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Meaningful Stone
Interview: Meaningful Stone
이상하고 아름다운 김뜻돌 나라
천사를 믿나요?
싱어송라이터 김뜻돌의 정규 2집 천사 인터뷰는 어느 날 명상을 하던 그녀에게 들려온 정체불명의 목소리로부터 시작된다. 투명하면서도 확신에 찬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천사. 그녀는 매일 아침 천사와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곡의 가사를 채워 갔다.
지극히 사소한 질문부터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인생의 짙은 의문들까지 — 그녀는 천사와의 모든 대화를 자신의 음악 속에 담았다. 그리고 앨범의 끝자락에서, 우리에게 나지막이 묻는다. 당신은 천사를 믿느냐고.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지만 분명 곁에 있는 그 존재. 우리는 그녀의 음악을 통해 그들과 연결된다.
자, 이상하고 아름다운 김뜻돌의 나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그녀의 노래 속에 등장한, 내밀하고 아름다운 존재들에 관하여
"잠들어서 못 받았던 건 뻥이야
나 그래도 무척 잘 지내" - 꿈에서 걸려온 부재중 전화 中
Q. 꿈에서라도 대화하고 싶었던, 그토록 그리워하는 누군가가 있는가?
사실 이 곡은 특정한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쓴 것은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 대상이 누구인지 아직 모르는 걸지도. 가끔 내가 태어나기도 전, 나와 아주 가까웠던 누군가와 멀어진 둣 막연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살아서는 만날 수 없는 그 존재, 차라리 꿈이나 명상 속에서만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자꾸 눈을 감는다.
"보이는 것 그대로 믿고 싶은데
실패하지 않는 사랑이 있나요" - 실패하지 않는 사랑이 있나요 中
Q. 실패한 사랑의 경험담을 듣고 싶다. 그리고 그 이전에 실패한 사랑의 정의가 무엇인지도.
사실 이 곡의 주인공과 아직 연애 중이다. 꽤 오래 만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아직 제대로 실패해 본 적이 없다고 해야할까.
그 이전의 연애는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전 애인들이 나와 헤어져줘서 너무 고맙다. 아니면 지금 이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테니까. 그런 면에서 이전의 사랑 역시 실패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 당시 나에겐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하는 건 실패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변하지 않는 사랑 같은 걸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엔 생각이 바뀌었다. 사랑은 애초에 실패와 성공이 있는 게 아닌 거 같다. 사실 나는 아직도 사랑을 잘 모른다.
"말하기 싫어 엄마한테는
학원 째고 온 거 알면
난 죽어
아무한테도 말 안 한다고
내 앞에서 맹세" - 보물찾기 中
Q. 잊지 못할 유년시절의 기억이 있는가. 덧붙여 가장 큰 일탈의 경험도 궁금해진다.
가장 진하게 남아있는 기억은 7살 때. 분당으로 이사와서 사귄 유치원 친구 희진과 중앙공원으로 모험을 떠났다. 우린 7살이었지만 무척 용감했다. 공원을 한 바퀴 돌려면 어른의 걸음으로도 꽤 시간이 걸리는 큰 공원이었는데, 우리는 무작정 걸었다. 버려진 카트를 주워 서로를 태워가며 자라도 잡고 다리도 건넜다. 그렇게 해가 저물고 있을 때, 어떤 아주머니에게 붙잡혀 집으로 보내졌다. 우리는 그 이후로도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숲 속에 아지트를 만들어 놀곤했다.
"날 찾지 마
이미 네 곁에 있는 걸" - 이름이 없는 사람 中
Q. 아무도 날 찾지 않았으면 좋겠는, 그냥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날에 찾아가는 나만의 장소가 있는가. 앞으로 그런 유익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디로 가고 싶은가?
예전에는 있었는데, 그런 나만의 아지트가. 지금은 없어진지 오래다. 그러나 만들게 된다면 숲 속에 작은 오두막을 만들고 싶다. 나무로 지어진 이층 짜리 오두막이었으면 좋겠다.
"그때는 누구를 위해 사는지 조차도 몰랐던"
Q. 지금 당신은 누구를 혹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지금은 철저히 나를 위해 살아보고 있는 중이다. 이전의 나는 내 마음보다 상대방의 마음에 맞추어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사랑받고 싶어서. 그런데 순서가 바뀌었다. 이젠 내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보호자가 되어주고 싶다. 내가 내키지 않으면 안하고,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
최근에 태국으로 한달 정도 혼자 여행을 떠났다. 3월에 잡힌 일정들을 무리하게 조정해가며 낸 귀한 시간이었다. 음악을 하며 길게 여행을 혼자 떠나본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그런 시간이 필요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이 되어보는 일. 외롭고 무서운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살아있다고 느꼈다. 오래묵은 내 생각과 행동을 알아차리고 변화시키는 시간이었다. 자주 떠나야겠다고 다짐했다.
