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ies: Sportswear Showdown
Stories: Sportswear Showdown
스포츠웨어 월드컵, 누가누가 잘하나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트렌드로 꼽은 스포티즘.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지! 스포츠웨어를 기반으로 한 아이템들은 디자인과 기능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진심이니 손해볼 일 없는데다, 자연스러움과 여유로움을 갈망하는 우리 맘을 달래줄 준비가 되어있다.
지금 여기, 가장 아이코닉한 스포츠웨어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바람을 가르는 윈드 브레이커부터 시대를 초월하는 바시티 재킷, 무심한 듯 스타일리시한 트랙 팬츠까지 에디터가 엄선한 9가지의 아이템들의 불꽃튀는 경쟁!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는 스포츠웨어들의 전쟁 속에서 내 맘 속 승자를 가려내보는 시간.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테니스 스커트에 대한 로망. 실력도 실력이지만, 코트 위의 선수들을 더욱 빛나게 하는 매력적인 아이템이 아닐까 싶다. 플리츠가 만들어내는 유려한 실루엣이 역동적인 움직임과 맞물릴 때의 그 맵시란.
또한 재작년부터 이어진 프레피(Preppy) 스타일의 귀환은 이 스커트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단정하면서도 경쾌한 분위기는 물론 셔츠 한 장만 더해도 지적인 무드를, 크롭 티셔츠와 만나면 Y2K 룩도 문제없다. 여름에는 단독으로, 간절기에는 오버사이즈 니트나 카디건, 겨울에는 컬러감 있는 타이즈와 롱부츠에 매칭이 가능하니 사계절 만능 아이템이다.
한때 헬스장을 점령했던 워크아웃 쇼츠. 하지만 이젠 그 차림 그대로 거리로 나설 때다. 그동안 땀에 강하고, 통풍이 좋고, 늘어지지 않는 뛰어난 기능성에만 의지했다면 보다 스타일리시해진 워크아웃 쇼츠의 새로운 면모에 주목할 것.
올해 봄 Alexander Wang 런웨이는 워크아웃 쇼츠 스타일링의 진수를 보여준다. 정반대인 성격의 아이템인 포멀한 오버사이즈 재킷을 걸쳐 색다른 느낌을 주기도, 스포티한 조끼로 원래의 무드를 강화시키기도 한다. 이 말인즉슨 본래 역할에 충실함과 동시에 이질감 있는 아이템과의 조합도 꽤나 괜찮다는 뜻. 역시, 사교성이 무척 좋은 친구다.
추운 날씨에 짧은 스커트는 엄두도 못내고 있던 나. 그동안 무거운 아우터에 점령당했던 착장을 버리고 샤랄라한 반전의 모습으로 봄나들이를 나설 시기다. 청량감 충전 치트키, 테니스 스커트 승!
과거엔 무심하고 게으른 자의 옷이었던 스웻 팬츠. 하지만 현대의 스웻 팬츠는 다르다. 런웨이부터 스트릿까지 모두 섭렵했으니까. 활용성은 물론 착용감마저 베스트이기에 마음껏 투자해도 후회 없을 아이템이다.
단순한 라운지웨어에서 하이패션의 핵심 아이템으로 거듭난 대표주자 답게 그 외형 역시 다채롭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헐렁하면서도 묘하게 형태가 잡혀있는 단단함, 이에 더해 캐시미어나 유기농 코튼 등 고급 소재를 차용한다면 미팅은 물론 파티룩으로도 손색이 없다. 우린 이미 알고 있다. 모든 것에 힘을 빡 준 투지형 착장보단, 힘을 뺄 땐 확실히 빼주는 여유만점형 착장이 진짜배기라는 것을.
언제부터 트랙 팬츠가 이렇게 사랑받는 아이템이 되었나. 트랙 팬츠의 진화는 인간의 진화만큼이나 극적인 서사를 품고 있다. 비록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는 이 팬츠가 통제력을 잃은 삶의 증거이자 패배의 상징이라 했지만(Bazaar, 2020년 3월) 현재는 하이패션의 한 영역을 당당히 꿰찼다.
특히 무채색의 블레이저나 하이힐은 트랙 팬츠 스타일링의 단골손님이다. 의외의 조합이 칭송받는 패션계에서 이보다 더 참신한 발상이 있을까. 대체 누가 운동복에다 힐을 매칭할 기특한 생각을 해낸 것인지... 박수갈채를 받아 마땅하다.
아무래도 트랙 팬츠 삼선의 압박에서 벗어나긴 힘들다. 어디에나 스무스하게 녹아드는 스웻 팬츠 승!
럭비 티셔츠는 단순히 멋질 뿐만 아니라, 7-80년대의 펑크 운동의 상징이기도 하다. 영국에서의 럭비 셔츠는 명문 사립학교의 유니폼으로 사랑받았는데, 펑크 문화에선 이를 풍자하기 위해 일부러 럭비 셔츠에 데미지를 가하거나 변형하여 착용했다.
