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Report: Nostalgic Retro
Trend Report: Nostalgic Retro
시간을 거스르는 체크 패턴
어느 날, 서랍장에서 엄마의 20대 시절 사진을 발견했다.
몇 년 전 엄마가 나에게 물려준 옷.
민트색 BURBERRY 체크 셔츠와 레드 컬러의 Vivienne Westwood 체크 스커트의 미묘한 조합은 어쩌면 엄마가 가지고 있었던 20대의 자유로움을 닮은 것 같다.
흘러간 엄마의 시간을 다시 붙잡을 수 있을까.
당신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본다.
시간을 거스르는 체크 덕분에 우리는 더 긴밀히 연결된다.
젠테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SS 시즌 세 번째 트렌드: NOSTALGIC RETRO.
강력한 패턴은 과거를 회상시키며 우리를 연결하고, 화려하고 선명한 원색의 색감은 우리를 과거로 데려다 놓는다. 작은 무늬부터 큰 무늬까지. 그리고 다양한 패턴의 레이어드는 화려하고도 강렬한 레트로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70년대와 80년대에 각광받던 이러한 기조가 2025년 패션 신에 살포시 등장한 것은 드뮤어를 외치던 잔잔한 물결에 대한 반항심은 아닐는지.
이번 SS에는 맥시멀에 맥시멀을 더해도 좋다. 당신 어머니가, 그리고 아버지가 즐기던 그 시대 물결에 자연스레 몸을 맡겨보자. 어쩌면 새롭게 도전한 패턴이. 강한 색감이. 당신의 패션에 새로운 변화구가 되어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PRADA SS25는 시간을 가지고 논다. 이들은 시간을 거스르는 것을 초월한 셈이다. 이번 시즌 PRADA는 레트로를 단순히 차용하지 않는다. 그 시절의 선명한 감각: 스트라이프, 프린지, 강렬하게 충돌하는 컬러를 지금, 이 순간의 언어로 다시 풀어낸다. 첫눈에 들어오는 건 70년대 복고를 불러일으키는 듯한 스트라이프 컬러의 조합, 그리고 다층적으로 쌓여있는 색상의 레이어링. 프린지는 디테일이 아니라 움직임이다. 치맛단에서 흘러내리는 프린지가 걷는 순간마다 과거를 흔들어 깨운다. 이 모든 요소는 조화롭기보단 대조적으로, 부드럽기보단 명확하게 대립한다. 그게 이번 PRADA 식 레트로다. 그때 그 감성, 그러나 완전히 다른 체온으로.
과거의 향수를 현대 맥락으로 끌어와 독특한 레트로 감성을 부여하는 Acne Studios. 꽃무늬부터 도트무늬와 체크무늬까지. 다양한 패턴으로 버무려진 SS25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 두 가지 체크무늬 콤비로 완성된 룩이다. 주름진 체크무늬 셔츠와 리본 모양으로 축 늘어뜨린 장식을 겸비한 스커트는 90년대의 그런지한 무드를 연상시키며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과거를 제시한다. 딥한 그린 색상의 패딩 처리된 악어 문양의 테일러링과 꽃무늬로 밑단을 장식한 데님은 개별적인 레트로 코드로 작용함과 동시에 서로 어우러진다.
깅엄 체크부터 글렌 체크까지. 다양한 색상의 씨실과 날실의 조화로 다채로운 체크 팔레트를 선보인 RAVE REVIEW의 SS25. 이들은 소박한 스웨덴 시골 전통을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자수와 인형 등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아늑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토록 다양한 체크의 변주라니. 시스루한 셔츠의 단추단과 소맷단에서도, 가죽 벨트 위에서도 체크무늬는 통통 튀는 특유의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화려한 컬러 북의 귀환. 이번 KIKO KOSTADINOV의 컬렉션이 딱 그랬다. 이들은 과거 스타일의 단순한 복제를 넘어, 특정 시대의 복식이나 실용적 작업복의 요소를 해체하고 현대적 맥락에서 재조합하여 예측 불가능한 미학을 선보인다. 특히 로라(Laura Fanning)와 디아나 패닝(Deanna Fanning) 자매가 이끄는 여성복은 역사적 아카이브와 문학적 서사를 엮어, 단순 회고를 넘어선 지적 유희로서의 패션을 탐색한다. 이들은 과거의 유산을 단순한 향수가 아닌 동시대적 영감이 담긴 KIKO KOSTADINOV만의 독창적인 레트로 퓨처리즘을 만들었다.
‘차분한 반항’의 시각화, 그 자체였던 BOTTEGA VENETA의 SS25. 수트라면 깔끔해야 한다는 편견을 깬 채로, 잔뜩 구겨지면서. 한 벌의 룩 안에서도 서로 다른 체크가 만나 부딪히고, 결국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말이다. 기성의 테일러링 룰에 굿바이를 고하는 제스처다. 어린 시절 입던 옷처럼 헐렁한 오버사이즈는 장난기라기보단 자신감에 가깝고, 레트로는 회상이 아니라 ‘지금 여기’를 만드는 툴로 작동한다. BOTTEGA가 말하는 복고는, 말하자면 미래의 얼굴을 한 과거다.
때로는 옷장 속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노스탤직한 무늬, 한때는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강렬한 원색의 옷을 마주할 때,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 잊고 지낸 찬란한 순간들과 마주한다. 마치 낡은 앨범 속 빛바랜 사진처럼.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