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KO KOSTADINOV를 좋아하세요?


Brand LAB: KIKO KOSTADINOV

KIKO KOSTADINOV를 좋아하세요?




KIKO KOSTADINOV를 좋아하세요?



고백건대, 에디터의 기억 속 이 브랜드는 3, 4년 전 가장 뜨거웠던 이름 중 하나였다. 디자이너가 동묘 시장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회자되던 시기, 그리고 ASICS와의 협업 스니커즈가 화제를 모으던 바로 그때. 흥미롭다. 솔직히 한때의 열풍으로 남을 줄 알았던 이름이 여전히 ‘잘’ 팔린다. 최근 젠테에 업로드된 스니커즈가 공개 직후 품절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실제로 주변의 패션 좀 좋아하는 지인 몇몇은 젠테에서 사려고 벼르던 KIKO KOSTADINOV의 아이템을 놓쳐서 아쉬워했다. 그렇다면 왜 (여전히) KIKO KOSTADINOV인가?


그 궁금증을 풀고자, 지금 다시, KIKO KOSTADINOV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제 10주년 됐어요, KIKO KOSTADINOV


1-1.jpg 동묘를 방문해 “세계 최고의 거리”라는 코멘트를 남긴 KIKO KOSTADINOV ©@kikokostadinov


어느덧 10주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2016년 이후 지금까지, 거대한 자본을 등에 업지 않은 디자이너 브랜드가 이 치열한 패션 신에서 생존하고, 더 나아가 확장해 왔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결국 브랜드를 이해하려면 결국 디자이너를 알아야 한다.


2.jpg 키코 코스타디노브(Kiko Kostadinov) ©gq.com


브랜드를 이끄는 키코 코스타디노브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s Martins)을 졸업 후 브랜드를 설립했다. 불가리아 외곽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16살 때 부모님과 함께 런던 남동부로 이사했다. 지금 KIKO KOSTADINOV는 런던 기반의 브랜드이지만, 팀원들은 대부분 영국인이 아니라고.


누군가는 KIKO KOSTADINOV의 옷을 단순 ‘워크 웨어’ 스타일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한 인터뷰에서 “나는 틀에 갇히는 걸 싫어하고,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다”라고 말한 만큼 키코에게 ‘실용성’, ‘작업복’이라는 단어로 그의 작업을 소개하는 건 가장 납작한 정의가 아닐지. 그래서일까. 그는 매 컬렉션마다 새로운 형태를 보여준다는 공통점 말고도, 매번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준다. 어떤 시즌은 무채색 위주의 차분한 옷이 주를 이루는 아이템들을, 또 어떤 시즌은 다채로운 컬러와 화려한 패턴이 선보이며 말이다.


3.jpg KIKO KOSTADINOV SS26
4.jpg ©@kikokostadinov


역시 그의 의도처럼 KIKO KOSTADINOV를 한 단어로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어디서 본 것 같으면서도, 하나의 스타일에 규정하기 어렵다고 할까. 코트, 셔츠, 재킷, 팬츠 등 익숙한 형태의 실루엣이지만, 제작 방식은 완전히 새로운 경우가 많다. 서로 다른 기능성 원단을 겹치고, 새로운 컷아웃 디테일이 더해져 가까이에서 볼수록 옷의 디테일이 새롭게 느껴진다. 덕분에 KIKO KOSTADINOV의 옷은 트렌드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존재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클래식한 동시에 미래적이고, 일상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가 동시에 느껴지니까.


5.jpg KIKO KOSTADINOV FW25 ©@kikokostadinov


남다른 실루엣과 기능성과 자유자재로 활용한 색감, 소재, 패턴에 더해진 정교한 재단. 키코의 옷은 여느 럭셔리 하우스처럼 로고나 모노그램보다는 형태 자체, 그 옷 자체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는 스스로도 자신을 ‘제품 중심적인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럭셔리 하우스의 옷이 쇼에서의 연출이 더해져 옷의 아우라를 형성한다면, 키코의 옷은 그 자체로 승부한다고 할 수 있다.


6.jpg ©@kikokostadinov



특히 그의 전반적인 디자인 철학은 팬츠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보통 팬츠를 떠올리면, 스트레이트, 와이드, 플레어, 조깅 팬츠 같은 기존의 익숙한 형태가 있다면, 키코는 매 시즌 새로운 구조와 실루엣의 실험을 통해 진정 새로운 ‘팬츠’를 선보인다. 한 예시로 구조적인 접근 방식으로 옷의 내부 구조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면서 기능성을 보여주는 것. 그리하여 누가 봐도 키코의 손을 거친 게 느껴지는 옷들이다.