이 유서 깊은 티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묵직한 무게감이다. 일반적인 티셔츠보다 밀도가 높은 두툼함 덕분에 형태가 쉽게 무너지지 않고 올곧이 유지된다. 이처럼 탄탄한 핏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확보함과 동시에 각종 팬츠와 스커트, 쇼츠, 슬랙스, 심지어 레깅스에까지 위화감없이 어울린다. 익히 알려져 있는 캐주얼한 느낌은 기본, 포멀한 자리엔 슈트 팬츠를 매칭하여 단정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커플 아이템을 별로 선호하진 않지만 베이스볼 유니폼이라면 적극 고려해 볼 것이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데다, 멋진 로고로 소속감까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오버사이즈로 입으면 드레시하게, 타이트한 이너와 함께라면 재킷처럼, 단독이나 레이어드나 멋스럽게 입어줄 수 있다.
그래서일까. 요즘 럭셔리 브랜드에선 너도나도 베이스볼 유니폼을 못 잡아 드셔서 안달이다. 다양한 소재와 컬러로 개성을 챙기면서도 누구나 한 번쯤 도전해 볼 수 있는 쉬운 접근성까지 탑재했으니, 지금이야말로 스포츠 웨어라는 편견을 버리고 과감하게 하나 장만해 볼 절호의 타이밍이다.
경쾌함부터 우아함까지. 스트릿부터 클래식까지. 매해 장바구니 안에 항상 담겨있던 럭비 셔츠를 지를 명분이 드디어 생겼다. 럭비 셔츠에 한 표를!
바시티 재킷엔 청춘이 스며있다. 매년 대학 축제 시즌이면 거리를 잔뜩 메우던 과잠 행렬을 기억하는가. 에너지틱한 감성과, 패기와,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그 풋풋한 모습. 그곳엔 항상 바시티 재킷이 있었다.
이 재킷은 그냥 평범한 재킷과는 다르다. 뭐랄까,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다. 가슴팍에 수 놓인 레터링과 숫자, 등 뒤의 글자들은 누군가를 나타내는 훌륭한 단서가 되어준다. 때문에 우린 바시티 재킷을 걸치며 현재를 즐기기도, 때론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기도 한다. 게다가 친화력은 또 어찌나 좋은지. 깔끔한 라인과 과장 없는 숄더, 살짝 루즈한 핏이 이뤄내는 환상의 시너지는 어떤 무드에도 무난히 어울린다. KENZO처럼 데님부터, Rhude처럼 셔츠 + 타이 조합까지. 부지런히 입을수록 그 가치가 살아나는 아이템이다.
도시 유목민들의 필수품, 윈드 브레이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게 되는 옷이기에 언제나 옷장 한 구석에서 출동 준비 중인 믿음직한 아이템이다. 매번 훌륭한 조력자였던 이 옷은 요번 시즌, 드디어 주인공으로 데뷔한다. MIU MIU를 선두로 여러 하이패션 브랜드가 저마다의 개성으로 해석한 윈드 브레이커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뭔가 어마어마한 혁명이 있었느냐고? 아니다. 이 실용성 넘치는 점퍼는 그저 그대로 존재할 뿐, 대신 온갖 아이템이 이 점퍼를 빛내주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다. 특히 화려한 레이스나 프린지 아이템과 맞물리면 그 매력이 배가 된다. 일상복으로 선호하는 슬랙스나 데님에 매칭한다면 정석 그 자체. 이처럼 하나의 장르에 갇히지 않는 윈드 브레이커는 투자 대비 큰 효과를 안겨주는 아이템이다.
바시티 재킷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간절기 애착템인 윈드 브레이커의 높은 활용성은 도무지 포기가 안된다. 원드 브레이커 승!
원래 승부의 판도를 바꾸는 건 의외의 선수다. 그런 의미에서 바디수트는 모든 면에서 와일드카드. 나도 안다. 이 아이템의 첫인상은 부담스러움 그 자체라는 걸. 하지만 조금만 더 파헤쳐보면 웬만한 탑만큼이나 괜찮은 아이템이다. 사실 마이크로한 길이감은 그리 신경 쓸게 아니다. 어차피 하의에 넣어 입으면 다 거기서 거기니까.
장점도 많다. 일단 셔츠처럼 말려 올라가지 않고, 탑처럼 흘러내릴 일도 없다. 그동안 열심히 운동해서 가꾼 탄력 있는 바디라인에 안정된 밀착감을 주는 최적의 아이템. 너무 겁을 먹지 않아도 된다. 스포츠 탑처럼 내 멋대로 하의를 매칭하면 그만이다. 하나 팁이 있다면 로우 웨이스트 하의로 골반을 살짝 드러내기. 숨겨뒀던 관능미를 이 기회에 뽐내보는 것이다.
자매품인 마이크로 쇼츠도 있다. 허벅지 위까지 치솟은 길이는 상의의 길이감에 따라 다채로운 분위기로 연출이 가능. 오버사이즈 셔츠나 블레이저로 세련된 하의실종 룩을, 파스텔 컬러의 탑이나 레이스 디테일, 여기에 롱 타이즈까지 곁들이면 발레코어 룩으로도 손색이 없다. 결국 전략만 잘짜면 실패는 커녕 독보적인 아웃핏으로 연출이 가능하다는 소리.
패션계의 최상위 포식자, 미우치아 프라다 여사(Miuccia Prada)는 2023년 MIU MIU의 FW 컬렉션에서 파격적인 마이크로 쇼츠 패션을 선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조금만 더 어렸더라면 팬티만 입고 다녔을 거라고. 세계 최고의 패션 브랜드의 수장인 그녀의 말이니 속는 셈치고 믿고 따르는 것도 좋지 않을까?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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