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LAB: August Barron
매거진에서 출발해 런웨이에 오르기까지
요즘 자꾸 눈에 들어오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August Barron.
워낙 이미지 과잉 시대이다 보니 어지간히 색깔이 뚜렷하지 않고서야 마음에 잔상을 남기기 힘든데, 이들의 컬렉션은 패션 위크가 다가올 때마다 궁금증을 자아냈다. 분명 뻔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었으니까. 매거진에서 출발한 이력은 그 해답에 가깝다. 패션의 본질인 ‘옷’을 단순히 예쁜 방식이 아니라, 잡지에 실릴 만한 것으로 만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은 사실 ALL-IN인 이 브랜드.
브랜드가 어느덧 10년 차에 접어들면서, 노르웨이 출신 브로르 아우구스트 베스트뵈(Bror August Vestbø)와 포토그래퍼로 커리어를 시작한 벤자민 배런(Benjamin Barron)은 각자의 이름을 따서 어거스트 배런(August Barron)으로 리브랜딩했다. 패션계 숱한 기성 브랜드들이 창립자의 이름을 딴 방식을 택하듯, 이들도 함께 쌓아온 세계관의 시간을 브랜드명으로 새긴 것.
“한동안 ALL-IN은 패션의 주변부에 존재하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보다 전통적인 패션 브랜드로 인식되고 싶었습니다. 실제 패션 산업 안에서 저희가 꽤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느끼거든요.”
둘의 만남은 이렇다. 2015년 뉴욕 출신의 배런은 ALL-IN 매거진을 처음 론칭하고, 그 첫 번째 이슈 론칭 이벤트에서 노르웨이 출신 베스트뵈를 만난다. 그렇게 둘은 개인적인 삶과 일 모두 함께하는 파트너가 되어 여전히 브랜드를 이끄는 중이다.
앞서 말했듯, ALL-IN은 처음부터 패션 브랜드를 목표로 출발하지 않았다. 매거진 화보를 위한 콘셉추얼한 업사이클링 피스를 제작하기 위해 옷을 만들기 시작했을 뿐이다. 빈티지와 데드스톡에서 출발한 옷들은 여러 차례 손을 거치며, 새로운 존재감을 지닌 캐릭터 있는 피스로 재탄생했다.
이 과정을 알고 나면, 브랜드 특유의 전위적인 스타일 역시 납득이 된다. 오히려 이 지점이야말로 이들의 남다름을 정의하는 핵심이니까. 실제로 초기에는 옷이 기성복으로 팔릴 거라 생각도 못 했다고. 이처럼 우연에 가까운 출발은 곧 확고한 캐릭터로 이어졌고, ALL-IN은 2025 LVMH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에 오르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것.
2019년, 소규모 업사이클 컬렉션과 마리암 나시르 자데(Maryam Nassir Zadeh)의 뉴욕 매장에서 프레젠테이션으로 제대로 패션계에 눈도장을 찍은 ALL-IN. 그 후 코로나 시기에 본격적으로 파리로 거점을 옮긴 뒤, 2023 SS 시즌 오프 스케줄 쇼로 파리에서 정식 데뷔한다. 매거진에서만 볼 수 있던 옷들이 실제 사람들이 입는 브랜드가 된 셈이다.
August Barron이 매력적인 이유는 애초에 표방한 콘셉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 저렴한 티셔츠 소재와 고급스러운 실크를 모두 섞어서 빈티지 시장에서 발견한 소재나 데드스탁을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업사이클링 방식을 고수한다. 그러므로 이들의 옷은 하나의 정체성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셔츠 위에 셔츠를 덧대거나 여러 벌의 옷이 하나의 합쳐진 듯한 ‘레이어링’ 실루엣도 이들의 시그니처 스타일.
“우리는 항상 사회적으로 중요한 순간에 있거나 무언가를 성취하려고 노력하는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매 컬렉션마다 구체적인 가상 캐릭터를 설정하는 것도 이들의 쇼를 보는 재미 중 하나다. 파스텔 톤의 컬러와 레이스, 가죽 등 다양한 소재와 독특한 테일러링이 만나 여성복의 새로운 기준을 쓰고 있다. 특히 브랜드 명을 바꾼 후 선보인 2026 SS 컬렉션에서도 이 대목은 돋보였다.
로타 볼코바(Lotta Volkova)가 스타일링하고 페트라 콜린스(Petra Collins)가 모델로 등장한 이번 시즌 주제는 . 1950년대 미국 교외 주부를 새롭게 재해석했는데 그 영감은 디자이너 듀오의 일본 여행에서 얻었다고. 우연히 보게 된 본디지 잡지에서, 주부들이 옷이 벗겨져 있거나, 로프에 매달린 채 있는 모습에서 발견한 ‘드레이프’를 룩에 철저히 녹인 모습이다.
이처럼 늘 다른 캐릭터가 등장하는 August Barron 쇼에 공통점이 있다면 늘 룩이 정돈되지 않은 모습이라는 점인데, 보는 우리로 하여금 속이 뻥 뚫리는 듯한 해방감을 안겨준다.
사실 August Barron의 옷은 편리하지도, 친절하지도 않다. 한눈에 봤을 때 ‘무난하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되려 그게 장점인 브랜드다. 룩에 이 브랜드의 아이템이 하나 들어간 순간 확실한 포인트가 되어주니까.
특히 레벨 슈즈는 에디터가 오래간 눈독 들이고 있는 아이템 중 하나!
다른 슈즈 두개가 하나로 합쳐진 듯한 독특한 실루엣의 이 부츠는 오히려 캐주얼한 룩에 하나만 들어가도 존재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플랫슈즈 실루엣부터 키튼 힐까지 다양한 해체주의 디자인의 부츠를 선보이는 중인데, 어거스트 바론에서 딱 하나의 아이템을 손에 넣는다면 적극 추천한다.
뻔하지 않고 독특한 감각을 좋아하는, 쉽게 정의되고 싶지 않은 여성들에게 지금 August Barron만한 브랜드는 없다. 옷을 통해 지금 우리가 느끼는 동시대적인 불안정함, 애매함, 정리되지 않은 감각을 독보적으로 ‘세련되게’ 보여주고 있으니까. 앞으로도 August Barron이 정의할 새로운 여성복의 기준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ditor: 김나영
Published by jente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