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리바이스 데님을 찾아서


Interview: REPEAT LAB

빈티지 리바이스 데님을 찾아서




에디터의 패션 외길 인생에서 데님과의 인연을 생각해 본다면, 은근 데님과의 인연이 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첫 번째 기억은 전 직장에서의 인연이다. 브랜드의 데님 라인이 큰 사랑을 받았던 덕분에, 매달 몇백 장의 데님을 만지고 포장하고, 다양한 워싱을 관찰하고, 입어보는 등 경험치를 높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대학 시절 이야기다. 졸업 쇼를 준비하던 당시, 데님 특유의 단단하고 강인한 이미지를 기반으로 룩을 표현하고 싶어 메인 소재로 데님을 선택했다. 연청부터 진청까지 다양한 데님 원단으로 원피스와 뷔스티에, 스커트와 팬츠를 밤새 만들던 시절을 잊지 못한다. 이렇게 오랜 시간 데님 곁에 머물렀던 에디터가 이번엔 회현동의 '리피트 랩'에 찾아가게 되는데….





Q1. 괴짜(positive)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자기소개와 함께 공간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괴짜 같지 않은 괴짜 남기순입니다. 리피트 랩이라는 공간과 리피트 플러스라는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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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피트 랩이라는 공간은 다양한 Levi's 아카이브 데님을 내 입맛에 맞게 경험해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기존에 빈티지라는 키워드가 갖고 있는 인식에서 벗어나, 브랜드 쇼룸에서 새 옷을 고르듯 불필요한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소비자가 자신이 찾는 제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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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고를 때 필요한 세부 사이즈, 핏, 생산 연도, 소재 등의 정보는 방문자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정리했습니다. 불필요한 설명에 앞서, 직접 입어보고 느끼는 경험이 기준이 되길 바랍니다. 공간 또한 데님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정제된 분위기로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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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수많은 아이템 상품 중에서도 데님. 그리고 그중에서도 Levi's 데님이라는 아이템을 선택하고 매료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많은 의류 카테고리 중에서 데님을 선택한 이유는, 데님은 시간이 쌓일수록 오히려 더 아름다워지는 소재의 옷이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세월이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변화만큼은 따라올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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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Levi's 데님은 시대에 따라 핏과 소재, 디테일의 변화가 가장 다양하게 드러나는 브랜드라고 생각했습니다.





Q3. 70년대부터 00년대까지 Levi's 데님이 큐레이팅 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시대별 특징이 궁금합니다.


리피트 랩에는 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Levi's 데님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5.jpg 70’s Levi’s 646, 80’s Levi’s 517
6.jpg 90’s Levi’s 505, 00’s Levi’s Silver Tab


시대별로 보면, 70년대는 기능과 전통을 유지한 실루엣이 중심이 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80년대는 70년대의 흐름을 이어가면서도, 내구성과 실용성이 더해진 데님들이 많이 보이고요.



7.jpg 70’s Orange Tab, 80’s Orange Tab


90년대부터 00년대에 이르기까지는 서브컬처의 영향을 받은 실루엣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특히 00년대 데님은 이전 시기에 비해 보다 다양한 체형에도 두루 어울리는 실루엣과 원단 선택의 폭이 넓어진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00년대 실버 탭 제품들은 스케이터 보더들이 애용했던 바지입니다. 펑퍼짐한 실루엣에 Vans같은 낮은 스니커즈를 같이 매치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보통은 Levi's에서는 정통적인 핏을 고수해서 살짝의 수정만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실버 탭의 경우에는 밑위가 넉넉하고 통이 넓어져서 더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실루엣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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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시대별 특징은 어디까지나 큰 흐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빈티지 데님의 차이는 연식에 따른 차이도 분명 존재하지만, 이전 사용자의 착용 습관이나 세탁·보관 방식, 그리고 부위별로 남은 마모의 정도에 따라 더 크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연도, 같은 모델이라도 전혀 다른 인상을 주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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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도 데님은 이렇다, 저렇다는 기준도 하나의 관점일 수 있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이 데님이 어떤 상태인지, 어떤 흔적을 가졌는지를 직접 입어보고 판단하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리피트 랩에서는 단순한 연식뿐 아니라, 각 개체가 가진 고유한 특징을 기준으로 데님을 바라보셨으면 합니다.



