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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화려한 실버


Trend: Summer in Silver

여름에는 화려한 실버






옷쟁이로서 여름은 상당히 괴로운 계절이다. 옷장에서의 선택지가 점점 줄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건 얇디 얇은 반팔 티 몇 장과 장마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어두운 색 바지 몇 벌 정도. 옵션은 적지만 이 안에서 효과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우리는 액세서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내 입맛에 맞는 주얼리를 고를 수 있는, 젠테스토어 액세서리 가이드. 여섯 가지 스타일에 맞춰 12개의 브랜드를 지금 바로 소개한다.





여름에는 화려한 실버


Panconesi


실버 주얼리라고 해서 다 같은 실버는 아니다. Panconesi(판코네시)의 주얼리는 전통적인 대칭과 클래식한 형태에서 벗어나, 비틀림, 꼬임, 겹침 등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 특히 구조적으로 변화 가능한 모듈형 디자인이 특징이며, 하나의 주얼리를 여러 방식으로 착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그러니까, 상품이라기 보단 작품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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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jpg ⓒpanconesi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디자이너 마르코 판코네시(Marco Panconesi)는 2019년에 브랜드를 런칭한다. 그는 Balenciaga와 Givenchy등 주요 럭셔리 하우스에서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하며 정제된 조형 감각과 하이엔드 주얼리의 언어를 익혔다.


뿌리를 보니 그의 실험 정신이 이해되지 않는가? 미셸 라미에 어울리는 과감한 뱅글도, 왠지 K- 아이돌 무대 의상에서 볼 것 같은 반짝거리는 이어커프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나도 조만간 이어커프를 하나 살 것 같다. 소장 가치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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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CONESI

SERPENT 미디엄 후프 귀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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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CONESI

P HELIX 이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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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NUELE BICOCCHI


앞서 소개한 주얼리는 좀 더 매니악하다면, 이번에 소개하는 EMANUELE BICOCCHI(이마누엘레 비코끼)는 좀 더 데일리룩에 적합한 브랜드다. 똑같은 이탈리아 출신 브랜드지만, 둘은 낮과 밤처럼 매력이 아주 다르다. 2006년, 장인의 손길에서 탄생한 EMANUELE BICOCCHI. 이름을 듣기만 해도 뭔가 묵직한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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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깃털, 장미, 진주가 주요한 모티프인만큼 무난한 흰 티에 청바지 차림에도 아우라를 불어넣는다. 캠페인 사진처럼 심플한 블랙 민소매에 EMANUELE BICOCCHI의 주얼리만 얹어주면 완성도 높은 스타일링을 맛볼 수 있다. ANN DEMEULEMEESTER처럼 아예 다크하고 로맨틱한 스타일을 즐기는 사람에게도 잘 어울릴 듯 하다.





emanuele bicocchi

엠마누엘레 비꼬끼 실버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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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햇살과 궁합이 좋은 비즈


ANNI LU


바닷가에서 보내는 여름과 가장 잘 어울리는 브랜드, ANNI LU. 해변에서 방금 발견한 듯한 조개 껍데기, 햇살 아래 반짝이는 작은 크리스탈, 그리고 바닷바람을 닮은 가볍고 사랑스러운 컬러 팔레트까지, ANNI LU의 주얼리는 그 자체로 '휴양지의 기억'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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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브랜드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탄생했다. 스칸디나비아의 미니멀한 감성과 보헤미안 서퍼 문화가 신기하게도 조화를 이뤄 사랑스러운 주얼리로 태어났다. 이렇게 아기자기한 액세서리는 레이어링할수록 그 매력이 더 극대화된다는 점. 쌓으면 쌓을수록 바다의 향기가 더 선명해진다.



ANNI LU

쉘 장식 목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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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에서 우아함을 찾다


Tom Wood


톰 우드 (TOM WOOD)는 '정제된 기본'이라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브랜드다. 과장된 디테일 없이 완벽하게 다듬어진 실루엣, 그리고 노르딕 디자인 특유의 절제미가 만나 시간이 지나도 유행을 타지 않는 미감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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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jpg ⓒTOM WOOD


입문템을 찾는다면 반지 혹은 이어링을 추천한다. 이곳의 시그니처 아이템은 시그넷 링인데, 시그넷 구조란 상단이 평평한 면을 가진 전통적인 반지 형태로, 과거엔 가문의 인장으로 사용되던 것에서 유래되었다. 그리고 TOM WOOD는 이전통적인 시그넷 링을 극도로 정제된 미니멀한 감성으로 재해석해 현대적인 스타일로 완성한 것.



매일매일 아웃핏을 고민할 필요도 없이, 오로지 블랙과 TOM WOOD를 선택해도 실패할 일은 절대 없을 것. 이 반지 하나만으로 괜히 막 오슬로 외곽 저택에 사는 브리겐가 98대손이 된 기분마저 든다.




Tom Wood

톰 우드 실버 귀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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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maire


그런 날이 있다. 괜히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브랜드로 맞춰 입고 싶은 날. LEMAIRE는 그게 실제로 가능한 몇 안 되는 브랜드 중 하나다. 의류부터 신발, 백, 그리고 액세서리까지 하우스의 DNA를 품고있는 아이템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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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jpg Castanet ⓒLemaire


Lemaire의 액세서리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 형태에 대한 실험과 오브제적 감각을 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 무심한 듯 정제된 실루엣 안에, 일상적인 물건을 낯설게 해석한 구조적 디자인이 숨어 있으며, 이는 다른 브랜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방식이다. 예를 들어 거울이 내장된 캐스터넷 형태의 목걸이처럼, 실용성과 조형미를 동시에 갖춘 아이템들이 많다.







