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Hot Nerd In Preppy
핫 너드에게 끌리는 이유
요즘 유독 눈길이 가는 스타일이 있다.
차려입었지만 각 잡혀 있지는 않은, 힘을 뺀(Relaxed) 프레피 룩을 입은 남자들. 얼마 전 Dior 넥타이에 셔츠, 블레이저, 팬츠, 로퍼, 그리고 블루 캡 모자를 매치한 채 천진난만하게 수다를 떨던 영국 배우 조쉬 오코너(Josh O’Connor)의 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캡, 블레이저, 넥타이를 한 룩에 동시에 얹는 방식이 이렇게까지 신선할 수 있구나 싶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듯한데, 묘하게 섹시하고 무심한데도 한 끗 세련된 포인트가 있었으니까.
조쉬 오코너는 흔히 말하는 ‘너드’의 전형에 가까운 인물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그냥 너드가 아니라 ‘핫 너드(Hot Nerd)’라는 점이다. 이 단어를 검색해 보면 ‘지적이면서도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다소 평면적인 정의가 나오지만, 그 미묘한 매력까지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왜 이렇게 핫 너드에게 끌릴까 고민하던 차에, 드라마 <굿 플레이스(Good Place)>에 출연한 배우이자 액티비스트인 자밀라 자밀(Jameela Jamil)의 말이 떠올랐다. “진짜 남성다움이란 지배가 아닌 안정감과 자기 확신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결국 조쉬가 매력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말과 눈빛, 그리고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상대를 설득할 줄 아는 태도. 그래서 이들이 즐겨 입는 프레피 룩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옷이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완성된 태도가 옷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쪽에 가깝기 때문.
SS26 시즌에 프레피가 다시 떠오른 이유는 단순한 복고가 아니다. 과거의 프레피가 ‘정석’과 ‘단정함’에 가까운 교복 스타일이었다면, 지금의 프레피는 일부러 그 공식을 비껴가는 편. 말 그대로 ‘힘 빠진 프레피’. 한껏 꾸민 티를 내지 않으면서도 취향은 분명하게 드러내고 싶은 태도랄까. 완벽하게 차려입기보다, 적당히 무심한 균형감이 더 세련되게 읽히는 요즘이다.
그리하여, SS26 시즌, 런웨이 위에는 더 이상 완벽하게 다려진 ‘모범생’은 없다. 대신 어딘가 흐트러진, 그러나 그 흐트러짐마저 계산된 듯한 프레피 보이들이 대거 등장했으니. Eckhaus Latta는 그 대표적인 예로 단추를 꼭 잠그지 않는 디테일로 적당히 루즈한 느낌의 룩을 완성했다. 차려입은 것 같지만, 애써 꾸민 티는 내지 않는 것이 포인트다.
프레피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몇 가지 ‘공식’처럼 접근해도 좋다. 중요한 건 완벽한 착장이 아니라, 그 안에서 한두 군데 힘을 빼는 것이니까.
우선 레이어링 실력이 곧 느낌 좋은 프레피 룩을 만든다는 걸 기억하자. 셔츠는 그 중심에 있는 아이템이다. Hermès 같이 단추를 끝까지 채우기보다 한두 개 풀어 여유를 주거나, 셔츠 밑단이나 칼라를 살짝 드러내는 식의 ‘힘 뺀 디테일’이 전체 분위기를 훨씬 세련되게 만든다.
니트나 스웻셔츠 안에 레이어드해 깔끔한 베이스를 만들고, MIU MIU처럼 브라운, 옐로, 아이보리, 그레이처럼 잔잔하게 이어지는 컬러 팔레트를 활용해 룩에 자연스러운 깊이감을 더해보자. 화이트나 베이지처럼 상대적으로 밝은 컬러의 이너를 매치해 대비를 살려주는 것도 스타일링 팁!
