온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작기만 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실망할 위험이 있다. 마이크로 백도 저마다 다른 개성과 용도를 지녔기 때문이다.

손에 걸치는 주얼리 느낌의 백이라면 단언컨대 GUCCI다. 스트랩에 장식 요소를 한껏 집어넣어 웬만한 브레이슬릿의 역할은 충분히 수행하고도 남으니까.


66.jpg GUCCI SS25 ⓒvogue.com


반면 클래식하면서도 다재다능한 디자인을 원한다면 CHANEL을 추천한다. 친절하게도 생존에 필요한 최소 물품을 수납할 최소 공간은 허용하며, 동시에 체인 스트랩으로 다양한 연출까지 가능하다.


7.jpg CHANEL SS25 ⓒvogue.com



올해 봄 떠오르는 트렌드인 보호 시크(Boho Chic) 룩에 마음이 동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Chloé다. 독특한 무드를 공유하는 조형미의 백들이 잔뜩이다. 멀리서 보아도, 가까이서 보아도 아름답다. 특히 골드빛의 소라 실루엣 백은 한여름 해변 파티까지도 함께할 예정.


8.jpg Chloé SS25 ⓒvogue.com



평소 미니멀한 차림을 선호한다면 Courrèges가 좋은 선택이다. 작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최대한의 수납력으로 실용성을 확보하고, 심플한 디자인까지 가세하였으니 입문용으로는 최적이다.

9.jpg Courrèges SS25 ⓒvogue.com


반대로 단순한 차림에 강렬한 엣지를 주고 싶다면 MM6의 미니 클러치를 눈여겨보자. 마치 글러브를 연상하게 하는 신박한 변주가 단숨에 시선을 잡아끌테니.


10.jpg MM6 SS25 ⓒvogue.com


마지막으로 패션 그 자체로서 마이크로 백을 대하고 싶다면, 극단적으로 줄어든 초소형 크기에 백에도 도전해보자. 얼마나 작은지 넣을 수 있는 게 전혀 없다. 그러나 여기엔 굉장한 트릭이 숨어있다. 바로 다른 가방에 키링처럼 장식하는 것! MIU MIU의 가죽 트릭이나 FENDI의 트리폴드처럼, 평소 즐겨 메던 백에 슬쩍 걸쳐 주기만 해도 독특하고 재치 있는 스타일링이 된다.

11.jpg MIU MIU의 가죽 트릭 ⓒmiumiu.com
12.jpg FENDI SS25 ⓒvogue.com



실용성 VS 스타일. 마이크로 백은 우리에게 패션의 본질에 대해 묻는다. 무엇을 담느냐보단 어떻게 보이느냐로서. 그리고 덧붙인다. 단 한 손 안에 쥘 수 있는 이 작은 세계가 당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완벽한 도구가 되어줄 것이라고.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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