같지만 다르다, 여성복을 이끄는 패닝 자매


“그냥 멋진 걸 만들고 싶다”는 키코의 브랜드 철학은 거창하지 않다. 거창한 슬로건이나 계산된 서사 대신, 그는 자신의 개성에 온전히 집중한다. 옷 자체에 집중하고, 과장된 마케팅 전략이나 숨겨진 메시지로 브랜드를 포장하지 않는다. 결국 남는 건 완성도다. 잘 만들어졌고, 입는 사람에게 분명한 즐거움을 주는 옷이라는 것.


이 태도는 자연스럽게 여성복 라인으로도 이어졌다. 2018년부터 KIKO KOSTADINOV의 여성복을 이끌고 있는 로라 패닝(Laura Fanning)과 디아나 패닝(Deanna Fanning)의 합류 역시 거창한 전략이라기보다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왜 꼭 대형 하우스만 여성복 디렉터를 따로 임명하지?’ 그의 이 물음은 브랜드의 규모가 아니라, 옷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협업은 여성복을 남성복의 연장선이 아닌, 또 하나의 독립된 세계로 확장시켰다. 키코가 구조와 실루엣에 집중한다면, 패닝 자매는 그 위에 감정과 다채로운, 정의되지 않는 여성성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7.jpg KIKO KOSTADINOV의 여성복 라인을 이끌고 로라 패닝과 디아나 패닝. ©i-d.co



멜버른 출신의 이 쌍둥이 자매는 런던에서 활동하던 시절 KIKO KOSTADINOV와 인연을 맺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단순히 ‘보조 디자이너’로 합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남성복이 키코 개인의 조형적 실루엣 실험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면, 여성복은 패닝 자매의 시선으로 다시 구축된 또 다른 세계라는 것.


KIKO KOSTADINOV의 여성복 라인은 남성복과 닮은 듯하면서도 분명히 다르다. 구조적인 패턴 실험, 비대칭적 실루엣, 실용성을 전제로 한 변주라는 공통 언어는 유지하지만, 표현 방식은 더욱 날카롭고 때로는 과감하다. 특히 색의 사용이 한층 자유롭다. 선명한 대비, 예기치 않은 컬러 조합은 구조적인 옷 위에 감각적인 긴장감을 더한다.


8.jpg KIKO KOSTADINOV WOMAN SS26 ©vogue.com


“항상 여성성에 관한 이야기를 깊게 끌고 가려고 노력한다. 여성이 누구이고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패닝 자매


9.jpg ©vogue.com


남성복이 구조와 기능의 실험에 가깝다면, 여성복은 그 구조 위에 감정과 태도를 덧입힌다. 단단한 패턴 안에서 흐르는 유연함, 기능적인 형태 안에서 드러나는 섬세함. 그래서 이 여성복은 남성복의 ‘확장’이 아니라, 같은 언어를 공유하는 또 하나의 독립된 장르처럼 읽힌다.


패닝 자매가 키코 여성복을 통해 그리고자 하는 ‘여성성’은 고전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꽃무늬나 부드러운 실루엣처럼 전형적인 방식으로 요행을 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남성복을 차용해 힘을 과시하는 방식도 택하지 않는다. “(그러면) 그냥 남성복을 입으면 되잖아요. 하지만 왜 우리가 남성복을 사야 하죠?”라는 패닝 자매의 말처럼 스스로 그 대안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10.jpg ©@kikokostadi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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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이고 기능적인 테크웨어와 유연하고 곡선적인 실루엣이 공존하는 것이 바로 KIKO KOSTADINOV 여성복의 매력! 이는 성별 구분을 허무는 제스처라기보다, ‘자기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옷’을 만들고자 한 그들의 의도가 자연스럽게 확장된 결과에 가깝다.


패닝 자매의 주 관심은 기존의 남성 중심적 서사를 재구성하는 것. 이들의 디자인은 마감 처리, 실루엣 같은 디테일한 부분에서, 여성의 몸을 단순히 노출이나 섹시함의 코드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편안함과 움직임을 전제로, 몸이 어떻게 존재하고 움직이는지 고려하는 옷이라는 점에서 패션 러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쉽게 말해 멋스러우면서도 몸에 편안한 실루엣이랄까.