10.jpg Levi’s 505, Levi’s 517






Q4. Levi's 데님은 오랜 역사를 가진 것만큼, 다양한 라인을 갖고 있을 텐데요. 대중적인 라인과 리피트 랩이 추천하는 라인을 몇 가지씩 소개해 주세요.


최근에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 리피트 랩의 시작과 함께해 온 대표적인 모델로는 517(부츠컷)과 505(레귤러 스트레이트)가 있습니다. 두 모델 모두 사이즈 선택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로 연출할 수 있어, 방문하시는 분들께 자주 추천해 드리고 있습니다.


11.jpg Levi’s 550, Levi’s 560


조금 더 캐주얼한 방향으로는 550(릴렉스드 테이퍼드 핏), 560(루즈 테이퍼드 핏)도 재미있는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한두 사이즈 여유 있게 착용한 뒤, 가벼운 스니커즈나 로퍼와 매치하면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데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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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가장 좋아하는 Levi's 팬츠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Levi's 팬츠는 517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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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부츠를 자주 신는 편이라, 자연스러운 부츠컷 실루엣의 517을 가장 많이 입게 됩니다. 결혼식처럼 포멀한 자리가 있는 날에는 날렵한 구두를 신고 나갔다가, 돌아올 때는 부츠로 갈아 신으면서 바지 밑단을 살짝 빼 자연스럽게 주름을 잡아 입는 편이에요.


신발을 빼고 덮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517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14.jpg 70’s Levi's 517, Orange Tab
15.jpg 90’s Levi's 517, Orange Tab





Q6. 리피트 랩은 Levi's 데님을 리워크 하여 판매하기도 하는데요. 리피트 플러스 프로젝트를 소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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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피트 플러스는 말 그대로 리피트(REPEAT)의 의미에 플러스(PLUS)를 더한 프로젝트입니다. 빈티지 제품이 가진 기존의 매력을 존중하면서도,그 가능성을 한 단계 더 넓혀보는 작업이 리피트 플러스의 방향입니다.


17.jpg ⓒREPEAT LAB


기존의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만들어진 가치를 한 번 더 확장해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단순히 옷을 자르고 붙이는 방식의 리워크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멋지게 익은 요소들을 선별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더하고 조합해 기성품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제품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 리피트 플러스 001는 사이드 심을 절개하여 다른 원단을 포인트로 매치해 준 부츠컷 핏 데님입니다.


18.jpg 리피트 플러스 001


• 리피트 플러스 002는 벌룬 핏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항아리 모양 팬츠라고 생각하시면 좋아요.


19.jpg 리피트 플러스 002


• 리피트 플러스 003는 최대한 어울리는 바지 두 개를 합쳐 만든 제품입니다. 타입 A와 타입 B를 나눠뒀는데, A는 슬림 스트레이트고 B는 부츠컷입니다.



20.jpg 리피트 플러스 003


• 리피트 오버로크는 벨트 선 아래부터 밑단까지 오버로크 봉제가 들어간 디자인입니다. 단순한 마감이 아니라 하나의 디자인 요소로 접근했고, 이를 위해 주문 제작한 특수 오버로크 기기를 활용한 제품이에요. 핏은 과하지 않게, 자연스러운 스트레이트 실루엣을 기준으로 착용하기 좋게 살짝 수선된 형태입니다.


21.jpg 리피트 플러스 오버로크





Q7. 데님 리워크 프로세스가 궁금해요.