자유로운 영혼의 보헤미안


NICCOLÒ PASQUALETTI




‘돌의 유연함과 물의 관능’ NICCOLÒ PASQUALETTI(니콜로 파스콸레티)가 자신을 소개하는 한 줄이다.

이 브랜드는 이탈리아 전통 재단술의 문법을 재해석해, 새로운 옷 입기의 방식을 탐구한다. 의류 컬렉션은 다소 실험적인 편이지만, 주얼리는 보다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니콜로가 원래 주얼리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했기 때문일까. 몸에 닿는 조형 언어가 유난히 섬세하고 설득력 있다.


NICCOLÒ PASQUALETTI의 주얼리는 조각 같기도 하고, 외계 생명체의 골격 같기도하다. 텍스처와 곡선이 만들어내는 조합은 묘하게 낯설고도 매혹적이며,무심코 지나칠 수 없는 시선의 끌림을 만들어낸다. 아마 그래서 나도, 계속해서 그의 작업을 찾아보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12.jpg ⓒ@niccolopasqualetti





NICCOLÒ PASQUALETTI

니콜로 파스쿠알레티 실버 목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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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크한 귀여움으로 시선 강탈


YVMIN


YVMIN의 주얼리는 귀여운데 동시에 좀 무섭다. 영혼이 봉인된 인형 같기도 한 액세서리들은, 착용자에게 기묘한 힘을 부여하는 부적처럼 느껴진다. 실버, 레진, 크리스탈, PVC 등 다양한 소재를 조합해 만든 이어링과 링, 바디 피어스 아이템들은 장식이 아니라 어떤 존재의 일부처럼 착 달라붙는다.


SF 영화 속 캐릭터가 썼을 법한 이어커프부터 유리 알약처럼 생긴 펜던트까지, 모든 주얼리가 하나의 세계관 안에 묶여 있다. 입문템으론 작지만 포인트가 확실한 스터드 이어링이나, 언밸런스한 체인 귀걸이를 추천한다. 미니멀리즘은 이 브랜드의 언어가 아니니까, 조합할 때도 대담하게, 직관적으로, 그리고 약간은 유치하게 접근할수록 멋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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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jpg 위민 x 찰스앤키스 앨리 셔링 슬라우치 너티드 백 ⓒ@tiredjoey, ⓒ@yvmin_official




YVMIN

위민 실버 목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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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SHU/TONG


중국 상하이에서 탄생한 SHUSHU/TONG. 의류는 대개 클래식한 드레스를 기반으로 하지만, 실루엣과 디테일에서 노선을 확실히 벗어난다. 퍼프 소매가 하늘로 솟구치고, 치마의 실루엣은 풍성하다 못해 찻잔을 거꾸로 엎어놓은 것 같다.


그리고 이 과장된 룩을 더 ‘SHUSHU/TONG답게’ 완성시키는 건 바로 액세서리다. 귀엽기만 할 줄 알았던 리본 귀걸이는 얼굴만 한 크기로 매달리고, 진주는 아기자기한 데 그치지 않고, 묵직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때로는 인형처럼, 때로는 무기처럼—이 액세서리들은 룩을 ‘완성’시키기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뒤흔들어 놓는다’.


15.jpg YVMIN x SHUSHU/TONG 콜라보 립링 ©yvmin.com, ©@shushu__tong
16.jpg ©yvmin.com, ©@shushu__tong




SAF SAFU


SAF SAFU의 주얼리는 몽환과 장난 사이, 호러와 유머 사이에 있다. 인형 다리, 일그러진 하트, 비현실적으로 반짝이는 플라스틱 조각들이 주얼리로 둔갑해 귀와 목에 매달린다. 진지하지 않아서 더 진지하게 느껴지는 이 브랜드는 아름다움이란 개념 자체를 뒤집고, 그 안에 불편함과 위트를 끼워 넣는다.


세상 어디에도 없고, 어느 시대에도 속하지 않는 물건들. 그래서 SAF SAFU는 마치 어린 시절의 악몽을 반지로 만들면 이런 느낌일까 싶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SAF SAFU가 만든 세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유치함과 시니컬함 사이, 빈티지와 호러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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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jpg SAF SAFU는 국내산 양배추만 사용합니다 ©@safsafu






SAF SAFU

사프 사푸 골드 화이트 귀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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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스러움에 방점을 찍다


Simone Rocha


한눈에 보기에 로맨틱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언가 불균형하고 도발적이다. 풍성한 진주 장식과 리본, 섬세한 플라워 디테일은 마치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하지만, 그 배치나 스케일은 예상을 살짝 비껴간다. Simone Rocha는 클래식한 아름다움을 비틀며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낸다.


19.jpg Simone Rocha 빅토리안 리본 크리스탈 귀걸이 ©@simonero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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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만 되면 옷장 앞에서 고민이 시작된다. 그 순간에 먼저 열어야 할 건 옷장이 아니라 액세서리 서랍이다. 반지 하나, 목걸이 한 줄로도 아웃핏의 분위기와 완성도가 완전히 달라지니까.


젠테스토어가 큐레이션한 스타일별 추천 리스트는 고민을 줄이는 가장 빠른 길이다. 뭐든 입기 싫고 뭐든 입어도 밋밋한 날일수록 작은 디테일을 얹어라. 그게 답이다. 가벼운 옷차림 위에 작고 빛나는 액세서리 하나. 그게 이 여름을 살리는 작은 전략이다. 기왕이면 내 취향이 가득 담긴 액세서리로.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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