12.jpg KIKO KOSTADINOV WOMAN SS25 ©@laura_deanna_fanning




ASICS와의 협업으로만 아셨다면


KIKO KOSTADINOV를 대중적으로 각인시킨 결정적인 계기는 단연 ASICS와의 협업.


2017년, 테크 웨어 붐과 러닝화 실루엣의 패션화 흐름이 맞물리며 때마침 등장한 KIKO KOSTADINOV의 스니커즈는 단번에 핫한 브랜드로 등극했다. 네온 옐로우와 블루 체크 패턴, 발목 높이가 비대칭으로 설계된 투톤 폼 러너, 과감한 컬러 블로킹.


13.jpg ©@kikokostadinov


특히 그는 단순 어퍼 디자인을 넘어 맞춤형 밑창 개발에 직접 참여했다. 퍼포먼스 슈즈에서 가장 복잡하고 개발 기간이 긴 부분이 바로 밑창이다. 외부 디자이너가 이 영역까지 개입한 사례는 이례적이었고, 그렇게 탄생한 모델이 바로 ‘겔-키릴(GEL-Kiril)’이다. 협업이었지만, 사실상 공동 설계에 가까웠다. 키코가 이렇게나 모든 것에 진심이다.


14.jpg 포토그래퍼 유르겐 텔러(Juergen Teller)가 등장한 ASICS Kiko Kostadinov GEL-KORIKA ©showstud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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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개된 ‘일라르기 FF 타비’ 역시 마찬가지다. 여전히 뜨겁다. 하지만 흥미로운 건, 키코가 이 성공을 마냥 반기지만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브랜드보다 신발을 더 많이 알아봤다”라며 “패션 스쿨에서 오랜 시간을 공부하고 학비를 벌어 브랜드를 시작했는데, 이걸 운동화 회사로 만들고 싶진 않았다”라고 밝히기도. 단순한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이 하나의 제품군에 종속되는 걸 경계한 것이다. 협업이 브랜드를 키웠지만, 동시에 브랜드를 가릴 수도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16.jpg 타비 디자인이 특징인 ‘일라르기 FF 타비’ 모델. ©@kikokostadinov



그렇다고 협업을 끝내지 않고, 오히려 더 깊이 관여하며 방향을 조정했다. 단순한 하입 스니커즈가 아니라, 자신의 조형 언어를 실험하는 수단으로 삼은 것. 그래서 ASICS로 유명해졌지만, ASICS로만 남지는 않은 것. 성공에 기대지 않고, 성공을 다시 설계하는 방식. 이 점이야말로 KIKO KOSTADINOV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유다.





함께 만드는 KIKO KOSTADINOV라는 우주


KIKO KOSTADINOV가 10년이 지난 지금도 패션 러버들을 사로잡는 이유는 ‘힙해서’가 아니다. 키코 개인의 조형적 집요함, 그리고 패닝 자매가 구축한 또 다른 여성적 서사가 하나의 구조 안에서 공존하기 때문이다.


17.jpg ©@otto_958


특히 주목할 점은 패션을 단순한 상업적 산물이 아니라, 동시대 시각 문화의 일부로 다룬다는 태도다. 키코는 실제로 ‘오토958(OTTO958)’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LA의 아트 갤러리 Morán Morán과 함께 전개하며 브랜드의 시각적 세계를 갤러리 공간으로 확장하기도 했다. 2020년대 초 론칭하여 설치 작업과 이미지, 공간 연출을 통해 현대미술적 실험을 보여주는 중이다. 그가 선보이는 아이템들이 궁금하다면 @otto_958에서 만나보길.


18.jpg ©vogue.com


키코가 만든 단단한 구조 위에, 패닝 자매가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는 KIKO KOSTADINOV. 로고가 아니라 형태로 기억되는 옷을 만드는 이들의 실루엣은 단순한 유행보다 오래간다. 그리고 이런 옷은 결국 눈을 멈추게 하고, 선택된다. 결국 갖고 싶은 옷을 만드는 KIKO KOSTADINOV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KIKO KOSTADINOV를 좋아하세요?”


당신의 답은 알 수 없다. 다만 이 글을 통해 10년 넘게 꾸준히 사랑받고 이 브랜드의 독보적인 새로움을 선사하는 이들의 정체성만은 와닿았으리라 믿는다. 옷이라는 본질에 충실한 키코 코스타디노브와 패닝 자매가 그려갈 브랜드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Editor: 김나영

Published by jente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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