요즘 프레피 룩의 컬러 조합 공식. 네이비, 그레이, 아이보리 같은 기본 컬러에 파우더 블루, 페일 옐로, 연한 그린을 한 스푼. 컬러를 더해주는 것만으로도 ‘느낌 좋은’ 무드가 완성된다.
핫 너드의 정석 아이템인 안경까지 완벽하게 스타일링한 PRADA. 어디서나 흔히 보이는 블랙 뿔테가 질렸다면, 베이지처럼 부드러운 컬러의 안경으로 분위기를 환기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즘 들어 깨달았다. 넥타이가 이렇게까지 좋은(!) 아이템이었다는 걸. 확실히 프레피 룩이 대세이긴 한지, 넥타이를 다채롭게 변주한 룩들이 쏟아진 SS26 컬렉션.
특히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이 이끄는 Dior Men은 ‘힘 뺀 프레피’의 정수를 보여줬다. 베이비 블루, 민트, 핑크 같은 부드러운 컬러 팔레트에, 넥타이는 단정하게 조이기보다 살짝 풀어내거나 길이를 어긋나게 연출한 모습. 셔츠는 완벽하게 다려지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흐르고, 실루엣 역시 몸에 딱 맞기보다 여유 있게 떨어진다.
요즘 프레피 공식은 넥타이를 최대한 풀어헤칠수록 좋다. JUNYA WATANABE는 여기서 한술 더 떠서 넥타이 하나로는 부족했는지, 화이트 셔츠에 다른 패턴의 세 개의 넥타이를 겹쳐 매며 룩에 위트를 더했다.
프레피 룩에서 넥타이와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 바로 양말이다. 하이탑 슈즈부터 샌들까지, 어떤 슈즈와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스타일에 포인트를 더해주니까. 스타일링에서 한껏 과감해져도 좋다.
핀스트라이프 재킷에 러프하게 컷팅된 데님 쇼츠, 그리고 무릎 위까지 끌어올린 스포츠 삭스 조합을 선보인 Martine Rose처럼. 단정함의 상징이던 프레피 요소 위에 스포티 디테일이 더해져 보다 자유로운 프레피 룩의 완성! 숏 팬츠, 부츠에 한껏 니삭스를 끌어올린 MASU의 룩도 기존의 프레피 룩에서 더 개성 있는 스타일링을 보여준다.
셔츠와 오부 팬츠의 조합. 어쩌면 ‘프레피 룩’하면 떠오르는 가장 클래식한 조합 중 하나이지만, 타이를 느슨하게 풀거나 셔츠를 살짝 구겨 입는 순간 분위기가 달라진다. 단정함을 상징하던 프레피가 오히려 불완전함을 통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AMI의 룩처럼 짧은 팬츠에 긴 양말과 로퍼를 더하면 룩이 더 가벼워진다.
요즘 대세는 힘 뺀 프레피 룩! 그러면 핏을 넉넉하게 가져가는 것이 핵심이다. 너무 핏 하면 옛날 감성이다. 요즘엔 MASU, KOLOR처럼 여유로운 핏의 탑과 팬츠로도 충분히 지적인 프레피 보이 룩을 가져갈 수 있다.
한 사람의 스타일에는 말보다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에디터는 옷차림을 통해 그 사람의 기질을 가늠하는 은밀한 취미가 있다. 핫한 너드의 프레피 룩이 끌리는 이유는 단순한 스타일 중 하나가 아니라, 그들의 취향과 태도를 암시하며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프레피 룩도 ‘어떻게 입느냐’의 문제다.
아이템 자체보다는 디테일. 셔츠 소매를 어디까지 걷는지, 재킷의 칼라를 세울지 말지, 넥타이를 꽉 조일지 느슨하게 둘지. 이런 사소한 선택들이 룩의 무드, 더 나아가 그 사람의 분위기를 보여주니까. 그런 의미에서 SS26의 프레피는 단순한 스타일이 아니라 하나의 태도에 가깝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Editor: 김나영
Published by jentestore