Q. 아, 하나 더. 세상을 구하는 건 네가 아닌 분홍색 고양이 발바닥이란 구절에 격하게 공감한다. 이건 본인의 경험인가? 인스타그램에서 정말 귀여운 반려묘의 사진을 발견했는데!
맞다, 내가 키우는 고양이 고돌이를 보고 쓴 구절이다. 요즘 뉴스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본인은 세상을 구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행동은 남에게 폐가 되는 일이 많지 않나. 그런 대의를 조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해져야 한다. 계엄이나 하는 누구보다 귀여운 우리집 고양이가 더 나을지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는 언젠가 모두가 다 죽는다는 것" - 요가난다 中
Q. 당신의 곡 전반에선 죽음이라는 키워드 역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곡에 등장한 여러 화자들이 죽음 앞에서 저마다의 사유를 드러내는 것이 인상적이다. 만약 당신의 삶이 단 하루 밖에 남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오늘과 비슷할 거 같다. 하지만 내 마음을 더 숨기지 않고 표현할 것이다.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후회없이 쏟아내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
: 타인에 대한 이해의 시작은 사소한 취향으로부터
Q. 좋아하는 꽃?
연꽃
Q. 좋아하는 음식?
똠양꿍
Q. 좋아하는 스포츠?
요가
Q. 좋아하는 컬러?
청록색
Q. 좋아하는 배우?
구교환
Q. 좋아하는 뮤지션? (뻔하지만 궁금해요)
이상은
Q. 좋아하는 디자이너?
비비안 이사벨 웨스트우드
나는 그녀의 패션뿐만이 아닌 모든 것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일평생 펑크 정신을 계승하며 걸어온 모든 궤적들을 말이다. 개성이 뚜렷한 패션은 물론이며 인권, 환경 운동까지… 그녀는 올곧은 신념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 특히 패스트 패션에 대항하는 그녀의 선언이 감명깊다. 덜 사고, 잘 골라라. 이것이야 말로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친환경적인 일이다.
Q. 애착이 가득한 물건?
문스톤 목걸이, 통기타
Q.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 의상?
올해 2월, 노들섬에서 열린 나의 단독공연 돌잔치에서 입었던 의상. 첫 단독 공연이라 애정이 깊었기에 의상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제작해 주었는데, 중세시대 갑옷을 컨셉으로 하였다. 바디 체인과 액세사리와 같은 디테일한 요소들이 마음에 들었다.
: 연결감,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감각
Q. 이번 앨범 ‘천사 인터뷰’에서 김뜻돌의 음악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연결감이다. 아니, 어쩌면 음악 뿐만아닌 당신의 모든 활동들이 이 연결됨의 감각을 신뢰하고 유지하기 위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그렇다면 음악을 만들면서 가장 강렬하게 경험했던 연결의 순간은 언제인가?
3월 22, 23일 노들섬에서 진행했던 단독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때는 잘해야한다라는 강박을 모두 버리고 나 자신과 가장 깊게 연결된 공연이었다. 스스로를 위해 노래한다는 마음으로 편하고 즐겁게 임했다. 그러자 관객들이 보였다. 그들의 마음 하나하나가 난로에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따뜻하게 다가왔다. 그냥 행복했다. 너무 행복해서 앞으로 계속 하고 싶어졌다.
Q. 다른 예술 장르에서 당신이 추구하는 연결감과 비슷한 느낌을 느꼈던 순간이 있는가? 만약 있다면 어떤 작품인가?
춤이다. 요즘 나는 컨택즉흥이라는 춤에 빠졌다. 말 그대로 타인과 연결을 중심으로 추는 춤이다. 아무런 제약도 없는, 춤 보다는 움직임이라고 하는게 맞는것 같다. 춤을 출 때면 타인의 시선을 완전히 내려놓고 내 주파수에 온전히 나를 맡긴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면 그들의 에너지를 느끼고 반응한다. 춤을 출 때마다 인류애가 커지는 느낌이다. 서로 위로 받고 위로해준다. 낯선 사람과 말 한 마디 나누지 않고도 그들을 이해하며 나를 이해시킨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백마디 말 보다 따뜻한 포옹과 눈맞춤이다.
Q. 마지막으로, 천사에게 빌고 싶은 세 가지 소원이 있다면?
1. 내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기억하게 해주세요.
2.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제게 주세요.
3. 외계인과 만나게 해주세요.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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