리피트 플러스의 리워크는 전체적인 디자인과 방향을 먼저 정리한 뒤, 전문 패턴사와 봉제사분들과 협업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형태를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완성된 결과물이 옷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구조와 착용감을 함께 고민하며 협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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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전문 공장에서 제작 과정을 거쳐 완성하며, 다잉과 코팅 작업의 경우에는 직접 작업에 참여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잉과 코팅의 경우는 모델을 제작하고 고온 화학 염료랑 섞어 자연스레 색상이 입혀질 수 있도록 제작하고 있습니다. 빈티지 제품에 얹어지는 것이라서 개체별로 컬러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특히 코팅의 경우 입으면서 고체 염료가 점점 떨어져 나가는 방식인데요. 그러면 이제 바지에 해당 염료의 흔적이 묻어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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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8. 리피트 플러스는 손이 타며 자연스럽게 변한 부분의 ‘매력’을 보완한다고 하셨는데, 기순님이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데님의 흔적은 무엇인가요?


제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데님의 흔적은 마찰에 의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페이딩과, 햇빛과 공기를 만나며 서서히 변해가는 색감입니다. 의도해서 만들 수 없는 변화들이고, 입는 사람의 생활 방식과 시간이 그대로 남아 있는 흔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요소들이 모였을 때, 비로소 그 데님만의 표정이 완성된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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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9. 기순님께 가장 의미가 있었던 데님 제품과 그에 엮인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이전에 80대 고객님이 매장을 방문해 주신 일입니다.


매장에 들어오실 때부터 마치 들어오면 안 되는 곳에 들어오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시며 문을 여셨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어요. 원하시는 착용감을 여쭤본 뒤, 밑위가 비교적 여유 있어 배를 편안하게 감싸줄 수 있는 550을 추천해 드렸습니다.


25.jpg Levi’s 550, Orange Tab


착용해 보신 뒤 몸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느낌이 마음에 드신다며 만족해하시고 구매를 하셨는데, 나가시면서 “내가 살아야 얼마나 살겠냐, 죽을 때까지 열심히 입다가 가겠다”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나서, 누군가에게는 그냥 꺼내 입는 청바지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남은 시간을 함께하는 동반자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방문하는 고객을 대하는 제 마음이 조금 더 무거워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만 고객님의 풍채를 보아하니, 건강하게 오래 사셔서 그 청바지가 닳을 때쯤에는 몇 번은 더 뵐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Q10. 리피트 랩을 방문하고 손님들이 어떤 인상을 가지셨으면 좋겠는지 궁금해요. 리피트 랩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리피트 랩은 찾고 싶은 데님이 생겼을 때 한 번쯤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빈티지나 유즈드에 대한 편견보다는, 그 안에 담긴 매력과 가능성을 부담 없이 경험할 수 있는 제품들을 계속해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리피트 랩은 유즈드 데님이 가진 다양한 얼굴을 편견 없이 소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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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1. 리피트 랩을 방문하고 손님들이 어떤 인상을 가지셨으면 좋겠는지 궁금해요. 리피트 랩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리피트 랩은 찾고 싶은 데님이 생겼을 때 한 번쯤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빈티지나 유즈드에 대한 편견보다는, 그 안에 담긴 매력과 가능성을 부담 없이 경험할 수 있는 제품들을 계속해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리피트 랩은 유즈드 데님이 가진 다양한 얼굴을 편견 없이 소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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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2. 기순님과 리피트 랩의 2026년 목표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2026년의 목표는, 2025년을 지나오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외부의 요인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차분하게 이어가는 것입니다. 속도를 우선시하기보다는, 방향을 잃지 않는 상태로 계속 나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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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리피트 랩은 데님을 중심으로, 웨스턴 부츠나 디자이너 브랜드의 레더 제품처럼 시간의 흔적이 담겨 있는 다양한 개체들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공간의 결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리피트 플러스 역시 같은 흐름 안에서, 기존의 방식에 머무르기보다는 다양한 시도와 프로젝트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을 찾아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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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3. 세상에 외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MAKE LOVE, NOT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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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by jente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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